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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 매큐언3

체실 비치에서 - 서늘하고 아득한 이언 매큐언의 결말 책을 다 읽고 양장 위에 덮여진 파아란 표지를 빼냈다. 4면으로 접혀져 있었던 표지가 하나로 이어지면서 푸른 체실비치 풍경이 길다랗게 펼쳐졌다. 아니, 푸르다는 표현으로 부족하다. 뭐랄까. 아득해지는 빛깔이랄까. 책을 다 읽고 나서 이 표지를 펼쳐 보면 누구라도 마음이 아릴게 분명하다. 해가 거의 진 후, 바닷가에 홀로 서 있으면 이런 느낌일까. 서글프다는 말로도, 시리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아득하다는 말로도, 저리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저기 앞에 하늘하늘 걸어가는 여인. 플로렌스. 나는 에드워드 대신 그 뒷모습에 대고 그녀의 이름을 크게 부르고 단번에 달려가 말해주고 싶다. 당신 마음은 그게 아니잖아요. 에드워드 마음도 그게 아니예요. 이렇게 끝내고 평생 후회 안 할 자신 있어요? 하지만 소설은 그렇게.. 2008. 4. 14.
속죄 - 누구를 위한 속죄인가 속죄 이언 매큐언 지음, 한정아 옮김/문학동네 영화가 개봉한 뒤에 붙여진 띠지일 거다. 영화를 보고 급히 주문한 의 띠지에는 의 포스터가 새겨져 있었다. 보통 책을 읽는 데 걸리적거려서 띠지는 책꽂이로 사용하거나 그냥 버려 버린다. 의 띠지는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다. 유명한 소설가와 어느 신문사의 극찬 문구와 함께 있었던 한 독자의 문구. '통곡하듯 울렸던 10월의 어느 가을 아침 9시', '문자 그대로 걸핏하면 울었다'. 이 문장들 그대로 를 읽어 내려가고 싶었다. 책 표지에는 얼룩진 컵받침같은 무늬가 나뭇잎 사이로 새겨져 있었다. 소설을 읽는 내내 후회했다. 영화를 먼저 보지 말았어야 했는데. 영화를 상당히 '좋게' 먼저 봐버린 내 머릿속에는 이미 등장인물의 체형과 얼굴, 옷들까지도 생생하게 그려.. 2008. 3. 11.
암스테르담 - 누가 그들이 틀렸다고 비난할 수 있겠는가? 암스테르담 이언 매큐언 지음, 박경희 옮김/Media2.0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큰 수확은 작가 이언 매큐언을 알게 되었다는 것. 마지막 장을 덮고 앞 표지에 씌여진 작가 소개를 다시 읽었다. 48년생의 영국 출신 작가. 서머싯 몸 상을 수상한 작가. 으로는 부커상을 받은 작가. 곧 그의 다른 작품 을 원작으로 한 영화 가 국내 개봉 예정인 작가. 표지 그림에는 매력적인 여인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사진기 한 대. 이 여인의 이름은 몰리. 소설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모두 이 여인으로부터 비롯된다. 소설의 주인공인 두 남자, 클라이브와 버넌은 이 여인을 열렬히 사랑한 적이 있었고, 소설의 결말은 모두 이 여인이 찍은 사진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아니, 사실 그렇다고 말할 수도 없다. 모든 일이 그렇듯 근.. 2008. 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