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의 없음1 배수아 30.06.10 그가 알고 있는 슬픔 중에는, 이른 아침 막 깨어났을 때의, 준비되지 않았으면서 아무런 방어도 없이 만나게 되는 그런 슬픔이 가장 시적이었다. 창밖에는 새가 울고 입안에는 비린내나는 눈물이 가득 찼으며 아주 멀리서 자동차의 소음이 이제 막 시작했다는 듯이 그렇게 들려오고 창 아래로 난 길에는 이른 시간에 일하러 가는 사람들의 자박거리는 발걸음 소리, 부엌에서는 개가 신음하고 나뭇잎과 햇빛과 바람, 발코니의 꽃들은 어제와 조금도 다름이 없는데 그는 침대 속에서 몸을 웅크린 채 마치 그가 바로 어제 심장이 쨍 하고 깨어질 만큼 치유되지 못할 슬픔을 가졌는데 오랜 잠 때문에 그 일을 잊어버리고, 마치 종이가 물속에서 녹아버리듯이 자기 자신마저 잊어버리고, 망각의 강을 따라 먼 곳으로, 더 먼 곳으로 흘러 여기.. 2010. 7. 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