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희3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 이렇게 남쪽 나라에서 보낸 나의 겨울은 따뜻했다. 그 200일 동안 긴장을 풀고, 서두르지 않고, 마치 현지인이라도 된 듯 슬렁슬렁 돌아다녔다. 매일 산책을 했고, 책도 많이 읽었고, 제법 글을 쓰기도 했다. 만날 사람도 없고, 할 일도 적다 보니 나 자신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다. 고요히 호흡을 고름으로써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필요한 에너지를 채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서울에서보다 생활비가 훨씬 적게 든 건 물론이다. 일상보다 설레고, 여행보다 편안한 날들이었다. 앞으로도 계속 겨울이 오면 따뜻한 남쪽 나라를 찾아가는 삶의 방식을 고수하게 될 것 같다. 여행과 일상의 중간지대에 머물며 덜 쓰고 덜 갖되 더 충만한 시간을 보내면 어떨까. 미디어와 인터넷의 발달은 모두가 같은 곳을 찾아가 같은 것을 소.. 2016. 2. 28. 김남희가 매혹된 라틴아메리카 사랑에 빠진 아이가 있다. 최근에. 그 애는 순식간에 그 사람에게 빠졌다. 좋아하게 됐다. 그래서 그 사람에게 전화가 오면 전화를 받자마자 웃고, 늘 그 사람 생각을 한다. 왜 그 사람은 나한테 이 말을 하지 않을까? 그 사람은 나를 안 좋아하나봐. 나를 마주할 때마다 그 사람 이야기 뿐이다. 그 사람을 만나고부터 밤에 잠을 잘 못 자고, 입맛도 없어졌단다. 주말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 예쁜 집에서 살고 싶어졌어, 라며 청소를 하기 시작하기도 한다. 평소에 절대 청소를 하지 않는 아이가. 사랑의 힘은 이런 거구나. 긍정적인 기운이 그 아이 주위에 가득했다. 그래, 연애, 해 볼만 한 거구나 생각했다. 아이가 사랑에 빠진 동안 이 책들을 읽었다. 김남희가 1년 동안 라틴 아메리카를 여행하고 온 얘기. 그 책.. 2014. 12. 4. 일본의 걷고 싶은 길 - 2011년 추석책 일본의 걷고 싶은 길 2 : 규슈.시코쿠 김남희 지음/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숙소로 돌아와 이자카야에서 저녁을 먹고, 다시 온천욕탕으로 들어간다. 밤의 노천탕을 혼자서 즐긴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고개를 드니 별들이 초롱초롱 빛난다. 여행의 마지막 밤이 깊어간다. - p.48 이 구절은 고성의 고향집에서 읽은 것. 그녀는 규슈의 유후인에 있었다. 산행을 마치고 온천에 들어가 몸을 녹이고 있는 그녀의 노곤하고도 행복한 기분을 상상해봤다. 머리 위로 별이 총총하고, 혼자인 밤. 나는 수첩에 '유후인'이라고 적는다. 언젠가 가 보아야지 생각한다.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많고, 따뜻한 온천수가 흘러들어 물안개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호수가 있는 마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사랑하는 마을. 센과 치히로와 .. 2011. 9. 1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