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1404

존중 퇴근할 때 금정역에서 1호선에서 4호선으로 갈아탄다. 금정역은 계단을 오르내리지 않아도 내린 플랫폼에서 바로 4호선으로 갈아탈 수 있다. 오늘은 1호선을 타고 가는데 맞은편에 같은 방향의 4호선이 들어오는 게 보였다. 어떤 칸은 사람들이 꽉꽉 차 있었고 어떤 칸은 널널했다. 사람들은 고개를 숙여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열차 안은 환했고 바깥은 컴컴했다. 그 공간 안으로 나도 들어가 같은 풍경이 되었다. 회사에서 성희롱예방교육을 들었는데 강사님이 그러셨다. 존중이라는 말을 요즘 아이들은 초등학교 4학생 교과서에서 배운다고. 이런 뜻이라고. 메모하지 않는 요즘이라 정확하지 않지만. 남이 내게 해줬으면 하는 것을 내가 하는 것. 오늘은 김일두 음악을 듣는다. 2024. 2. 7.
택배 두 상자 어제저녁에는 오늘 아이 저녁 반찬으로 대패삼겹살육전과 데친 두부, 버섯나물을 준비했다. 집에 대패삼겹살이 있어서 소고기처럼 육전으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고 검색을 해봤는데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맛은 소고기처럼 휼륭하진 않았지만 나쁘지 않았다. 오늘 아침에는 성희가 선물해준 태국차 티백을 넣고 물을 끓이다가 잘 우려나자 우유를 넣어줬다. 우유가 보글보글거리자 연유 한바퀴 아니 두바퀴 두르고 작은 보온병에 담았다. 성희가 이건 연유를 넣어야 맛나다고 해서 연유를 사뒀었다. 마을버스를 기다리며 뚜껑을 열어 한 모금 먹어봤는데 맛이 근사하다. 어제는 돌봄선생님께 인터넷으로 산 조그만 사과 여섯알을 챙겨드렸다. 아이가 사과를 좋아하는데 요 앞 과일가게 사과가 너무 비싼 거예요, 그래서 인터넷으로 주문했.. 2024. 2. 2.
팔월 칠일 요즘 계속 그렇지만, 오늘은 정말이지 더위가 엄청났다. 신도림 역에서 1호선으로 갈아타는데 빗소리가 후두둑 났다. 마을버스에서 내리니 구름이 엄청났다. 온 하늘이 먹구름으로 가득 차 있었다. 비가 바로 올 게 분명하다고 돌봄 선생님께 우산을 챙겨드렸다. 선생님은 괜찮을 것 같다고 했는데 가시는 동안 창밖을 보니 비가 오는 것도 같고 오지 않는 것도 같았다. 아이는 어떤 날은 곧바로 잠들고 어떤 날은 악을 쓰고 울다 잠든다. 오늘은 악을 쓰고 울다 잠들었다. 같이 잠들면 좋겠지만 일어나 설거지를 하고 아이 내일 저녁반찬을 만들었다. 부추맛살전, 닭다리살감자찜, 들기름두부구이. 넉넉하게 만들어뒀으니 내일은 아무 것도 안해도 될 것 같다. 회사에서 다 못한 일을 하고 컴퓨터를 끄려던 차, 찍어둔 구름 사진 생.. 2023. 8. 7.
놀이터 원정대 2023. 6. 8.
부모님은 입버릇처럼 우리에게 돈을 물려주지 못할 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부모님이 이미 자신들의 풍요로운 기억을 물려주었다고 믿는다. 그 덕분에 우리는 주렁주렁 송이 지어 매달린 등나무 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말이란 얼마나 취약한 것인지, 경탄의 순간이 얼마나 큰 힘을 갖는지 알게 되었다. 게다가 부모님은 우리가 꿈을 향해 걸어갈 수 있고 무한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두 다리를 주었다. 그것이면 스스로 여행하기 위한 짐 가방으로 충분하다. 그보다 많으면, 들고 다녀야 하고 지켜내야 하고 항상 살펴야 하는 재산들이 우리의 여정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베트남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머리카락이 긴 사람들만 겁날 게 많다. 머리카락이 없으면 잡아당길 사람이 없다." 그래서 나는 늘 내 몸에 지닐 수 있는.. 2023. 4. 16.
2023 영화처럼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2023. 3.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