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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퉁이다방 2021. 5. 12. 10:51

     

     

      병원에 다녀왔다. 이제부터 일주일에 한번씩 진료를 보러간다. 새벽에 피가 나서 병원에 갔을 때 선생님이 35주까지만 잘 버티면 그때는 태어나도 괜찮다고 하셨다. 그 35주차가 되었다. 탕이는 2주동안 200그램이 늘어 있었다. 여전히 역아였는데, 머리가 가슴 바로 아래에 있다고 하셨다. 아가 머리 때문에 많이 힘드시겠는데요? 나는 요새 배가 많이 단단하다고 이게 정상인지 물었다. 머리가 위에 있어 어쩔 수 없다고 하셨다. 근종도 있고. 다행히 근종은 더 커지진 않았다. 머리 바로 옆에 발이 보였는데 아가가 지금 폴더처럼 몸을 접고 있다고 했다. 32주부터 선생님은 산모수첩에 탕이의 자세를 그려놓으시는데, 보시더니 그래도 아가가 계속 자세를 바꾸고 있다고 하셨다. 그래도 계속 역아이니 수술 확정으로 마음을 먹자고 하시며 6월 12일이 예정일이니 5월 마지막날부터 6월 첫째주 중에 좋은 날짜를 다음 진료 때 잡아오라고 하셨다. 수술 당일에라도 돌면 취소하고 집에 갈 수 있다면서. 엄마가 바빠졌다. 엄마는 사주를 아주아주아주 믿는데 첫 손주에게 좋은 사주를 주려고 이리저리 알아보시기 시작했다. 이왕 수술을 하는 거고 할머니의 믿음이 있으니 좋은 날짜로 잡아보는 거고, 나는 우리가 잘하면 되는 거라 생각한다. 선하고 따뜻한 아이로 우리가 잘 이끌어주고 탕이 자신이 중심을 잡고 잘 자라주는 것. 그것이 우리의 믿음이다. 어찌되었든 3주 정도 남았다. 설레고 떨린다.

     

      내내 집에 있으니 동생이 심심할 때 보라며 유투브 영상을 추천해줬다. 일본 영상인데 혼자서 혹은 가족과 함께 캠핑을 하는 영상이다. 처음에는 개인 유투브인가 싶었는데 영상이 아주 전문적이다. 찍어주는 사람도 따로 있고. 계속 보다보니 캠핑은 하지도 않으면서 캠핑용품에 관심이 간다. 심플하고 단단한 스탠 소재의 제품들이 많이 나온다. 캠핑용품 회사의 유투브인가. 주로 남자분 혼자 캠핑을 떠난다. 초록초록한 산골에 들어가 그곳의 계곡물이나 약수물을 받아 원두를 갈고 정성스레 내려 그 풍경을 마주하고 커피를 마신다. 사람 말소리 하나 없는 영상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차분해진다. 어제 본 영상은 바닷가로 솔로캠핑을 떠나는 거였는데 영상의 시작이 집이었다. 집 창밖에도 나무들이 그득하더라. 집에서 바닷가에서 먹을 저녁을 준비한다. 양념을 만들고 뼈가 붙어 있는 돼지고기에 칼집을 내고 포크로 쿡쿡 찍어둔다. 지퍼팩에 고기 네다섯 덩이를 넣고 양념도 넣어 섞어둔다. 바닷가에 도착해 텐트를 치고 파도 구경을 한다. 날이 어두워지자 불을 피우고 요리를 시작한다. 심플하고 단단한 스탠 소재의 캠핑용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 분은 작은 무쇠후라이팬을 가지고 다니는데 후라이팬을 달궈 기름을 두르고 돼지갈비를 익힌다. 1인분의 쌀밥도 짓는다. 채소도 송송 썰어 익힌다. 그렇게 저녁이 완성되고 차에서 맥주 한 캔을 꺼낸다. 이런 영상들이다. 어제는 중국냉면을 처음 먹어봤다. 오늘은 미세먼지 좋음. 초미세먼지 좋음. 일몰 19시 31분. 방마다 창문을 조금씩 열어뒀다. 새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탕이는 아침 딸국질로 자신의 무사함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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