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지리산
집으로 돌아와 지리산에서 찍었던 사진들을 꺼내 보는데, 왼쪽 아래 부분들이 뭔가 이상하다. 렌즈를 잘 닦고 찍었어야 했는데, 볕이 좋아서 렌즈가 뿌연지도 몰랐다. 4월에는 엄마와 지리산에 다녀왔다. 회식 자리에서 누군가 올해 가장 좋았던 일이요, 라고 물었는데, 곰곰이 생각하다 엄마와 함께 있었던 지리산의 주말이라고 말했다. 엄마랑 단둘이 여행을 간 건 처음이라고. 그게 뭐가 특별하게 좋은 일인가요, 라고 이야기하신 분이 잠시 후 말했다. 그러고보니 엄마랑 단둘이 여행 가본 적이 없다고. 정말 특별했겠네요. 우리는 기특하게도 다투지 않았다. 엄마와 나는 맨날 사소한 걸로 상처주고, 기분 상해하고, 속상해하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기분 좋게 이틀을 보냈다. 낯선 길을 함께 걷고,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 좋은..
2014. 5. 17.
시월의 산내
새벽에 천둥소리가 들렸다. 비가 온다더니 많이 올 건가 보다, 생각하며 다시 잠들었다. 다시 새벽, 맞춰놓은 알람이 울리고, 계속 껐다. 여섯 시 즈음의 알람을 끄지 않고 계속 두었더니 동생이 시끄럽다고 좀 끄라고 한다. 알람을 끄고, 동생한테 언니 오늘 회사 안 나간다. 알아서 일어나, 하니 동생이 진짜? 하며 벌떡 일어난다. 내가 일어나서 부시럭거리며 준비를 하기 시작하면 동생이 일어날 시간. 동생에겐 내가 알람이다. 주말동안 계속 몸을 움직여, 늦잠을 잤다. 일어나서 케이블에서 해 주는 무한도전도 보고, 영화 소개 프로그램도 보고 뒹굴거리다 빨래를 돌리고, 밥을 먹었다. 타이니 팜 밭에 딸기를 거둬들이고, 당나귀와 점박이 돼지, 점박이 염소들에게 먹이를 주고, 검은 닭에게 애정을 줬다. 그리고 오늘..
2012. 11.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