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어공주 - 너는, 알리사
(스포일러 있어요) 이 영화의 마지막에 이런 장면이 있어요. 사랑하는 사람이 죽지 않아 다행인, 우리의 인어공주, 알리사가 기분이 막 좋아져서 싱글벙글 도시의 거리를 빠른 걸음으로 질주해요. 걷는데 뛰는 것과 비슷한 속도 있죠? 기분이 막 좋으면 그러잖아요. 뛰기엔 숨차고, 걷는건 너무 느려 참을 수 없는 거죠. 거긴 도시니까, 많은 사람들이 알리사를 스쳐 지나가요. 어깨를 부딪치기도 하고. 영화를 보고 나왔는데, 너무 우울해진 거예요. 우린 분명 아주 발랄하고 귀여운 인어공주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비루한 현실이 녹록히 보이는, 인어공주가 사라지고 남은 바다의 거품같이 우울한 이야기였어요. 그래서 그날 밤, 잠들기 전 영화의 그 장면을 다시 떠올려 본 거예요. 도시의 거리를 기분 좋게 질주하..
2008. 1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