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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 책나누기 21 2011.06.29
  2. 여기는 대구 3 2011.06.24
  3. 나의사랑너의사랑칭따오 12 2011.06.08
  4. 5월 26일, 오늘의 일기 3 2011.05.27
  5. 초여름 2011.05.16
  6. 부처님 오신 날 2 2011.05.10
  7. 안녕, 3 2011.04.27
  8. 오늘의 쇼핑 2 2011.03.30
  9. 삼월 마지막 일요일 3 2011.03.27
  10. 1월 11일, 어제의 레시피 2 2011.01.11

2011 책나누기

from 모퉁이다방 2011. 6. 29. 12:03
조금씩 책 정리하고 있어요.
직접 산 책은 중고샵에 내어놓고 있는데,
공짜로 얻은 책들도 있어서요.
혹시 필요하신 분 있으시면 댓글 남겨 주세요.
편의점 택배 착불로 보내드릴게요. : D


- 완득이 / 창비
- 지속가능한 딴따라질 / 푸른숲
- 해피해피 스마일 / 민음사
- 그림, 한참을 들여다보다 / 사문난적
- 부엔 까미노 / 소동
- 나는 왜 저항하는가 / 다른
- 뒤에 서는 기쁨 / 좋은생각
- 무서운 그림 2 / 세미콜론
- 의문에 빠진 세계사 / 두리미디어
- 티베트의 즐거운 지혜 / 문학의숲
- 고고학의 즐거움 / 살림
- 사과 하나로 세상을 놀라게 해주겠다 / 소울
-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1 / 민음사
- 꿈꾸는 마리오네뜨 / 창작과비평사
- 맛있는 그림 / 바다출판사
- 내 영혼의 그림여행 / 한겨레출판
- 당신도, 그림처럼 / 앨리스
- 그림 같은 세상 / 아트북스
- 바람이 너를 지나가게 하라 / 문학의숲
- 나를 기억하고 있는 너에게 / 엘컴퍼니
- 서울풍경화집 / 사문난적
- 내 안의 빨강머리앤 / 랜덤하우스
- 그건, 사랑이었네 / 푸른숲

- 사부님 싸부님 1, 2 / 해냄
- 운명 / 다른우리
- 시시포스 / 늘봄
- 이외수 사색상자 / 해냄

[DVD]
- 공공의 적
- 오리지널 씬 / 안젤리나 졸리
- 로빈슨 크루소
- 뚝방전설 / 박건형
- 발리언트
- 발리언트 / 영어학습용인듯.
- 브레이브 / 조니뎁
- 블랙아웃 / 애슐리 주드
- 미스터로빈꼬시기 / 엄정화
- 북경의 55일
- 글래디에이터 두번째 에피소드
- 이중간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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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대구

from 모퉁이다방 2011. 6. 24. 11:12

    수요일에는, 나다에 갔다. 나다가 곧 문을 닫는다고 해서. <트루맛쇼>를 봤다. TV맛집이 다 돈 받고 소개해주는 거고, 거기 나오는 특이한 메뉴들 실제로는 팔고 있지도 않고, 맛있다고 하는 사람들도 다 배우들인 거고, 심지어 대사와 표정까지 다 정해져 있었던 거였고 등등의 이야기. TV맛집이 맛이 없는 건 당연한 이야기라는 다큐멘터리였다. 완전 어이없고 웃기다. 이 영화 MBC에서 상영 못하게 하려고 했다는데, 다 맞는 얘기니까 그렇겠지. 이 영화로 인해서 맛집 방송도 변하고 있다고 한다. TV맛집 허상의 끝장을 보여주는 영화. 박찬일 셰프도 나오신다. 흐흐-

    영화 시작 전, Y언니와 나는 박지성과 박뭐시기(내 자리가 생각이 안나네)의 자리에 앉아서 나다에 대한 추억에 잠겼다. 나다에 대한 추억이 많은데. 한때 나는 나다에 대한 사랑이 충만하여 거금을 내고 유료회원에도 가입하였는데, 영화가 한두달에 한번씩 바뀌는 바람에 별 소용이 없었다. 나다의 마지막 프로포즈는 좋았지. 회원은 공짜였거든. 나다에서 본 영화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영화는 이완 맥그리거가 나왔던 <필로우북>. 영화가 완전 특이했다. 이 야한 영화를 조조로 봤었던 거 같은데. 보고 극장을 나오니 날은 밝고 뭔가 오묘한 기분이었다. 코아아트홀도 없어졌고, 시네코아도 사라졌고, 중앙시네마도 문을 닫았고. 슬프다. 추억이 깃든 공간들이 점점 사라져 버리고 있다. 

    목요일에는, J를 만났다. 소주에, 맥주에, 사케까지 마셔서 오늘 얼굴이며 몸이며 퉁퉁 부었지만 그래도 너와의 술자리는 언제나 즐거워. 오늘 즐겨찾기해 둔 블로그들을 돌아다니다 라자냐님의 '애호박명란젓국' 레시피 발견. 카카오 보냈다. 이 레시피 찾아서 해 먹으라고. 그러니 누가 밥 좀 해줬음 좋겠단 답이 왔다. 난 니가 지금 밥 좀 해 줬음 좋겠어. J네 집에 가는 걸 사람들이 좋아하는데, 그건 J가 사람들을 편하게 해줘서 그렇다. 설거지도 하지 말라고 하지, 맛있는 거는 계속 내오지, 좋아하는 TV프로 다같이 깔깔대면서 볼 수 있지, 맥주도 편하게 마실 수 있지. 너는 사람 마음 편하게 해주는 재주가 있어. 지금 배가 무지 고픈 나는, 니네 집에서 니가 해준 애호박명란젓국에 밥 말아 먹었음 좋겠다. 한그릇 뚝딱 하고 뜨끈뜨근한 다방커피 한 잔 딱 하고, 내가 좋아하는 정형돈이 나오는 무한도전 재방송을 보는 거지. 정형돈-정재형 콤비 완전 좋아.

    오늘, 금요일. 지금 대구에 있다. 어제 술 마시고 늦게 들어왔는데 5시 반에 일어났다. 대충 씻고 선크림 잔뜩 바르고 안경 끼고 커다란 백팩 메고 동생이랑 택시 탔다. 서울역에서 내려서, 김밥 한 줄 사고 던킨 커피도 사고 7시 10분에 출발하는 KTX 탔다. 곡예사 언니가 추천해 준 고흐 전기 책 한 챕터 읽고 바로 꿈나라. 계속 고개가 꺽여서 목 디스크 오는 줄 알았다. 여기는, 대구. 경북지역 호우경보라는데 아직 비는 안 오고 날씨만 흐리다. 내일까지 여기 있어야 하는데, 고흐 책 다 읽고 올라가는 게 목표. 여긴 조용하다. 그리고 배고프다. 흑흑. Y언니가 메고 있던 예쁜 꽃무늬 가방을 사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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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이 익는 동안 조지는 냉장고에서 큰 맥주병 하나를 꺼냈다. 내가 산 알코올 도수 높은 값싼 맥주가 아니라 중국 맥주 칭다오였다. 조지는 내가 상표를 살피는 것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맥주는 바로 그거야. 값이 비싼 게 흠이지만."
    그는 선반에서 유리잔 두 개를 꺼내면서 말했다.
    ( . . . )
    저녁이 준비되자 우리는 맥주잔을 앞에 놓고 식탁에 앉았다. 조지는 식사를 하는 동안 버터를 잘게 썰어 입에 넣었다. 주방 상태 때문에 회의적이었지만 음식은 맛있었다. 나는 그릇을 재빨리 다 비우고 나서 더 담았다.
     사이먼을 축출하는 임무에 신통치 않았지만 그래도 조지가 이런 반응을 보이자 나는 기운을 얻었다. 식사를 마치고 칭다오가 한 병 더 나오는 걸 본 나는 용기를 내서 필터 없는 담배의 남자와 잃어버린 버나드 쇼 책에 대해 털어 놓았다. 예상대로 조지는 화내기보다 즐거워했다.
    ( . . . )
    조지는 나에게 그 남자를 눈여겨보고 그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는 것은 좋지만 다른 걱정은 하지 말라고 했다. 우리는 중국 맥주를 또 한 병 땄다. 그동안 캐나다인다운 주량을 자랑해온 나였지만 지금은 나보다 예순 살 더 많은 사람을 따라잡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자네 취했군." 
   조지가 두 잔을 더 따르면서 소리쳤다. 맥주 거품이 넘쳐 테이블을 적셨다.
    "부끄러워해야 해. 평일 밤에 취하다니."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제레미 머서 지음, 조동섭 옮김/시공사
 - p.129-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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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칭따오 맥주하면 생각나는 책. 이 책 읽는 내내 칭따오 맥주 마시고 싶어 혼났던 기억이 있다. 조지하면 칭따오, 칭따오하면 조지. 월요일에 칭따오 맥주를 원없이 마셨다. 건대에 양꼬치 거리가 있었다. 양고기에 냄새가 난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와, 중국 애들은 이런 꼬치를 그 자리에서 100개 먹는다는 말을 즐겨하는 친구. 친구는 중국에서 공부도 하고, 일도 하다 왔다. 우리는 <희박한 공기 속으로>와 <섀클턴의 위대한 항해>를 함께 읽었고, 일본어 학원을 2개월 같이 다녔다. (나머지 3개월은 무기한 연기 상태. 일본어는 쉬운 줄 알았어요. ㅠ) 거기에 술 마신다고 토익 못 본 철오빠가 합류했다. 토익을 못 보면, 그것도 좋은 점수를 못 따면 회사 잘리는데 용감하게 술을 마시고 장렬한 철오빠. 그는 매주 로또를 산다. 노후에 펜션 지어서 먹고 사는 게 소원인 철오빠. 셋이서 신나게 칭따오 맥주 마셔주고, 자리 이동해서 카스에 맥스 맥주 마셔주고. 그렇게 월요일을 보내니 피곤한 화요일이 왔고, 조금은 설레이는 수요일 밤. (야호! 이번주 목.금 남았다!) 회사에 10키로 넘게 다이어트 한 분이 계신데, 얼굴이 반쪽이다. 아침 조회시간마다 그녀의 얼굴을 본다. 팀장님 목소리 너머로 그녀의 갸름해진 얼굴이 아른거리고. 그 시간마다 다이어트를 결심하건만 맥주의 유혹에 매번 무너지고 마는 나. 오늘도 한 캔 땄다. 그 분 말씀이 다이어트에 술은 적이며, 음식:운동=8:2라고 했는데. 황정민은 방울토마토와 물만으로 버티다 20키로를 뺐다 하고. 머리카락도 빠졌다지. 안돼. 내 머리카락. 이러는 수요일 밤이다. 비님도 왔다 갔다 해 주시고. 양꼬치 또 먹고 싶다. 경성양육관 기다리셈. 내 생애 최고의 양꼬치였다. 진짜 맛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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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길어 지니 그냥 집에 들어가질 못하겠다. 날이 너무 밝아서 꼭 뭔가를 더 해야만 할 것 같다. 월요일에는 중랑천을 1시간 넘게 걸었고, 화요일은 친구들이랑 치킨과 맥주를 먹어주었고, 흠- 수요일에는 너무 피곤해서 집에 바로 와서 씻고 누웠다. 최고의 사랑도 못 보고 잠들었다는. 오늘은 강연회에 다녀왔다. 변영주, 김태용, 이해영 감독의 강연회가 홍대에서 있었다. 인권센터 건립을 위한 강연회. 여러 이야기들이 오고갔지만 제일 인상깊고, 좋아서 마음에 담아두었던 말. 이해영 감독이 <페스티발> 흥행에 실패하고 우울해할 때 변영주 감독이 해주었던 말이란다. 지금 많이 힘들겠지만, 너에겐 앞으로 이것보다 더 힘든 일들이 있을 거라고. 너는 흥행 영화도 못 만들거고, 영화사에 길이 남을 훌륭한 영화도 못 만들거라고. 그렇지만 그 옆에 내가 있을 거라고. 너보다 더 힘든 내가 옆에 계속 있을 거라고. 강연회장을 나와서 한 정거장 걸었다. 저 말. 이해영 감독은 살면서 저런 위로 혹은 위안 혹은 격려 혹은 저주의 말은 처음 들어봤다고 했다. 정말 좋았다고, 아주 큰 힘이 되었다고 했다. 나도 저 말, 정말 좋다. 내게 해 준 말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힘이 된다. 아, 저 세 분의 <시네마 천국> 다시 봤음 좋겠다. 일요일의 즐거움이었는데. 오늘의 일기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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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from 모퉁이다방 2011. 5. 16. 22:50

    <나는 가수다>를 보고 있다. 이소라의 '사랑이야'. 어쩜 저러지. 이소라가 사랑이야, 라고 하니까 어찌해야할 줄을 모르겠다. 사랑이야, 사랑이야. 일요일, 이소라가 이 노래를 부를 즈음 나는 대학로에 있었다. 작은 카페의 테라스에 앉아서 또 다른 사랑이야,를 듣고 있었다. 그 아이는 생애 처음으로 사랑을 시작했다. 어쩜 이러지. 이렇게 좋은 날에 시작하는 사랑이라니. 늘 혼자만 좋아했었는데, 이제 둘이 동시에 좋아하게 됐다. 그 사랑이야,를 듣는데 내가 더 설레였다. 이렇게 좋은 날에 시작하는 사랑은 어떨까. 나는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그 아이는 레몬에이드를 마시는 일요일 저녁. 우리는 한참을 마주보고 앉아 그 사랑 이야기를 하다가 좋은 마음으로 일찍 들어가서 푹 자자며 헤어졌다. 돌아오는 길에 좋아하는 비누를 샀다. 아, 내가 좋아하는 초여름. 이번 여름에는 잊지 않고 <와니와 준하>도 보고, <사랑을 놓치다>도 봐야지. 이번 주말에는 좋은 사람들만 만났다. 그리고 좋은 이야기들을 나눴다. 그래서 나는 꽤 힘이 났다. 나는 그런데, 당신도 그랬으면 좋겠다. 정말로. 요즘 버스를 자주 타고 있는데, 날씨가 너무 좋아서 버스 안에 바람을 맞으며 앉아 있는 내 모습이 근사하게 느껴질 정도다. 버스 안에서는 김연우의 노래를 많이 듣고 있다. 내일은 내가 격하게 아끼는 토마스 쿡의 새 앨범 나오는 날. 신난다. 신난다아.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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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 날

from 모퉁이다방 2011. 5. 10. 22:29

     
    봄이 오면 하고 싶은 일이 세 가지 있었다. 하나는 벚꽃 필 적에 관광버스 타고 꽃구경 가는 것. 또 하나는 전주영화제 가서 볕 좋은 날 산책하는 것. 마지막 하나는 길상사에 가는 것. 딱 하나만 했다. 부처님 오신 날, 오늘, 길상사에 갔다. 버스에서 내려 성북동 골목길을 따라, 작년 겨울에 갔던 그 길을 따라 길상사에 갔다. 해가 있을 때 가서 해가 지고 달이 뜰 때까지 있었다. 연등도 하나 달았다. 가족들 이름을 나란히 쓰고 모두 건강하길 바란다고 썼다. 그 연등에 불이 밝혀지는 것도 봤다. 연등을 밝힘으로써 얻게 되는 8가지 공덕 중에 '두려움이 없어지며'가 있었다. 내 두려움이 없어지길 바라며. 김창완 아저씨가 기타치고 노래부르는 걸 뒤로 하고 성북동 길을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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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from 모퉁이다방 2011. 4. 27. 00:07

물 / 김숨
풀밭 위의 식사 / 전경린
골든 슬럼버 / 아시카 코타로
절망의 구 / 김이환
고백 / 미나토 가나에
무더운 여름 / 위화
100% 스무살 / 김수현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 다나베 세이코
속죄 / 미나토 가나에
너는 모른다 / 정이현
커버 투 커버 / 로버트 크레이그 o
서툰 여행 / 최반 o
커피가 사랑에게 말했다 / 윤건 o
슬롯 / 신경진
열두 명의 연인과 그 옆 사람 / 윤대녕
일곱 개의 별을 요리하다 / 에드워드 권 o
딸과 떠나는 국보 건축 기행 / 이용재 o
운명 / 임레 케르테스
시시포스 / 프랑수와 라슐린느
로버 랜덤 / 씨앗을뿌리는사람 o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 제레미 머서 o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공지영
여행자 하이델베르크 / 김영하
미실 / 김별아
도쿄타워 / 에쿠니 가오리
세월 / 마이클 커닝햄
지속가능한 딴따라질 / 붕가붕가레코드 o
유렵의 책마을을 가다 / 생각의나무
부엔 까미노 / 소동
서툰 여행 / 안그라픽스 o
도쿄 타워 / 릴리 프랭키
완득이 / 김려령
맛에 빠진 록스타 / 알렉스 카프라노스
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 / 최영미
우리절에서 역사적으로 쉬고 오다 / 이호일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 카타야마 쿄이치
당신도, 그림처럼 / 이주은
LIFE / 이이지마 나미
사부님 싸부님 1, 2 / 이외수
때로는 나에게 쉼표 / 정영
나를 기억하고 있는 너에게 / 윤상
울 준비는 되어 있다 / 에쿠니 가오리
오프 잡지 홍콩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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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쇼핑

from 모퉁이다방 2011. 3. 30. 22:00

   합정역에서 내려 나의 산책코스를 따라 걸었다. 지난주 금요일에 토끼의 지혜에 갔는데, 거기서 마신 드립커피가 너무 맛있었다. 내 산책코스에 커피 로스팅하는 곳이 있다. 네이버에서 커피 이름 검색하고 가니, 매장 이전. 다시 홍대에서 합정역까지 걸었다. 내가 반했던 커피는 코스타니카인데, 보니까 선물하기에 좋은 커피라고 쓰여져 있었다. 가벼운 맛이라고. 제일 작은 양이 100g이란다. 가방에 넣고 걷는데 가방 안에서 커피 내음이 폴폴. 친구가 큼지막한 텀블러도 선물해줬다. 아침에 커피 내리고 지하철 타야지. 요즘 만성피로다. 커피를 마셔야 잠이 깨는 것 같다니까.

   사가정역에 내려서는 오랜만에 마트 쇼핑을 했다. 집에 카레가루가 있으니까, 카레재료를 샀다. 감자를 사고, 당근을 사고, 양파를 샀다. 세일하는 양송이 버섯과 깐새우도 샀다. 아사히 캔맥주도 하나 사고, 카스 캔맥주도 하나 샀다. 하나에 천원하는 월병도 4개 샀다. 드라마 <신참자>에서 가가 형사님께서 그러신다. 단 걸 먹으면 머리 회전이 빨라진다고. <신참자>는 니혼바시라는 지역에서 일어난 한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의 뒷이야기라고 할까, 소소하고 따스한 추리물인데 니혼바시의 먹을 것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것들이 니혼바시의 명물 맞겠지?) 센베이, 닌교야키, 붕어빵 등등. 닌교야키는 마지막까지 계속 등장하는데 (지금 10회 초반 보고 있음) 진짜 먹고 싶어 죽겠다. 아직 가가 형사님은 줄서서 먹어야 제 맛인 붕어빵은 먹지 못한 상태. 드라마 보고 튼실한 붕어빵이 너무 먹고 싶어졌다. 내일 을지로에서 내려서 사가지고 학원 가야겠다. 명동에서 비슷한 걸 파는 걸 봤거든.

   집에 와서는 옷 갈아 입고 카레를 만들기 시작했다. 양파를 썰고, 감자를 썰고, 당근은 아주 잘게 썰었다. 양송이 버섯도 썰고, 새우는 찬물에 씻었다. 냄비에 포도씨유를 두르고, 양파를 볶고, 감자를 볶고, 버섯을 볶았다. 당근을 넣고, 새우도 넣었다. 맛있는 냄새가 집 안 가득 퍼질 정도로 볶고나서 작은 컵 3개 반 분량의 물을 넣었다. 씻고 나오니 재료들이 다 익었다. 백세카레 약간 매운 맛 스프를 조금씩 뿌려주면서 저어줬다. 잡곡은 넣지 않고 흰쌀만 씻었다. 11시가 되면 취사 버튼을 눌러야지. 이게 바로 어제의 카레. 요즘 일본어를 배우고 있으니까, 키노루노카레데쓰. 어제의 카레가 더 맛있으니까, 내일 아침에 먹으면 완전 맛있을 거야. 이거 먹으려면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한다. 오늘 일찍 자야지. 

    그리고 맥주 한 잔하고 있다. 오늘 훈제치즈를 선물 받았거든. 저번에 술자리에서 먹었는데, 놀라운 맛이었다. 너무 맛있었는데 안주로 나온 양이 너무 작아서 아껴 먹었었다. 그때 내가 너무 좋아했던 걸 기억하는 분이 아침에 책상 위에 하늘색 리본 묶어서 예쁘게 놓아두셨더라. 그러니까 지금 아사히 맥주에 훈제 치즈 먹고 있다는 말씀. 이 놀라운 맛. 오늘의 만족스러운 쇼핑 끝. 내일은 조금 얇은 옷을 입어야겠다. 어느새 봄이 훌쩍, 아니 여름이 훌쩍 다가왔다. 조금 더 밝게, 조금 더 행복하게. 그렇게 지내보자. 응. 그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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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들 어떻게 살고 있을까. 겨울이 계속되어서 그런가. 봄이 오지 않아서 그런가. 기운도 없고, 재미도 없다. 오늘도 영화 보러 가려고 오전부터 마음 먹고 있었는데, 자고 또 자다가 놓쳤다. <나는 가수다>를 보고 9시 반 영화를 보려고 나섰는데, 비가 온다. 우산도 안 가져온지라 보지 말라는 뜻인가 보다하고 다시 돌아왔다. <나는 가수다>는, 지난주 방송 보고 실망했다고 많이 욕했지만, 어찌되었건 첫회부터 빠짐없이 보아왔다. 그리고 매번 울었다. 첫회에는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를 듣고, 이번에는 김건모의 떨리는 손을 보고. 얼마나 긴장을 하며 노래 부르는 내내 파르르 손이 떨릴까. 세상에 뭐든 쉬운 일이 없겠지만, 남들 앞에 서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정말 힘들겠다 생각했다. 오늘 방송은, 정말 좋았다. 보는 나도 엄청 긴장되서. 다음 주엔 이소라를 보러 갈 수 있을까.

    일본 드라마 <신참자>를 보고 있고, 학원에서 일본어를 배우고 있다. 공부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서 하루 아침에 유창해지길 원하는 나일롱 학생. 우연히 집에 미나토 카나에의 책이 있는 걸 알았다. 이거 분명 누가 나한테 읽으라고 준 거 같은데, 기억이 안 난다. Y언니인가. 기억력이 점점. ㅠ 그런데 <고백>이랑 비슷한 분위기와 구성이라 실망하면서 읽고 있다. 드라마는 <로얄 패밀리>가 재밌다길래 챙겨보려고 하는데 벌써 8회더라. 어떻게 따라잡지. 오늘 영화를 못 봤으니 다음주 주말에 볼 영화가 두 편이다. 다음 주엔 <고백>이 개봉하니까. 두 편 다 놓치지 말아야 하는데. 마음을 흔드는 책을 읽고 싶은데, 잘 못 찾겠다. 그리고 사람은 당분간 만나지 말고,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나이가 들수록 실망하는 일들이 많아진다. 물론 제일 실망스러운 건 나 자신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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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10일, 어제의 레시피

1. 지하철에서 저녁을 굶자고 결심한다. 살을 빼야한다. 살이 찌고 있다. 고로 먹으면 안된다.
2. 나는야 의지박약 인간. 지하철에서 나오자마자 떡볶이 포장마차로 직행.
3. 튀김 3개, 떡볶이 천 원치 살려고, 튀김 김말이, 오징어 2개 골랐는데 튀김값이 올랐단다. 헉. 말도 안돼. 이제 튀김 2개에 천 원이란다. 맙소사. 인정할 수 없지만, 일단 김말이 하나에 오징어 하나 골랐음. 떡볶이도 이것밖에 안 주고. 아저씨 흑.
4. 집에 들어오자마자 수도 얼지 않았나 확인하고, 보일러 외출에서 실내로 돌리고 오렌지쥬스랑 냠냠.


그리고, 1월 11일의 이야기. 

    눈이 온다. 눈이 너무 예쁘게 와서, 생각보다 안 추워서 홍대까지 걸었다. 친구가 사 준 파란색 우산을 처음 폈다. 아, 정말 눈이 예쁘게 오는구나 신나게 걸었다. 넘어지면 안 되니까, 장갑 끼고 주머니에서 손 빼고. 

    러쉬에 들러 맥주 샴푸를 샀다. 이거 다시 쓰고나서 머리했냐는 이야기 들었다. 캬오. 이제 완전 애용하는 수밖에. 샤워비누도 샀다. 러쉬비누는 비싸고 빨리 닿아버리지만, 욕실에 두면 좋은 향기도 나고 아침 샤워할 때 기분이 좋아진다. 킁킁거리며 진열되어 있는 비누향을 다 맡아봤다. 애용하던 락스타는 잠시 안녕. 너는 여름에 다시 써줄게. '술타나'와 '픽스앤리브스'라는 비누 구입. 술타나에는 건포도가, 픽스앤리브스에는 무화과즙이 들어있단다. 올리브영에도 들렀다. 아침에 입냄새 안 난다는 치약도 사고, 연어후리가케도 사고, 뜨거운 물만 부으면 맛있는 미소장국이 완성된다는 유우게즉석된장국도 샀다. 지하철 안 컵케이크 파는 가게에서 라떼도 한 잔 사서 마셨다.

    그리고 집에 들어와 보일러 실내로 돌리고, 수도 안 얼었나 확인하고 렌즈 빼고 나서 설거지를 했다. 컵도 씻고, 접시도 씻고, 숟가락도 씻고, 젓가락도 씻었다. 안방만 물티슈로 슬쩍 닦아주고, 세수도 하고 발도 씻었다. 아침에 입냄새 안 난다는 치약으로 양치질도 했다. 아이크림도 바르고, 수분크림도 발랐다. 손톱을 자르까 망설이다가 매니큐어를 발랐다. 이게 은근히 기분전환이 된다. 물을 끓이고 자스민 잎을 넣었다. 이제 차를 마실 거다. 이런 날도 있다. 눈이 오지만 사케도 맥주도 마시지 않는 날. 사람도 만나지 않고, 집에 들어오는 날. 그나저나 후리가께는 어떻게 먹어야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일요일에 <심장이 뛴다>를 봤는데, 완전 114분의 신파였다. 어쩜 영화 스토리를 그렇게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놨는지. 배우들이 아깝다. 내 돈도 아깝고. 지금 케이블에서 <내 깡패같은 애인> 한다. 여긴 눈 오는데, 영화에선 비 오네. 좋다, 비 소리. 이렇게 눈 내리는 화요일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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