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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네, 빛을 그리다
    모퉁이다방 2016. 4. 4. 22:42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다. 미술관처럼 관람하면 되는 줄 알고, 숫자가 적힌 화면 앞에서 오디오 가이드가 말하는 그림이 나오길 한참을 기다렸다. 그런데 설명하는 그림이 나오질 않길래 다음 화면으로 넘어갔다. 다음 화면도 그랬다. 그래서 또 다음 화면으로 넘어갔다. 어느 화면에서인가 한참 뒤에 오디오 가이드가 설명하는 그림이 나왔다. 전시관은 삼면이 화면으로 가득차 있었고, 중앙에 긴 의자가 놓여져 있었다. 앉아서 화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내가 찾던 그림들이 차례로 나오더라. 이렇게 보는 거구나 싶었다. 다음 전시관에서는 바로 빈 자리를 찾아 앉았다. 그리고 오디오 가이드를 순서대로 들었다. 윤상의 목소리였다. 화면에는 모네의 그림이 나왔는데, 정지된 그림이 아니었다. 그림이 그려지기 전부터 그림이 된 순간까지, 그동안의 움직임이 담겨 있었다. 모네는 그 움직임을 가만히 지켜보다 이때다 싶은 순간을 캔버스에 그렸을 거다. 그 찰나의 순간을 스케치하고, 채색하고,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서 한 폭의 그림으로 완성한 거다. <모네 빛을 그리다>는 그 순간에 대한 전시였다.

     

       나는 전시를 보면서 화면에 새겨지는 모네의 말들을 손으로 메모했다. 어떤 말은 다 적기도 전에 지나가버려 화면 앞에 서서 그 말이 다시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이런 말들이었다.

     

     

       나는 위대해 질 것이다.

     

       실수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한번도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은 사람이다.

       - 이 말은 모네의 말이 아니라, 아인슈타인의 말.

     

       순간의 때를 포착하는 것.

     

       아직도 나는 날마다 새롭게 아름다운 것들을 발견한다.

     

       방을 하나 빌려 창 밖의 성당의 빛을 관찰하였다.

     

       성당이 내 위로 무너지는데 푸른색이나 분홍색, 혹은 노란색일 때도 있다.

     

       모든 것은 변하기 때문이다. 하찮은 돌도차도. 

     

       이때 가장 중요한 일은 적절한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다. 

     

       스스로를 항상 가장 위대한 화가가 될 것으로 확신했던 모네.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여 영원의 가치를 이끌어냈습니다.

     

     

       제일 좋았던 전시관은 모네가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들판의 꽃을 주로 그렸던 시기를 소개한 관이었다. 커다란 숲에 꽃들이 흐드러지고, 한 여자가 앉아 있다. 소년이 멀리서 걸어 온다. 그 뒤에 다른 여자도 있다. 숲 속에 앉아 있는 여자 곁으로 소년이 오기까지, 그 움직임을 화면은 보여줬다. 그 움직임 끝에, 모네가 실제로 그린 그림이 보였다. 정지된 그림. 아름다운 찰나의 순간. 모네는 이 사랑하는 아내를 너무 일찍 떠나 보내야만 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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