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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
    서재를쌓다 2016. 2. 28. 22:38

     

     

     

       이렇게 남쪽 나라에서 보낸 나의 겨울은 따뜻했다. 그 200일 동안 긴장을 풀고, 서두르지 않고, 마치 현지인이라도 된 듯 슬렁슬렁 돌아다녔다. 매일 산책을 했고, 책도 많이 읽었고, 제법 글을 쓰기도 했다. 만날 사람도 없고, 할 일도 적다 보니 나 자신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다. 고요히 호흡을 고름으로써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필요한 에너지를 채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서울에서보다 생활비가 훨씬 적게 든 건 물론이다. 일상보다 설레고, 여행보다 편안한 날들이었다. 앞으로도 계속 겨울이 오면 따뜻한 남쪽 나라를 찾아가는 삶의 방식을 고수하게 될 것 같다. 여행과 일상의 중간지대에 머물며 덜 쓰고 덜 갖되 더 충만한 시간을 보내면 어떨까.

     

       미디어와 인터넷의 발달은 모두가 같은 곳을 찾아가 같은 것을 소비하고, 같은 사진을 찍고, 같은 방식으로 여행하게끔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나만의 여행법을 찾아 조심스럽게 두리번거리는 여행자가 있다고 믿는다. 자기만의 속도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좇아 떠나는 여행, 여행 안에 여백을 두는 여행, 무엇보다 여행지의 삶과 사람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여행...

     

       비싼 여행비를 감당할 수 없는 가난한 20대의 청춘들이, 살아남기 위해 달려왔지만 이렇게 계속 살아도 되는 건가 가끔씩 두려워지는 30대와 40대가, 아이가 성장하거나 직장에서 은퇴해 이제야 겨우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된 50대와 60대가, 여전히 젊은 정신을 간직한 70대와 80대가 이 책을 읽고 떠날 수 있다면, 그래서 저마다의 따뜻한 남쪽 나라를 경험할 수 있다면, 나에게도 이 길을 계속 갈 수 있는 힘이 생겨날 것 같다.

    - p. 8-9, 프롤로그

     

     

        지난 남미 이야기에 실망을 한 부분이 있어, 따뜻한 남쪽 나라 이야기를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시 망설였는데, 표지의 바다빛깔이 너무 고아서 바로 주문했더랬다. 이번 여행기는 프롤로그에서부터 마음에 들었다. 서울의 추위를 피해 떠난 남쪽 나라에서 걷고, 먹고, 생각하고, 만난 이야기들. 특히 치앙마이에서는 E언니가 내가 좋아할 것 같다고 추천해준 블로그의 주인장이 등장해서 깜짝 놀랬다. 그녀는 말도 잘 통하지 않는 태국 남자와 만나 단번에 사랑에 빠졌고, 그 남자의 나라에서 아이 셋을 낳고 살아가고 있는 강하면서도 고요한 사람. 영화 <수영장>의 촬영지였던 호시아나 빌리지 이야기도 나온다. 언젠가 치앙마이에 가게 되면 이 두 곳에서 묵어보고 싶다.

     

        올해 여름휴가를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 중이다. 하반기에 또 팀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여름성수기 전에 다녀와야 할 것 같은데, 어디가 좋을까. 아직 형편없지만 일본어를 배우고 있으니 써 볼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기도 하고, 일본은 여러 번 갔으니 가본적 없는 이국적인 곳으로 가고 싶기도 하고. 일단 교토 한 곳에서 느긋하게 머무는 여행을 생각하고 있다. 혼자서 이국에서 생일을 보내보는 것도 생각중이다. 교토의 이곳저곳을 아기자기한 일러스트와 함께 소개한 책자가 있어 주문해놓았는데, 지금 실력으로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디가 될지 모르겠지만 가게 되면 한 곳에서 오래 머물고 싶다. 김남희처럼 하루정도 그 나라 전통음식을 배워볼 수 있는 요리수업도 꼭 한번 들어보고 싶다. 이런저런 꿈들을 꾸어본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여행은 익숙했던 상대를 재발견하게 만든다. 내 안에 단단하게 굳어있던 상대에 대한 이미지를 녹여준다. 엄마와 함께 여행을 떠나오다니, 참 잘했다. -p.29

     

      내 이름은 그의 추억 속에 잠시 머물 것이다. 서치의 이름도 그럴 것이다. 아마도 우리는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 것이다.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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