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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맥주학교
    모퉁이다방 2017. 2. 26. 17:27

      

       토요일. 응암역에서 강남역까지 가는 중이었다. 주말 오후, 지하철은 한산했다. 이번 주에는 좋아하는 작가들이 술에 빠져 살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읽기 시작했다. 부러 문가에 서서 갔는데, 책을 읽다 창밖으로 지상 풍경이 펼쳐지면 책을 잠시 덮었다.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에서 두 사람이 탔다. 여자는 일반석으로 가려는 다른 여자에게 엄마 여기, 라고 외쳤다. 두 사람은 노약자석에 앉았다. 여자는 다른 여자에게 엄마, 그래서, 엄마, 그 사람이, 라고 쉴새 없이 이야기했다. 다른 여자는 가만히 듣고 있었다. 두 사람은 다음 정거장인 신대방역에서 내렸다. 백발의 등이 굽은 엄마와 긴 생머리의 중년의 딸이 나란히 걸어가는 뒷모습을 한참을 내다봤다. 그리고 어느 역에서는 노약자석이 꽉 차 있었고, 뽀글뽀글 머리를 한 할머니가 타셨다. 노약자석에 앉은 중년의 친구 중 한 명이 일어났다. 할머니는 한 정거장만 가면 된다며 괜찮다고 했다. 중년의 친구는 마음이 편치 않으니 한 정거장이라도 앉으시라고 했다. 그리고는 아주 맛있다고 해서 일부러 가서 샀다면서 빵 한 봉지를 내밀었다. 드셔 보세요. 할머니는 한 봉지에 얼마냐고 물었고, 중년의 친구는 한 봉지에 얼마라고 이야기했다. 할머니는 잘 먹겠다고 인사했다. 한 정거장이 되어 내릴 때도 다시 한번 고맙다고 인사했다.






















       그리고, 가을부터 겨울까지 함께한 맥주학교가 끝났다. 마지막 소감을 이야기할 때, 얼마 전 만삭의 곡예사 언니와 나눈 대화를 이야기했다. 언니는, 곧 맥주를 함께 마실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나는 언니 이제 카스따위 마시지 말아요, 라고 이야기했다. 내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맥주 제조법을 이야기했고, 언니는 금령아 그거 어디서 배웠니? 맥주학교에서 배웠니? 역시 사람은 배워야 해, 라고 이야기했다. 그 얘길 맥주학교에서 했는데, 사람들이 웃어줬다.


        좋은 토요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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