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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일에 생각하는 지난 주의 일들
    모퉁이다방 2009. 4. 20. 23:44

       역시 월요일은 끔찍하다. 말할 필요도 없는 소심한 생각들이 내 몸 가득 꽉 차는 요일. 사과를 가로로 반으로 자르면 별 모양이 나온다는데(아직 확인해보진 못했음), 나를 가로로 반으로 자르면 소심이라는 글자가 또렷하게 찍혀 나올 게 분명하다. 이런. 아무튼. 월요일은 끔찍하다. 물론 화요일도, 수요일도, 목요일도, 심지어 금요일도 끔찍할 때가 있다. 그래도 오늘은 비님이 와 주었으니 좀 괜찮았지. 덕분에 커피맛이 맛나서 자판기 커피 2잔에, 원두커피 1잔을 마셨다. 40% 할인하는 쌀국수 집에 들어가 따끈한 국물도 마셨다. 교보에 들러 만화책 한 권과 EBS 교재도 한 권 샀다. 내일은 괜찮을 거야, 생각하면서. 물론 내일도 괜찮지는 않겠지만. 화요일이잖아.

        그래서 들춰보는 지난 주의 사진들. 물론 월요일의 사진은 없다. 모든 월요일은 끔찍하므로. 즐거웠던 요일은 수요일부터다. 당연한 일이지.


        수요일은 브로콜리 공연 보러 간 날. 늦은 아홉시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친구랑 튀김집에 들러서 바삭바삭한 튀김과 함께 생맥주 2잔씩을 해치웠다. 이 튀김집 강추. 다음 날 생각나서 또 갔다. 그래도 맛있더라. 어쩜 튀김이 이렇게 바삭바삭하지? 생맥주 값도 착하다.



       4월에만 브로콜리 공연을 두 번 갔다. 이상하다. 앉아있을 때는 그냥 그런데, 공연이 끝나고 일어나고 나면 그때부터 마음이 아득해진다. 자꾸 생각나고. 오늘 데모도 신청했다. 이번 주에 도착할 거다. 신난다. '잔인한 사월'이 정말 마음에 든다. 아직 앨범도 안 나왔는데, 멜로디를 흥얼거릴 수 있다. :O



        금요일에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을 봤다. 원래는 다른 영화를 보러 간 거였는데, 시간이 안 맞아서. 우리가 좋아하는 스폰지 카페에서 우리가 좋아하는 스폰지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세상에. 저기서 앉아서 수다 떤다고 영화 앞 부분도 놓쳤다. 스폰지에 있던 <다카페 일기> 책을 이 날 봤는데, 완전히 반해버렸다. 위시리스트 1순위에 올려뒀다. 꼭 살 거다. 사랑스런 사진들과 의미 있는 한 줄의 메시지.


     

    스폰지 카페 벽에 붙어 있는 포스터에는 이런 글이 있었다. 잡지 광고인 듯 한데, 마음에 들었다.

    더 좋은 일.

    더 좋은 일이 있습니까?
    매일 집과 직장을 오고 가며
    마음도 몸도 피곤할 때
    나는 이런 상상을 떠올립니다.

    '이번 휴가는 2박 3일의
    해외여행을 떠나는 거야.
    누가 말려도 이번에는 반드시.
    하지만 어디가 좋을까
    가까운 도시
    자극적인 도시, 음...
    그래, 일본은 어떨까?'
    라는 상상을...

    이런 상상을 하면서
    또 하루를 열심히 삽니다
    그리고 여전히 여행은 가지 못한 채
    시간을 흘러 버립니다

    하지만 나는 행복합니다.



       토요일은 정말 신난 날. 고장난 엠피쓰리 플레이어를 고쳤고(양쪽으로 음악이 들리니 귀가 '뚫어펑'처럼 뻥 뚫리는 기분), 헌혈도 했고, 영화도 봤고(그래도 '더블 스파이' 너무 했어. 완전 재미없었음! -_-), 많이 걸었고, 햇살이 좋았고, 저녁에는 맥주랑 막걸리를 마셨다(헌혈한 날 술 마심 안 되는데. 멍청이). 아니다, 막걸리 전에는 동동주였다. 그러니까 그날 통닭에 맥주를 마시고, 동동주와 막걸리에 김치전을 먹었다. 참 많이도 먹었지. 오랜만에 정말 걸쭉하게 취했다. 그래서 어떤 노래를 듣고는 어떤 생각들이 자꾸 떠올랐다. 문자도 보냈지. 이건 좋은 노래일 수도, 나쁜 노래일 수도 있어,로 시작하는 문자였다. 사실 그 날 아침 참 기분 좋은 꿈을 꿨는데(난 꿈에 집착하는 인간이다), 막걸리에 취한 밤에 생각해보니 그 꿈이 좋은 꿈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꿈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제는 그 꿈이 예전처럼 나쁜 꿈은 될 수 없다는 것. 그러니까 나 이제 다 컸다. 그러니까 그런 꿈 이제는 가끔 꾸고 싶다.

       이렇게 저번 주는 끝. 이번 주도 수요일부터 좋아질라나? 그렇다면 빨리 수요일이 왔음 좋겠다. 오늘은 몸상태가 완전 엉망이다. 빨리 '놀러와' 보고 자야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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