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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의 아름다움
    서재를쌓다 2017. 2. 15. 23:40




       기석이가 고른 책은 다 기석이 같다. 그동안의 책 중 가장 얇고, 글자가 적은 덕분에 다 읽었지만, 녹록치 않았다. 읽다가 나도 모르게 두 장을 한꺼번에 넘긴 적이 있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계속 읽었다. 무심코 앞장을 넘기다 너무나 생경한 페이지가 있어 앞뒤를 넘겨보니 내가 건너뛴 페이지였다. 어제는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드는 거다. 내가 읽고 있는 기석이라는 사람에게도 그런 페이지가 있는 건 아닐까. 건너뛴 페이지가 자연스러웠다면, 돌아가 부러 발견하고 다시 읽는 게 좋은 걸까, 그 페이지 쯤은 발견하지 않은 채 흘러 가게 두는 게 좋은 걸까. 누구에게나 그런 페이지가 한 두장씩은 있겠지.



       제목과 표지가 무척 아름다운 2017년 첫 시옷의 책 <남편의 아름다움>. 세 개의 포스트잇을 붙여뒀다.


    14페이지,

    그는 행복한 듯 했다. 당신은 베네치아 같아 그가 아름답게 말했다.


    53페이지,

    당신은 말하곤 했다. "욕망이 두 배면 사랑이고 사랑이 두 배면 광기야."

    광기가 두 배면 결혼이지

    내가 덧붙였다

    그 독설이 황금률을 만들 의도가 없는

    무심한 것이었을 때.


    75페이지,

    완전함이 잠시 그들 위로 호수 위의 고요처럼 내려앉았다.

    고통이 내려앉았다.

    아름다움은 내려앉지 않는다.

    남편은 아내의 관자놀이를

    만지고

    돌아서서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누군가 내게 당신은 어떤 도시 같아, 라고 말해주는 상상을 해봤다. 그 도시는 화려하지 않지만 아름답고, 소박하고 깊이가 있는 곳. 예를 들면, 당신은 포르토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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