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고 있습니까
장바구니에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다 결국 주문했다. 은 사두고 시간이 꽤 지난 뒤에 읽었지만, 이번 책은 도착하자마자 바로 읽었다. 책 두 권 읽고, 영화 몇 편 보았다고 그 사람을 다 안다고 할 수 없지만, 나는 그런 착각에 빠져 책을 읽었다. 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이 에세이가 너무 적다는 거였는데, 이번 책은 모두 에세이다. 좀더 그의 일상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래서 마음껏 들었고, 좋았다. 가난했던 어린시절의 추억, 영화를 하기 전 고단했던 날의 이야기, CCTV에서 오랜 연애를 끝낸 연인의 걸음거리를 찾아내려 노력했던 시간, 유부녀가 된 예전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밤, 눈이 많이 내린 날 청주의 대학교에서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사람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모텔에 가 쓸쓸하게 누워 있었던 기억,..
2016. 10. 12.
낮의 목욕탕과 술
동생이랑 오사카-교토 여행을 갔을 때, 우리는 들떠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동네 사람들만 갈 법한 자그마한 술집에 들어가 꼬치를 시키고, 맥주를 시키고, 사케와 오뎅탕을 시킬 작정이었다. 일본어를 전혀 못하면서, 들어가면 훈훈한 분위기에 모든 것이 해결될 거라 믿으며 그렇게 생각을 했더랬다. 그래서 오사카에서 저녁을 먹으려고 돌아다닐 때 일부러 큰 길 쪽에 있는 가게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골목과 골목 사이를 거닐면서 여긴 어떨까, 여기가 더 낫다,며 많이도 기웃거렸다. 그러다 이 가게다 싶은 곳이 있었다! 크기도, 밖에서 언뜻 보이는 분위기도 딱이었다. 살며시 문을 열었는데, 벌써 만석이었다. 자리가 없었다. 아주 작은 가게였다. 그렇게 한참을 헤매고, 몇 번을 거절 당하다, 결국 큰..
2016. 8.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