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제천 길 위
2014년 8월 15일, 제천의 뜨거운 길 위에 있었다. 전날의 숙취로 고속버스를 타고 내내 잤다. 연휴라 2시간이면 될 거리가 4시간 가까이 걸렸다. 내려서는 바로 올갱이 해장국을 먹으러 가자고 재촉했다. 국물을 한 숟가락 들이마시니 살 것 같았다. 나름 맛집이었는데, 숙취가 있었던 나만 만족한 맛집이었다. 그릇의 바닥이 보이니 익숙한 흙의 질감이 느껴졌다. 이건 Y언니와 몇 년 전에 왔을 때, 이른 아침, 의림지에서 문을 연 가게를 찾아 한참을 헤맨 뒤 먹은 그 흙의 질감이구나, 생각했다. 그래도 그때는 거의 첫 국물부터 흙이 느껴졌는데, 이렇게 끝무렵에 느껴지는 걸 보니 맛집은 맛집이다, 생각했다. 아, 한여름의 제천이다. 밥을 먹고, 카페인이 필요해 터미널 근처의 눈에 띄는 카페에 들어갔다. 인테..
2014. 9.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