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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샴 - 내 어깨에 놓여지는 공포의 무게
    극장에가다 2007. 7. 19. 16:48

    스포일러 있어요.


       샴쌍둥이는 1811년 태국에서 가슴과 허리 부위가 붙어 태어난 쌍둥이 형제에서 유래한 말이다. 샴은 당시 태국의 이름이다. 이 형제는 머리와 팔다리는 정상인데 가슴과 허리가 붙은 채 태어났다. 이들은 12세때 강변에서 놀고 있다가 부근을 지나던 영국 상인에 의해 미국 뉴욕으로 건너왔다. 형과 동생의 키는 각각 157cm와 155cm. 이들은 1832년 한 서커스단에 입단해 인기를 모아 상당한 재산을 모았다. 의사들에게 몸을 분리해달라고 자주 요구했지만, 당시의 의학 수준으로는 너무 위험한 일이어서 수술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들은 63세까지 살았다.
     

       공포영화 이야기에 대해서 줄곧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내 주위의 모든 것들을 공포와 연관해서 생각했었는데, 공포의 소재는 굉장히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아름다운 음악소리를 새벽무렵 혼자 듣고 있다보면 갑자기 공포의 선율로 변하고, 저녁무렵 상쾌하게 걷던 거리의 나무 그림자들이 순식간에 무언가를 집어삼킬 듯 무섭게 느껴져서 기겁을 했었다. 새벽무렵 갑자기 내리는 비 소리, 늦은 밤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 등 그저 평온하기만 했던 그것들이 생각하는 순간 공포로 변해버렸다.

       늘 함께붙어다닐 수밖에 없는 몸을 가지고 태어난 샴 쌍둥이. 이 비극적이고 특이한 슬픈 운명의 이야기가 공포영화로 탄생한 것은 당연한 일인 것만 같다. 늘 내 오른쪽에, 그리고 왼쪽에 존재했던 나와 똑같은 존재. 내 오른쪽이 있어서 행복했고, 내 왼쪽이 있어서 불행한 시간들이 반복되면서 시작되었던 비극의 시간들. 영화 <샴>은 내 반쪽의 공포에 대해 이야기한다. 

       핌과 위는 연인사이. 핌은 10년 전 분리수술을 받았다. 수술 도중 핌의 샴 쌍둥이 플로이는 사망했고, 핌과 위는 태국을 떠나 한국에서 잘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태국에서 어머니가 위독하시다는 연락이 왔고, 핌과 위는 다시 태국으로 돌아간다. 원래 함께였던 곳. 핌은  그곳에서 플로이를 본다. 혼자 남아남았다는 죄책감때문에 플로이의 환영을 보는 것뿐이라도 정신과 의사도 위도 말하지만, 그것은 분명히 플로이다. 내 반쪽 어깨였던 플로이.

       사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오프닝이 시작하면서부터 쉽게 유추할 수 있다. 공포영화고, 어딘가 반전이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모든 것은 머리 속 그대로 스크린에서 보여진다. 반전이 있다고 말하는 순간 거의 모든 사람이 눈치챌 수 있는 반전이다. 그런데도 무섭다. 늘 예상되는 순간에 나타나지만 어김없이 깜짝 놀라게되는 귀신의 등장. 사실 무서운 건 이게 전부다. 공포영화인데도 조금씩 지루하고, 반전은 너무나 뻔해서 반전이 밝혀졌을 때 놀랍지도 않다. 그리고 갑자기 후반부, 영화가 미저리액션으로 바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괜찮았던 건 줄곧 핌과 플로이의 이야기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두 사람이 함께 태어났고, 분리되었던 이야기 안에서 공포가 만들어지고 이어진다. 다른 부수적인 잔가지가 없다. 깔끔하고 정직하다. 이렇게 저렇게 잔가지를 쳐 나가지 않는 기본에 충실한 공포라는 사실. 15년을 함께해왔던 내 왼쪽, 오른쪽 어깨에 익숙하게 기대었던 머리의 무게가 10년이 지난 후 갑자기 느껴졌을 때의 공포. 분명 잘못되었지만 고개는 끄덕여지는 플로이의 서러운 감정들이 아쉬운 점이 있기는 않지만 그래도 잘 봤다고 기지개 펴고 극장 문을 나설 수 있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극장들이 모두 해리포터, 트랜스포머, 다이하드를 각각 2-3개관에 걸고 있어서 좀 짜증났다. 그래서 샴을 봤는데. 조만간 저 막강 3편의 영화들을 보겠지? 사람들이 너무 많이 봐서 보기 싫어지는 건 무슨 이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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