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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월 5일, 오늘의 레시피 4 2011.01.05
  2. 2011년, 요리 6 2011.01.03
  3. 2010년 10 2010.12.26
  4. 11월의 안개 6 2010.12.01
  5. 겨울이 왔다 2 2010.11.11
  6. 여름 휴가 중 6 2010.07.27
  7. 생일전야 12 2010.05.26
  8. 일요일의 일기 10 2010.05.23
  9. 이천십년, 봄, 그리고 주말들 4 2010.05.09
  10. Despues De Todo 6 2010.04.25



   고엔 흉내라도 내보고 싶어서. 2011년 1월 5일 수요일, 오늘의 레시피.

1. 시장에 들러 만두가게에서 만두를 사고, 마트에서 숙주나물을 540원어치 산다.
2. 12월에 건대 스타시티에서 만원에 할인판매하는 접시를 샀다. 첫눈에 반한 접시를 준비한다.
3. 숙주나물을 팔팔 끓는 물에 데친다. 너무 많이 데쳤다. 아삭아삭한 숙주 먹고 싶었는데. ㅠ
4. 영화 <토일렛>처럼 만두 빚을 자신은 없으니, 만두가게에서 산 만두를 후라이팬에 살짝 굽는다.
5. 구운 만두는 후라이팬에서 빼낸다. 올리브유에 마늘로 향내고, 숙주나물에 굴소스 넣고 살짝 볶는다.
6. 앗. 3,4의 순서 전에 소량의 쌀을 씻어 밥솥에 얹힌다. 소량이고, 쌀밥이여야 빨리 된다.
7. 첫눈에 반한 접시에 만두 5개랑, 숙주나물, 방금 한 쌀밥을 예쁘게 놓는다.
8. 만두가게에서 준 단무지도 반으로 썰어 한쪽에 놓는다.
9. 냉동실에서 깨소금을 꺼내 숙주나물와 쌀밥에 마구마구 뿌린다.
10. 잔멸치를 좋아한다면, 밥에도 살짝 뿌린다. 고소한 냄새를 위해 참기름도 다섯 방울.
11. 냉장고에 캔맥주가 있다면, 그게 일본 맥주라면, 함께 맛있게 먹는다.
12. 혼자라면, 케이블의 오락프로는 필수. 외롭지 않게 저녁 먹을 수 있다. 


    내일이 소한이란다. 아주 춥단다. 식당에도 휴게소에도 가지 않고 사무실에서 따듯하게 점심을 먹을 수 있게 3인분의 덮밥도시락을 샀다. 다음주에는 소고기를 먹기로 했다. 2011년 첫 책은 김연수의 <7번국도 Revisited>. <7번국도>를 다시 읽은 셈이다. 이로써 확실해졌다. 내가 좋아하는 걸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이후의 소설들이라는 걸. 이상하지. 김연수는 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7번국도>처럼 대놓고 사랑에 대해 쓸 때는 손발이 오글거린다. 그리고 지금 김미월의 <여덟번째 방>을 읽고 있다. 

    <호타루의 빛>도 보고 있다. 출퇴근길에만 봐서 진도가 별로 안 나가는데. 요즘 5화를 보고 있다. 호타루의 외모, 성격 빼고 (호타루는 츄리닝에 분수머리해도 예쁘기만 하니까. 게다가 착하기까지.) 연애 오래 안 한 거랑, 맥주 좋아하는 거랑, 집이 제일 편하다고 생각하는 거 (우리집이 호타루 집만 같다면 나는 밖에는 안 나갈 거 같애) 등등 나랑 너무 닮았어. 그래서 속이 터진다고 할까나. (이건 <큐토>의 말버릇인데. >.<) 암튼 너무 재밌다. 오늘의 기억할 만한 대사 "손만 뻗으면 좋아하는 것들이 모두 반경 1m 이내에 있는 이 느낌, 파라다이스다!". 호타루의 부쬬, 부쬬가 너무 귀여워서, 내게도 부장님이 있었으면 좋겠다. 캭-

    아, 스릴러 영화 보고 싶다. 주말에 <쓰리 데이즈>라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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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요리

from 모퉁이다방 2011. 1. 3. 22:03
  

                       


    새해가 늘 이랬나. 이상하다. 2011년이 왔는데, 달라진 게 없다. 매일매일 하는 일이야 뭐 달라질 게 있겠냐마는, 기분조차 그렇다. 설레이는 것도 아니고, 우울한 것도 아니고. 18일이 오고, 19일이 오듯 그렇게 31일이 가고, 1일이 왔다. 이토록 무덤덤하게 서른 둘을 맞이하다니. 떡국을 안 먹어서 그런가. 영 새해 새 날 같지가 않다. 그래서, 요리를 했다. 

    집에 가스렌지가 고장났다. 가스렌지도 고장날 수가 있구나, 라는 걸 이번에 알았다. 요즘 나는 피곤해요, 게을러요 모드라서 집에만 오면 눕는다. 청소도 안 하고, 요리도 안 하고, 누워서 티비 보고, 누워서 책 보다, 그렇게 잔다. 그러니 가스렌지 사러 갈 시간도 없었다. 그냥 집에 있는 휴대용 버너로 가끔 라면을 끓이고, 커피물을 끓였다. 이렇게도 살 수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살면 안 된다. 그래서 오늘은 요리를 했다. 아직 가스렌지는 못 샀고, 임시방편으로 휴대용 버너로. 

    퇴근길에 마트에 들러 쌀도 사고, 표고버섯도 사고, 감자도 사고, 돼지고기도 샀다. 쌀은 씻어두고, 버섯이랑 감자랑 고기를 잘게 썰었다. 올리브유를 두르고 다진 마늘이랑 청량고추 조금 넣고 향이 나게 볶았다. 잘게 썬 재료들을 마구마구 쏟아붓고 볶았다. 재료가 반쯤 익었을 때, 3컵 분량의 물을 넣고 뚜껑을 덮고 익혔다. 재료가 다 익고 김이 솔솔 나는 냄비에다 삼선자장 가루를 붓고 뭉치지 않게 저어줬다. 쌀만 넣고 하얀 쌀밥도 했다. 집 안에 온기가 돌았다. 그래, 요리를 해야지.

    가끔 요리책을 읽는다. 요리책을 보고 요리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책만 본다. 조금 울적할 때, 배가 많이 고플 때, 뭔가를 사러가기도 해 먹기도 귀찮을 때, 요 깔아두고 보일러 빵빵하게 틀어놓고 누워서 요리책을 읽는다. 그렇게 한참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진다. 잠도 잘 온다. 오늘도 요리책 읽다 자야겠다. 목요일에는 아주 많이 춥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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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from 모퉁이다방 2010. 12. 26. 22:38

    크리스마스가 지나갔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친구는 우리를 불러놓고 스파게티에 피자에, 케잌까지 만들어줬다. 지난해처럼 다들 친구 집에 모여서 음식을 나눠먹고 맥주를 마셨다. 우리는 맥주를 마시며 웃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고, 걱정하기도 했다. 크리스마스에는 작년처럼 무작정 루시드폴 공연장에 찾아갔는데 현장 표가 딱 한 장 남았다고 했다. 올해는 혼자가 아니였으므로, 아쉬웠지만 공연장을 빠져나왔다. 사실 코엑스는 너무 붐벼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대신 친구랑 둘이서 맛있는 거 먹었다. 세계맥주도 마셨다. 헤어지면서 친구가 집에 들어가서 보라며 냉정과 열정 사이 DVD를 선물해줬다. 친구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DVD를 사갔다. 

 
 

    11월에는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봤다. Y언니는 우리가 이 뮤지컬을 본 지가 5년 정도 되었다고 했다. 그 때, 언니와 나는 엄기준 베르테르를 두 번 봤다. 그리고 김다현 팬카페 뒷풀이에도 따라갔었다. 돌뿌리 씬에서 눈물을 흘렸고, 매일매일 뮤지컬 CD를 되풀이해서 들었다. 그래서 지금도 생생한 넘버들. 송창의가 캐스팅되었단 소식에, 이 뮤지컬을 보지 않으면 겨울을 맞이할 수 없다 생각했었는데, 그 정도로 송창의가 베르테르의 모습에 어울린다 생각했는데. 이번 공연은 연출이 너무 과했다. 그래서 돌뿌리 씬에서도 감동할 수 없었고, 많은 장면들이 안타까웠다. 마지막의 송창의의 샤방샤방한 미소가 아니었다면 정말정말 후회했을 무대. 생각했다. 5년 전이라 가능했던 슬픔이었을까. 나는 베르테르에 이제 감흥할 수 없는 나이가 될 걸까.




    12월에는 바다에 다녀왔다. 아주 조용한 바다였다. 그 곳에서 아슬아슬하게 일몰을 봤다. 조용해서 조금은 슬픈 일몰이었다. 조용히 바닷가를 걸었다. 올해 내가 가졌던 마음들을 그 날 버렸다. 올해 나는 가끔씩 그렇지만 아닌 척 했다. 그 마음들을 버렸다. 나는 이제 아니니까 아닌 척 할 거다. 그러니까 척이 아니다. 아니니까 아니다. 그렇지만 아닌 척 하는 건 좀 슬펐다. 서해바다는 소리가 없더라. 파도도 없더라. 나도 그렇게 2010년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소셜 네트워크도 보았고, 째째한 로맨스도 보았다. 보통날의 파스타도 읽었고, 인생 이맛이다도 읽었다. 조금만 더 가까이에 나왔던 배우가 시크릿 가든에 나온다. 그러니까 조금만 더 가까이도 보았고, 시크릿 가든도 보고 있다. 큐토를 보았고, 호타루의 빛을 보고 있다. 친구가 강추하는 친애하는 아버님을 다운받아 놓았다. 늘 갖고 싶었던 몰스킨 다이어리도 샀다. 12월에는 카드값이 너무 많이 나와 1월에는 근검절약해야한다.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들은 꾸준히 만나야지, 생각한다. 그들과 맥주도 마셔야지 생각한다. 책도 읽어야지 생각한다. 영화도 보아야지 생각한다. 공연도 보아야지 생각한다. 2010년 서른 둘이 된다. 점점 믿겨지지 않는 나이들이 매년 내 나이가 되고 있다. 그만큼 성장하고 있는가. 매년 묻지만 내 대답은 노우. 언제쯤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마지막 주다. 조용히, 너를 보내야지. 조용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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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안개

from 모퉁이다방 2010. 12. 1. 00:55




오늘 이런 안개를 만났다.
정말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개.
안개에서 가습기 냄새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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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2월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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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왔다

from 모퉁이다방 2010. 11. 11. 21:44

 

            


    겨울이 왔다. 두터운 이불 안에서 생각했다. 겨울이 왔다고. 지난 주에는 안개가 짙었다. 그 길을 걸었다. 지난 주 토요일, 집에서 뒹굴거리고 있다 저녁 늦게 영화를 보러 갔다.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영화를 보고 조금 걸었다. 안개가 그득했다. 걸으며 친구가 추천해준 김영하의 팟캐스트를 들었다. 존 크라카우어의 <희박한 공기 속으로>를 소개하는 에피소드 21. 지난 주에 이 책을 읽고 있었다. 그날 밤, 안개 냄새, 불투명한 공기, 소설가의 목소리, 그 책, 그리고 나. 그 눅눅함이 이번 주 계속 나를 따라다녔다. <희박한 공기 속으로>는 책장을 덮고나서 더 생각나는 책이다. 이번 주 내내 자꾸만 이 책의 내용들이 떠올라 마음이 먹먹해지곤 했다. 친구는 조금 울었다 했다. 그러던 차에 존 크라카우어의 새 책이 나왔다. <인투 더 와일드>. 당장 주문했다. 오늘 도착했다. 읽어야지. 정말, 겨울이다. 


    다들 잘 지내고 계신지. 나는 질투가 조금 늘었다. 드문드문 옛 영화들이 생각난다. <접속>, <시월애>,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광식이 동생 광태>. 마음을 단단히 여미어야지.







   가을까지 맞춘 퍼즐. 야광이다. 불을 끄면 촛불들이 빛난다. 같이 퍼즐 맞추는 분이 그랬다. 완성한 퍼즐들 속에는 시간과 사람이 있다고. 같이 한 사람들, 그 사람들과 함께 한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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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 중

from 모퉁이다방 2010. 7. 27. 21:38

    지난 주 목요일부터, 여름 휴가 중이다. 내일이 휴가 마지막 날. 원래는 담양을 가기로 했지만, 여러가지로 틀어져 버렸다. 담양에 가서 메타세콰이어 길을 걷고, 떡갈비를 먹고, 소쇄원의 나무 기운을 듬뿍 받고 오는 등의 계획이 있었지만. 그건 다음달로 미루고. 멀리 떠나지 않고 하루하루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고 있다. 우선 손꼽아 기다렸던 영화들을 봤다. <인셉션>과 <이끼>. 두 영화 다 너무 기대해서 그런지 생각보다는 별로였다. <이끼>는 보고나서 기분이 좋지 않았고 (그래서 군자에서 집까지 걸어왔다), <인셉션>은 뭐랄까. 아쉬움이 많은 영화였다. 꿈 이야기라서 기대를 많이 했었거든. 씨네21에선가 올해 최고로 과대평가될 영화라는 평을 봤는데, 그 의견에 동감. 

    미술관에도 갔다. 드라마 <달콤한 인생>의 오연수처럼 우아하게 차려입진 못했지만, 오연수처럼 오디오 서비스를 이용했다. (이동욱 같은 연하남을 만나지 못한 것은 당연한 얘기.) 평일날 미술관에도 연인들은 많더라. 난 두 쪽 다 끼어도 잘 들리지 않아서 볼륨을 마구마구 높였는데, 그이들은 이어폰 한 쪽씩 나눠 끼고, 팔짱도 끼고 이 그림 저 그림 잘도 옮겨 다니더라. ㅠ 한 시간 넘게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물 건너온 영국의 풍경화들을 봤다. 그림을 보면서 길고 생소한 화가의 이름들을 소리내어 봤다. 내 앞의 그림 너머 그 시대, 그들이 보았을 풍경을 떠올려봤다. 미술관을 나와선 마음에 들었던 그림의 천피스 퍼즐 앞에서 떠나지 못하고 살까말까 십여 분을 망설였다. 천피스에 액자까지 삼만 육천원이다. 퍼즐 카페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우리 집이 내 상체만큼만 더 넓었더라면 샀을 거다. 집이 좁아서 퍼즐은 카페에서만 해야 한다는 슬픈 현실을 뒤로 하고 돌아섰다. 아흑. 

    주말에는 친구를 만나 맥주를 마시고 있었는데, 우연히 그이(?)들을 만나 데킬라를 얻어 마셨다. 내가 데킬라를 병째 마신 날은 어김없이 취했었는데, 역시 그 날도 그랬다. 좋았다. 화끈한 여름밤. 그리고 어제는 춘천에 다녀왔다. 담양에 못 간 대신, 당일 코스로 다녀온 춘천. 김유정역에 내렸는데, 김유정 박물관도 월요일 휴관이라 문 닫고, 그곳의 맛집도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날부터 휴가더라. 버스 타고 춘천 가서 닭갈비랑 막국수 먹었다. 서울이랑은 뭔가 다른 춘천의 닭갈비. 맛나더라. 닭갈비 먹고는 소양댐에 가서 원없이 구름 구경을 했다. 더웠지만, 시원했다. 바람도 불고, 구름도 많고, 모든 게 평온했다. 유람선 타고 청평사 입구까지 갔다가 막배 시간 때문에 청평사에는 올라가지 못하고 산 입구까지만 걷다 내려왔다. 다음엔 꼭 소양댐에서 자고, 청평사에 아침 일찍 올라가야지.

    오늘은 아쉬운 청평사 생각에 인터넷 검색을 하다, <생활의 발견>에서 김상경이 올라가다 내려온 그 길이 내가 걸었던 그 길이라는 걸 떠올리곤 <하하하>를 봤다. 청평사의 회전문에 얽힌 전설이 <생활의 발견> 추상미 이야기랑 연관되어 있다는 것도 이번에 검색하면서 알았네. <하하하>를 보면서는 휴가 전에 이 영화를 봤다면 통영에 가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나폴리 호텔에서 자고, 횟집에서 회 먹을 때는 손으로 집어서 초장에 떡 하니 찍어먹고. 이순신 장군도 꿈에서 만나보고. 좋은 것만 보고 좋은 생각만 하고. 크- 아, 이렇게 휴가가 끝난다. 집에 쟁여둔 세계맥주와 선물 받은 와인을 땄다. 담양에 가지고 가서 친구들이랑 먹으려고 했던 와인인데. 내일이면 휴가가 끝나니까. 내일은 돌아다닐 작정이다. 대학로에 가서 영화도 보고, 뮤지컬도 보고, 커피도 마실 거다. 들어와 씻고 일찍 자야지. 6시에 일어나야 하니까. 이번 여름, 정말 덥다.




    이건 소양댐 위의 풍경. 배 타고 갈 때 찍었다. 저 구름 봐봐. 캬- 아, 나 갤럭시S 샀다. 이건 갤럭시로 찍은 사진. 오다기리 새 드라마가 30일에 시작한단다. 그것도 기다리고 있는 중. 8월 초에는 명필름에서 하는 행사 중에 접속 상영회가 있단다. 이것도 가고 싶다. 또 8월에는 제천이 있지. <오션스>는 이번주 개봉이고, <악마를 보았다>도 8월. 신난다. 신나. 휴가가 끝나도 즐길 거 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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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전야

from 모퉁이다방 2010. 5. 26. 22:27

맥주 한 잔 아니할 수 없다.
서른 하나.
<올리브 키터리지>를 읽었다.
소녀로 사는 것은 얼마나 쓸쓸한 일인가. 이런 문장.
봄이고, 요즘 편안하다.
자리를 옮겼다. 내일부터 새자리다.
오월을 잘 마무리해야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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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의 일기

from 모퉁이다방 2010. 5. 23. 18:11

    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였는데. 그냥 흐리기만 하네. (역시 일기예보는.) 부침개 해 먹어야 될 것 같은 날씨다. 그래서 호박전 부쳐 먹었다. 이번 주에는 파마도 하고, 기대했던 영화 <하녀>도 봤다. <하녀>는 괜히 봤어. 괜히 봤어. 배우들이 아까웠다. 좋은 배우들인데. 영화에 서사가 없다. 그래서 공감이 전혀 안 된다. 막장드라마 스토리. 영화가 뭘 말하는지 모르겠다. 갑자기 누가 리모컨으로 스크린을 삑하고 꺼버리는 느낌. 딱 그런 느낌의 엔딩이다. 오늘도 영화 보고 싶었는데, 볼 만한 게 없다. 기다리고 있는 영화는 <유령작가>. 괜찮을 것 같다. 오늘은 케이블에서 <모범시민>을 봤다. 마지막에 좀 허무하게 끝나더라. 이렇게 일요일이 간다.

    다이소에서 초를 샀는데, 오늘은 화장실에 켜뒀다. 한참 있다 들어가보니 은은한 초향이 그득했다. 가끔 이렇게 켜둬야지 생각했다. 우리 동생은 큰일을 불 끄고 보는 버릇이 있는데, 그러면 마음이 편안하고 더 잘 된단다(?). 나는 초 켜두고 큰일 봐야겠다. 편안하고 집중도 더 잘 될 것 같아.

    같은 책을 몇 주째 들고 있다. 제일 책 많이 보는 시간이 지하철로 이동할 땐데, 요즘엔 지하철에서 계속 잔다. 그리고 갑자기 일드가 땡겨서 엠피쓰리 플레이어에 일드를 가득 넣어뒀다. 봄이니까, 청춘물. 우에노 쥬리 나오는 <솔직하지 못해서>. 1화 약간만 봤는데, 괜찮을 것 같다.

     그리고, 어제는 카페에 앉아서 칭따오 맥주 마시면서 빗소리 들었다. 좋더라. 음악소리보다 더. 일산에 있는 맛난 중국집에 가서 칭따오 맥주 시키면 정말 커다란 칭따오 맥주가 나온다. 그 맥주, 집에 몇 병 사다놓고 싶다. 업소용인가. 매주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맥주 3인방이 있는데, (나도 그 멤버) 셋이서 맥주 마시러가면 결코 '더 마실래?' 묻지 않는다. 마시는 속도도 비슷해서, 거의 잔이 비워지면 누군가 벨을 누른다. 그리고 당당하게 '오백 셋'이요. 그만 마시는 시점도 비슷하다. 무한도전 멤버들 요요현상이 심각하다는데. (흠-)

    이건 이번주에 내가 만든 인형. 저번주부터 만든 거다. 오늘 완성했다. 뿌듯하다. 하나는 갓난아기꺼, 하나는 뱃속 아기꺼. 애기들이 좋아했으면 좋겠는데. 갈색 강아지 인형이 처음 만든 거라 바느질이 엉성하다. 눈도 엉터리로 달고. 그래도 애기들은 내 정성 알겠지? 흐흐- 아, 이렇게 일요일이 가는구나. 아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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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pues De Todo

from 모퉁이다방 2010. 4. 25. 15:51

    이렇게 또 한 시절이 갔어.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 안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 아, 이렇게 또 한 시절이 갔구나. 너와 나는 한 때 매일매일 만나는 사이였는데, 이제는 몇 년에 한 번씩 친구들의 결혼식이 있을 때마다 보는 사이가 되었구나. 이렇게 몇 번 더 만날 수 있겠지. 그러다 나이가 더 들면, 누군가의 장례식에서 마주치게 되겠지. 그러면 좀 슬플 거 같아. 한 때 나는 니 눈을 하루에도 몇 번이고 가만히 들여다보는 아이였는데, 이제는 단 1초도 쳐다보질 못하는 아이가 되어버렸어.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조잘거릴 자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바보같이, 친구 말처럼 무슨 죄 지은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고개도 돌리질 못했어. 이렇게 또 한 시절이 갔어. 그해 겨울엔 그렇게 한 시절이 가버린 게 서러워서 많이 울었었는데, 어젠 그렇게 한 시절이 가고, 또 그렇게 한 시절이 가서, 정말 다행이었어. 그리고 고마웠어. 그 시절 내게 충고해 준 한 아저씨의 말처럼, 우리는 나란히 평행선을 그리며 살아가고 있네. 정말 그러네. 나는 이 곳에서 잘 있으니, 너도 그 곳에서 잘 지내. 이런 이야기 언젠가 니 눈을 쳐다보며 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그 때까지 너는 너의 시절들을 잘 보내. 나도 그럴테니. 한 때 많이 원망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너는 고마운 사람이었어. 응. 안녕. 다음에 또 봐.




BGM_ La Buena Vida-Despues De Todo (이 모든 것이 끝난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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