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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세탁기에 섬유유연제를 반 컵 넣고 헹굼 버튼을 한 번 누르고 세탁기를 다시 돌린다. 이제 평일 낮에 세탁기 돌리는 일은 힘들어 지겠지 생각하니 세탁기를 돌리는 일도 애틋해진다. 어제 육아휴직이 끝났다. 오늘부터 연차를 8일 소진하고 22일 월요일에 출근을 한다. 16일부터는 지안이 하원 도우미 선생님이 오셔서 함께 적응해 나갈 거다. 그리고 이번주 목요일에 운전면허증을 찾으러 간다. '엄마의 도전'은 성공했지만 (야호!) 아, 모든 과정이 힘들었다.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 식음을 전폐하고 우울해지기까지 하는 지경까지 갔더랬다. (남편이 이럴 거면 그냥 따지 말라는 소리까지 했다) 어찌되었든 '간신히 합격'해서 목요일에 또다른 신분증이 생긴다. 이제 학원차의 갑옷을 벗고 진짜 운전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2022. 8. 9.
헤어질 결심 에 한창 빠져 있었더랬다. 다 본 내용이었는데도 집안일을 하면서 괜시리 틀어놓기도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집안일을 하다 드라마 OST가 흘러나오면 '아, 그 장면'이구나 하며 배우들의 표정들을 떠올렸다. 지금도 OST를 들으면 몇몇 장면들이 생각이 난다. 의 마지막 장면을 볼 때 알았다. 쓸쓸할 때 이 장면이 자꾸 떠오를 거라는 걸. 박해일이 출렁거리는 물결 속에서 방금 깨달은 사랑을 찾아 헤매는 장면. 박해일의 대사처럼 잉크처럼 스며들어 서서히 번지는 것들이 있다. 좋은 이야기, 좋은 장면들이 내게 그렇다. 그런 것들은 내 몸에 살포시 스며들어 있다 어느 순간 고개를 내민다. '나도 이렇게 힘들었잖아. 너 봤잖아. 그런데 이겨냈잖아. 지나고 보니 별 거 아니였잖아. 응, 괜찮아질 거야.' 의 이민기도 .. 2022. 7. 8.
엄마의 도전 아빠와 영상통화를 하다 끊으려고 하면 아빠는 지안이에게 항상 그러신다. "지안아, 엄마랑 놀고 있어라. 난중에 또 통화하자-" 어느 날은 지안이가 내게 와 노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시더니 그러신다. "어릴 때 저렇게 사랑받은 기억이 있어야 하는데. 지안이는 참 좋겠다. 엄마아빠가 저렇게 사랑해줘서-" 아빠에게는 그런 기억이 없단다. 아빠는 어릴 적부터 가족과 떨어져 부산 작은 아버지 댁에서 학교를 다니셨다. 할아버지는 엄하셨고 할머니는 다정한 사람이 아니었다. 늙은 아빠는 어린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말씀하신다. 참 외로웠다고. 나의 어린 시절도 외롭긴 매한가지였는데 그래도 내게는 아빠의 사과가 있었다. 아빠는 어떤 경우에든 자신이 잘못을 했을 때엔 사과를 하셨다. 아직도 생생한, 정말 마음이 아팠던 밤.. 2022. 6. 30.
돌발진 아이가 어린이집에 갔다. 금요일부터 가지 못했으니 금, 월, 화, 수. 주말 이틀을 제외하면 4일을 단 둘이서 낮시간을 보냈다. 금요일은 다음 날이 주말이니 괜찮다 했고, 월요일에는 아이가 열이 다시 오를까 전전긍긍했다. 두 번째 낮잠은 내가 쓰러질 것 같아 부러 재웠다. 화요일은 내일은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힘이 났고, 수요일에는 아침잠을 너무 오래 자서 아무래도 오늘도 안되겠구나 했다. 힘이 많이 들 줄 알았는데 그래도 나름 괜찮았다. 아이 컨디션이 괜찮아 많이 보채지 않았다. 주말에는 셋 다 힘들었다. 아이 열이 39도를 넘었고 밤에 자주 깨서 울었다. 생전 처음 이렇게 몸이 아픈거니 많이 놀랬을 거다. 열이 계속 오르니 힘도 없고 입맛도 없고. 그래도 잘 지나갔다. 금요일에 아니.. 2022. 6. 23.
브로커 (결말에 대한 내용이 있어요) 평이 그리 좋지 않던데, 나는 꽤 울었다. 결말이 좋았다. 꿈 같은 결말이었다. 아이를 위해 모두가 힘을 합치고 마음을 쓰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정확히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지만 아이를 키우는데 필요한 사람이 부모만은 아니라는 걸 1년 동안 아이를 키워보니 확실히 알겠다. 부모의 노력과 힘과 마음 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여러 이모삼촌도 필요하고 여러 할머니할아버지도 필요하고 여러 선생님도 필요하고 여러 친구도 필요하고 여러 언니누나동생도 필요하다. 어린이집을 보내고 노심초사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의 나는 그곳에서 아이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온다고 믿는다. 매번 그렇지 않을 수 있겠지만 많은 시간 그럴 거라고 믿는다. 매일 등원 때마다 .. 2022. 6. 15.
포옹 친구가 그랬다. 돌 즈음부터 무척 행복했던 것 같다고. 그 전까지는 육아가 참 고되었는데 돌이 지나면서부터 아이가 너무너무 예뻐지더라고. 너도 그럴 거라고. 아직 걷지는 못하는데 다리 힘이 꽤 생겼다. 어린이집에서는 곧 걸을 것 같다며 매일매일 걷기 연습을 한다는데 집에서는 그냥 놀게 둔다. 어제는 미끄럼틀을 혼자 힘으로 탔다. 계단이 두 개 있는 낮은 미끄럼틀이긴 한데 한번 타니 계속 탄다. 기특한 녀석- 요새 많이 웃고 짜증도 곧잘 낸다. 책을 끊임없이 읽어달라고 하는데 자기가 좋아하는 페이지를 찾아 그 부분만 읽어달라고 한다. 여전히 공놀이를 좋아하고. 남편은 새로운 장난감을 당근 거래를 해서 들여오곤 한다. 요즘 아이는 여덟시 부근에 잔다. 시간이 얼추 되면 얼굴을 씻기고 로션을 바르고 밤기저귀로.. 2022. 6.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