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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7

심야식당 4 - 가을비 내리는 심야식당 비님이 내려주시니 맥주를 샀다. 집에 들어와서는 흰옷들은 손빨래하고, 새로 산 청바지는 세탁기에 돌렸다. 싸구려 옷이라 세탁기에 새파란 물이 가득 했다. 친구는 다음달이 상경한 지 1년이 된다고 문자를 보냈다. 왕십리 버스 정거장에서 시린 발을 동동 구르며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다 방을 보러 갔던 때가 엊그제같은데. 그 문자를 받자마다 다음 달의 날씨가 짐작됐다. 가을비가 이렇게 몇 번 더 내리면, 겨울이 올테지. 그러면 버스 정거장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계절이 오겠지. 설거지를 하고, 화장을 지우고, 씻었다. 형광등을 끄고 스탠드를 켰다. 맥주를 (물론 카스다) 한 잔 거품나게 콸콸 따르고 책상 앞에 앉았다. 아, 좋구나. 화요일 밤이다. 은 변함이 없었다. 마스터도 그대로고, .. 2009. 10. 13.
심야식당 2 - 이게 진짜 사일런트 나이트지 심야식당 2 아베 야로 지음/미우(대원씨아이) 언젠가의 크리스마스 이브. 단골들이 모두 심야식당에 모여 있다. 모두들 각자의 메뉴를 먹으며 크리스마스 따위,라며 볼멘소리를 해댄다. 거리의 커플들 때문에, 불교신자라서, 가난한 어린시절 때문에 크리스마스 이브가 더이상 기다려지지 않는 사람들. 모두들 산타를 믿지 않는 어른이 되어버렸다. 그런 그들 앞에 '오늘'만큼은 산타가 나타난다. 우리의 조폭 류씨. 그가 선물로 받은 게를 품 안에 가득 들고 나타났다. 마스터는 오늘은 화끈하게 게를 구워먹어볼까요, 말한다. 산타를 믿지 않는 어른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고. 게가 노릇노릇하게 구워지고, 그 냄새가 식당 가득 퍼지고, 모두들 더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분위기. 그만하고 빨리 달라고 난리들이시다. 그리고 게를.. 2009. 4. 25.
심야식당 -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여는 식당 심야식당 아베 야로 지음/미우(대원씨아이) 언니는 터키로 여행을 간다고 했다. 그러니까 언니가 터키에 가기 전, 겨울의 홍대에서 우리는 만났다. 그 날 우리는 소문난 맛집 앞에서 몇 십분을 기다린 뒤, 일본식 덮밥을 먹었고, 튀김을 파는 술집에서 맥주와 바삭바삭한 튀김을 안주 삼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 날, 언니가 내게 추천해준 책이다. 언니도 아직 보지 못했는데, 좋다더라는 말을 듣고 내게 추천해줬다. 언니는 항상 무슨 이야기를 하기 전에 내 이름을 길-게, 끈적하게 부른다. 아무개야. 심야식당이라는 만화책이 있대. 밤 12시부터 아침이 될 때까지만 여는 식당인 거야. 세상사에 지친 사람들이 위로를 받고 가는 곳이래. 이런 식으로 말했던 것 같다, 언니는. 겨울의 일이니까 정확하게 기억이 안 .. 2009. 4. 20.
열네 살 - 나의 타임리프 열네 살 1 다니구치 지로 지음/샘터사 꽃이 지기 전 열네 살의 몸으로 돌아간 의 2권, 127페이지에는 내가 이 책을 보면서 제일 좋아한 그림이 있다. 48살에 일과 일상에 지친 중년의 남자가 어느 날 잘못 탄 기차를 타고 돌아간 열네 살이라는 역. 그 역에 발을 내딛는 순간, 48살의 술과 스트레스에 찌든 지친 몸의 주인공 나카하라는 14살의 가볍고 젊고 부드러운 몸이 된다. 타임리프. 열넷의 몸은 어색하고, 지금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젊은 모습도 낯설고, 어느 날 실종되어버린 아버지의 변함없는 모습에 눈물이 핑 도는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시간 이동. 그리고 127페이지. 어느새 열넷, 싱그런 자신의 몸에 익숙해진 나카하라가 한 여름의 바다에 뛰어들어 흥분한 몸을 식히고, 바다 위에 둥둥 몸을 띄워 자.. 2008. 7. 7.
푸른 알약 - 거리에서 흰 코뿔소와 마주칠 확률 푸른알약 프레데릭 페테르스 지음, 유영 옮김/세미콜론 꽤 오래되었어요. 을 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거요. 'TV, 책을 말하다'에 한창 빠져있던 때 소개되었던 만화책이였어요. 실제 작가 자신의 경험이 고스란히 들어간 작품이여서 충격적이었고 유럽에서 인기도 꽤 끌었다고 해요. 내용이 에이즈에 걸린 여자와 사랑에 빠진 이야기거든요. 여자의 전 남편 사이에 태어난 아이도 에이즈에 걸렸구요. 그러니까 '어느 날 사랑에 빠졌는데 그녀와 그녀의 아이가 에이즈라고 한다. 그런 하찮은 에이즈따위는 우리 사랑에 아무런 장애가 되지 못한다. 이렇게 견고한 우리들의 사랑을 보라.' 이런 내용은 절대 아니구요. 작가임이 분명한 이 만화책 속의 주인공 남자는 자신이 사랑에 빠진 여자가 에이즈라는 사실을 알고 주위가 깜깜해지면서 심.. 2008. 1. 13.
식객2 - 휴일 아침 아빠의 토스트 식객 2 허영만 지음/김영사 어릴 때 아빠는 우리 세자매를 위해서 가끔 토스트를 구워 주셨다. 일요일 아침, 겨우 눈을 비비고 잠에서 깨어나면 집 안에 울리는 마가린냄새. 아빠의 토스트는 별 게 없다. 마가린 가득 빵에 발라서 구워내고, 계란 하나를 깨뜨려 지글지글 후라이를 만들고, 빵 사이에 계란을 넣고 정확하게 4등분으로 나눈다. 접시 한 쪽에 마가린을 조금 퍼 담으면 끝. 요 간단하고 기름기 넘치는 토스트를 우리는 정말 좋아라했다. 그때도 그러했고 지금도 그런 것이 똑같은 요리법으로 우리가 만들어내면 그 때 그 맛이 안 난다. 아무리 마가린을 퍼 부어도 그 맛이 나오지 않는다. 잠옷바람으로 마가린 냄새에 취해 아빠의 정성에 취해 먹어댔던 느끼한 토스트 한 조각. 누구에게나 잊을 수 없는 음식이 있다.. 2007. 7.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