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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리기 일지, 두번째
    모퉁이다방 2016. 4. 6. 22:01

     

     

     

       집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갈까 말까 갈등하며 밍기적대고 있을 때, 동생은 순환운동을 하러 갔다. 우리는 1월부터 열심히 순환운동을 하고 있는데, 자매라는 걸 알아서 그런지 트레이너들이 항상 쌍으로 챙긴다. 내가 먼저 가면, 동생분은 안 오세요? 동생이 먼저 가면, 언니는 오늘 야근이에요? 동생이 독감에 걸렸을 때 이번 감기 독하다며 걱정을 해 주었고, 내가 장염에 걸렸을 때도 동생에게 소식을 듣고 아무 것도 못 먹겠다며 걱정해주었다. 

     

       이번주는 순환운동을 하지 않고, 불광천을 뛰기로 했다. 언니분은 왜 안 오세요? 라는 물음에 동생은 고민하다 말했다고 한다. "사실은요. 언니 지금 불광천 뛰고 있어요. 이번 주말에 마라톤 나간대요." 운동하는 곳에 두 명의 트레이너가 있는데, 한 명은 머리가 길고 섬세하고 자상해서 이것저것 소소한 것도 챙겨준다. 우리가 토요일에도 오픈시간에 맞춰 운동을 하러 가자, 결심이라도 한 듯 '한달동안 꾸준히 하면 허리가 2인치 주는 마법의 운동 방법'도 따로 알려줬다. 또 한 명의 트레이너는 짧은 머리에, 우렁찬 목소리에, 성격도 털털하다. 처음엔 좀 무서웠는데, 지금은 귀엽다. 이 트레이너가 구렁을 붙여주면 '그 정도까지는 도저히 못합니다' 정도까지 기구를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월요일은 둘 다 운동을 가지 않았고, 화요일날 동생은 트레이너에게 나의 마라톤 사실을 고백했다. 나는 집에서 전해들으며 5키로라고 해야지, 마라톤이라고 하면 엄청 달리는 줄 알겠다, 고 했고, 오늘 운동을 가서 나의 마라톤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길래 5키로예요. 5키로, 라고 몇 번을 말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섬세한 트레이너는 준비를 많이 하고 뛰어야 하는데, 마라톤 하는 사람 중에 다리 부러진 사람 많은데, 우리 엄마도...로 시작되는 이야기를 (열심히 운동을 하는) 동생에게 계속 해댔다고 한다. 그러자 우렁찬 트레이너가 다가오더니 "아니, 이금령 회원님이 마라톤을 한다구요?"라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여서, 동생은 또 5키로예요, 5키로, 라고 (열심히 운동을 하고 싶어하며) 대답을 했고, 우렁찬 트레이너는 "아니, 마라톤에 5키로가 어딨어요?"라며 자신이 장거리 달리기 선수였다는 이력을 말하며 그러면 그렇지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동생은 "언니는 그냥 완주하는 게 목표인 것 같애요."라고 말했고, 두 트레이너는 나의 5키로 마라톤의 날짜와 준비상태와 현재의 위치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며 걱정과 응원을 동시에 했다고 한다.

     

       그러는 동안, 나는 불광천에 있었다. 벚꽃구경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초반에 빨리 뛰었더니, 2키로 때부터 힘이 들었다. 3키로까지 뛸 수 있을까 싶었는데, 뛰었고. 4키로는 아무래도 힘들겠다 싶었는데, 지금까지 뛴 게 아까워서 이를 악물고 뛰었다. 속도는 점점 늦춰졌지만 오늘도 무사히 쉬지 않고 5키로까지 뛰었다. 내일은 비가 오지 않는다면 빨리 걷을 예정. 바람에 비의 기운이 묻어 있어 촉촉했는데 봄비에 봄꽃이 다 져버릴까봐 걱정이다. 오늘은 아홉 곡을 들었다.

     

    1. 달리기 / S.E.S

    2. 비키니 / 페퍼톤스

    3. 바이킹 / 페퍼톤스

    4. 더 로맨틱 / 투개월

    5. So Pra Contrariar / O Irene (live) / Grupo Fundo de Quintal

    6. 위시리스트 / 페퍼톤스

    7. 어땠을까 / 싸이

    8. 좋은 아침이야, 점심을 먹자 / 가을방학

    9. 어느 날 문득 / 에코브릿지

     

    2016.4.6

    5.05km

    3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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