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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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따뜻한 색, 블루 - J에게극장에가다 2014. 12. 22. 22:13
금요일, 우리는 간만에 만났다. 맥주잔을 부딪히는 것도 오랜만. 각자의 이유로 그동안 맥주 섭취를 끊고, 줄였었다. 지난 오뎅집에서도 오랜만이었는데, 이번에도 오랜만이네. 친구는 최근에 을 다시 읽었다고 했다. 처음 읽었을 때보다 더 재미있었다고 했다. 나는 친구 덕분에 을 읽었었다. 십년 쯤 된 것 같다. 그리고 이야기도 했다. 언젠가 이 긴 영화에 대해 친구가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매우 인상적인 영화라고 했다. 여자 둘이 사랑을 하지만, 동성애에 국한할 수 없는 영화라고 했다. 그냥 사랑에 대한 영화라고 했다. 이번에는 친구가, 니가 꼭 봤으면 좋겠어, 라고 말했다. 주말에는 정말 열심히 크리스마스 카드를 썼다. 정말 이렇게 열심히 써 본 적이 없다. 써 볼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끝장을 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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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극장에가다 2014. 11. 17. 22:25
지난 금요일, 약간의 야근을 하고 퇴근을 했다. 집에 바로 들어가기 그래서 초겨울 바람을 느끼며 합정에서 상암까지 걸었다. 극장 시간표를 보니 맞는 시간이 였다. 그래서 를 봤다. 흠. 영화는 뻔했다. 예상했던 대로 전개됐다. 살짝 지루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중간중간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울었다. 토요일날, 를 봤다고 하니 누군가 어땠냐고 물었다. 별로없다고 말할 수 없더라. 사실 영화는 그렇게 좋진 않았는데, 그렇게 쉽게 말해버리면 안될 것 같애, 라고 답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염정아를 다시 보게 됐다. 나는 이제껏 염정아가 이런 배우인 줄 몰랐다. 정말 몰랐다. 그래서 염정아에게 조금 미안했다. 그녀를 몰라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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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후드극장에가다 2014. 11. 11. 21:03
12년동안 찍은 영화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것도 비포 시리즈 감독 영화라는 이야기를 듣고, 에단 호크도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를 봤다. 지지난주인가 지지지난주인가 주말에 엄마가 올라왔고, 엄마와 축제 마지막 일요일 억새밭을 걸었다. 엄마를 보내고 상암의 극장에 들어가 165분 동안 혼자 본 영화다. 보고 난 다음에 할 이야기가 많았는데, 다 까먹어 버렸다. 이것만 기억에 남았다. 후반부의 한 장면이다. 꼬맹이었던 주인공은 어느새 장성했고, 대학에도 합격했다. 결혼에 세 번 실패한 엄마가 연 대학 입학 축하 파티에 두번째 결혼을 하고 또 다른 꼬맹이를 낳은 아빠도 참석한다. 파티가 끝난 뒤 아빠가 한 공연장으로 주인공을 데려간다. 거기에 아빠가 첫번째 결혼에 실패한 뒤 함께 살던 아저씨가 공연 준비 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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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극장에가다 2014. 9. 20. 22:12
를 보고 캄보디아로의 여행을 꿈꾸다 마침내 다녀온 사람의 글을 본 적이 있다. 그때까지 를 제대로 못 봤다. 매번 틀어놓고 왠만큼 보다 잤다. 극장에서 봤어야 했는데. 그 사람 글을 읽고 영화 속 캄보디아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다시 시도했지만, 그때도 잤다. 늘 늦은 밤이었고, 술을 한 잔씩 한 날이기도 했다. 9월의 휴가날, 아침 일찍 일어나 이불을 개고 주변을 정돈하고 소파에 앉아 심호흡을 하고 무료영화 코너를 뒤적거려 를 재생시켰다. 그리고 마침내 보았다. 속 캄보디아를. 그곳은 아주 쓸쓸했다. 한때의 영광따위. 양조위는 돌 틈에 흙을 채우고 식물을 심었다. 거기에 자신의 비밀을 묻었다. 비밀은 틈을 메꾸며 잘 자라날 것이다. 오래 머무는 이 없이 쓸쓸한 그 곳에서 홀로. Ss는 백수 시절, 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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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라토리움기의 다마코극장에가다 2014. 9. 14. 22:48
'기승전결 중에 기승만 있는 영화'라는 누군가의 평을 영화를 본 뒤에 봤다. 완전 웃었다. 맞다. 이 영화에 딱 맞는 표현! 극장에서 우연히 본 예고편이 재밌어서 개봉하면 봐야지 생각했다. 감독에 작가라고 해서 더 기대했는데. 흠. 졸업 후 취직을 하지 않고 빈둥대고 있는 여자아이의 가을, 겨울, 봄, 여름 동안의 이야기이다. 예고편에서 느껴진 스토리는 힘을 내서 으샤으샤 희망적으로 끝나는 거였는데, 실제 영화에는 커다란 변화는 없다. 주인공이 슬쩍 잠이 들었는데, 깨서 그런다. '아, 집이었네.' 대지진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았는데 그걸로 끝이었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지루하지는 않았지만, 아쉬움이 많았다. 영화에서 아빠가 매번 요리를 한다. 주인공은 아빠가 집에서 쓸데없이 마지막에 파슬리를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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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구왕극장에가다 2014. 9. 11. 22:18
그의 우직하고 건강한 청춘을 보면서, 내 지나간 청춘이 그리웠다. 내 청춘도 솔직했었다. 내 청춘도 어느 날은 실패 투성이었다. 하지만 그처럼 튼튼하고 유쾌하지는 못했던 것 같아. 그가 이렇게 말하는 순간, 내가 안나라면 만섭이랑 사귄다! 라고 생각했다. '남들이 싫어한다고 자기가 좋아하는 걸 숨기고 사는 것도 바보같다고 생각해요.' 보면서 시도때도 없이 우는 김소연을 보고 좀 주책이다 생각했는데 내가 딱 그렇다. 이 유쾌한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두어 번 훔쳤다. 반짝반짝 빛나라, 청춘.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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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제천 길 위여행을가다 2014. 9. 1. 22:31
2014년 8월 15일, 제천의 뜨거운 길 위에 있었다. 전날의 숙취로 고속버스를 타고 내내 잤다. 연휴라 2시간이면 될 거리가 4시간 가까이 걸렸다. 내려서는 바로 올갱이 해장국을 먹으러 가자고 재촉했다. 국물을 한 숟가락 들이마시니 살 것 같았다. 나름 맛집이었는데, 숙취가 있었던 나만 만족한 맛집이었다. 그릇의 바닥이 보이니 익숙한 흙의 질감이 느껴졌다. 이건 Y언니와 몇 년 전에 왔을 때, 이른 아침, 의림지에서 문을 연 가게를 찾아 한참을 헤맨 뒤 먹은 그 흙의 질감이구나, 생각했다. 그래도 그때는 거의 첫 국물부터 흙이 느껴졌는데, 이렇게 끝무렵에 느껴지는 걸 보니 맛집은 맛집이다, 생각했다. 아, 한여름의 제천이다. 밥을 먹고, 카페인이 필요해 터미널 근처의 눈에 띄는 카페에 들어갔다. 인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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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긴어게인극장에가다 2014. 8. 30. 16:07
지난 수요일, 신경주역에서 기차를 타기 전 맥주 한 캔과 쥐포를 샀다. 신경주역과 동대구역 중간 즈음 맥주캔을 땄다. 동대구역에서 롯데리아 봉지를 든 할아버지가 옆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영화가 시작됐다. 할아버지는 냄새로 보아서는 불고기 버거를 사신 듯 했는데, 봉지 소리 때문인지 내내 드시지 못하고 있으시다가 봉지를 들고 밖으로 나가셨다. 그러다 다시 들어오셨는데 짐을 들고 다른 자리로 옮기셨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사각사각 봉지 소리와 달큰한 불고기 소스 냄새가 났다. 일요일, 서울역에서 시네마 열차 시간표를 보고 결심했다. 올라올 때는 시네마 열차를 타기로. 상행선 영화가 이었다. 동생이 보고와서 너무 좋았다고 한 영화. 게다가 키이라 나이틀리. 나흘동안 경주에 있었다. 닷새 일정이었는데, 토요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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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극장에가다 2014. 8. 6. 22:05
울어 버렸다, 고 친구는 말했다. 그 말만 듣고 보러 갔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으로. 피아노를 치는 남자는 말을 잃었다. 어릴 때 부모를 한꺼번에 잃고 난 충격으로 말을 하지 못한다고 했다. 부모를 잃은 현장에 자신도 함께였다고 했다. 물론 그는 말하지 않으므로 여기저기서 추측하고 들은 이야기이다. 남자는 이모들의 댄스 강습소에서 피아노 반주를 하고, 집에서는 나이 때문에 올해가 마지막인 콩쿠르 연습을 한다. 피아노를 치면서 커다란 설탕이 박힌 게 분명한 슈케트라는 빵을 즐겨 먹는다. 그 뿐. 오직 자신의 기억에 의지해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아버지를 미워한다. 그러던 어느날 마담 프루스트의 집으로 들어가는 문을 발견하게 된다. 피아노 조율사는 프루스트의 집으로 가던 도중 레코드를 떨어뜨리고, 남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