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라4 여섯번째 봄 동생이 산낙지가 먹고 싶다고 했다. 나는 오늘부터 다이어트를 결심했지만 (매일 결심한다), 아직 해가 지지 않았으니 그러자고 했다. 야외 테이블에 앉았다. 산낙지 한 접시랑 맥주 한 병을 시켰다. 동생의 유럽 얘기, 회사 얘기가 이어지다, 나의 생일날 이야기가 이어졌다. 동생은 그때 파리에 있었고, 그곳에서 미역국 이모티콘을 보내줬다. 내가 말했다. 역시 좋았어, 라고. 동생이 말했다. 지금 짝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던데. "마흔 여덟살이 되었어요." 이소라가 말했다. 이천십육년 오월 이십칠일에. 나는 서른 일곱살이 되었다. 서른 일곱살의 생일날, 나는 꿈꿨던 대로, 별일없이, 이소라의 공연장에 혼자 앉아 있었다. 공연은 여덟시를 조금 넘은 시간에 시작됐다. 무대에 긴 별빛을 닮은 장식물이 내려왔다. 그 안.. 2016. 6. 1. 나를 보내지 마 함께 책을 읽는 친구가 있다. 먼저 읽으면 좋은 책을 읽었다며 선물해주기도 하고, 좋은 책일 것 같은 예감이 마구 드는 책은 처음부터 함께 읽기도 하고. 그렇게 읽고 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지난 가을, 친구가 물었다. 혹시 읽었어? 아니. 다음에 만날 때 선물할게. 친구가 가지고 나온 책은 였다. 하지만 나를 버리지 마, 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야기였다. 복제인간의 이야기를 지금 이 땅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복제인간 이야기지만, 지금의 우리 이야기이기도 한 이야기. 추석 연휴에 이 책을 읽었다. 서울에서 장유까지 가는 버스 안에서 다 읽었다. 좋아하는 음악들이 랜덤으로 이어폰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낮이었다. 다행히 차는 막히지 않았다. 여러 개의 터널을 지나는 중이었다. 이어폰에서 이.. 2015. 12. 22. 이소라, 다섯번째 봄. 아멘. 수많은 밤을 남 모르게 별을 헤며 날 위로해 강해지길 기도하고 지나간 이별로 울기도해 날 떠난 그댄 잘 있는지 다가올 만남을 빌기도 해 끝이 없는 미련들 소리없는 바람들 나의 어둠 속에 빛 되도록 날이 가기 전에 별이 지기 전에 나의 방황을 나의 가난을 별에 기도해 다 잊기로 해 나의 욕망을 나의 절망을 다 잊기로 해 나를 믿기로 해 아멘 * 그녀와 나의 두번째 봄. 그녀가 살아주어서 다행이다. 그녀와 사랑하고, 그녀와 이별해 준 모든 사람들에게 고맙다. 아멘. 2012. 5. 26. 이소라는 진짜다 이소라가 돌아왔습니다. 채널을 돌리다보니 이소라와 성시경이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는 거예요. 윤도현의 러브레터 무대 위에서요. 콘서트 홍보 겸 나온 것 같은데. 뉴스 기사를 통해서 날씬해진 그녀의 모습을 봤지만 왠지 어색하네요. 정말 살이 많이 빠졌네요. 그래도 그대로네요. 노래를 부를 때 찡그리는 표정, 음성, 촉촉해지는 눈빛까지요. 러브레터 이전에 프로포즈가 있었잖아요. 이소라의 프로포즈. 이 무대 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특이한 웃음소리를 내면서 하하하하 웃어대고, 두 눈을 꼭 감고 노래하던 모습이 떠올라요. 아, 반가워요. 소라씨. 내년이면 벌써 마흔이라면서, 참 많이도 살아왔다면서, 이 무대에 나와서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들을 생각해봤는데 꽤 있어서 내가 헛 산 게 아니였다고 생각되었다면서, .. 2007. 12. 1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