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를쌓다341 대성당 - 그의 문장은 빵집 주인 같아 대성당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문학동네 커피를 내렸다. 친구가 싸 준 원두커피. 브라우니 한 조각을 냈다. 친구가 만들어 준 초코 케잌. 그것들을 야금야금, 홀짝홀짝 먹어치우며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을 다시 읽었다. 레이먼드 카버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과 '대성당' 이 두 단편이 살아남는다면 자신이 정말 행복할 거라는 말을 남겼다. 나는 이 두 단편을 읽으면서 그가 내게 이런 이야기를 읽게 해준 것에 정말 행복해했다. 지상의 말이 하늘까지 닿는다면, 나는 그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고마워요. 당신은 글은 정말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정말 도움이 되었답니다. '대성당'의 마지막 부분도 뭉클했지만,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의 마지막 부분.. 2008. 2. 15. 명랑한 밤길 - 낮게 거니는 비 내리는 밤길 명랑한 밤길 공선옥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기어코 맥주 2병을 사왔다. 집에서 가져온 예쁜 팔각형 유리컵에 맥주를 좔좔좔 따르고 벌컥벌컥 마셨다. 달다.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을 한 뒤 책이 들어왔다는 문자를 받고 달려가 받아와놓고선 다른 책만 읽어댔다. 그러다 반납기간이 얼추 다가오는 것 같아 연장을 하려고 홈페이지에 들어갔는데 벌써 누군가 예약 신청을 해버린 바람에 연장이 안됐다. 연휴동안 내려가서 다 읽고 오자고 생각했는데 뒹굴거리기만 한 탓에 반납기간이 넘어서 읽기 시작했다. 누군가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텐데. 염치없게도 3일을 더 가지고 있었다. 내일은 꼭 반납해야지. 첫번째 단편, '꽃 진 자리'를 읽고선 맨 앞 장의 작가 사진을 유심히 봤다. 이름을 소리내어 읽었다. 공.선.옥. 두번째 단편.. 2008. 2. 13. 치자꽃 설화 치자꽃 설화 박규리 작년에 치자꽃향을 그려보려고 애썼던 계절이 있었다. 봄이였으면 분명 화분을 사러 갔을텐데 그렇지 않았던 걸 보면 가을즈음이였던 것 같다. 치자꽃이 얼마나 아름답고, 얼마나 향기로운지에 대해 쓴 글을 읽고선 그 향기를 지금 맡아보지 않으면 안 될 사람처럼 킁킁거렸었다. 분명 내가 언젠가 맡아보았던 향일텐데. 그리 진하다는데. 아카시아 향이랑 비슷한가. 냄새에 민감하지 못한 내가 원망스러울 지경이였다. 고작 기억나는 향이라곤 아아아아아아아~ 아카시아 향. 아쉬운 마음에 인터넷에서 치자꽃 사진들을 검색해서 보며 내년 봄에는 꼭 치자 화분을 사리라, 다짐했다. 곁에 오래 두고, 오래 냄새 맡을 수 있도록. 명절에 엄마가 치자물을 만들어와선 야채전에 넣어 노랗게 구워내면서 색이 이쁘다, 이쁘다.. 2008. 2. 12. 엄마의 집 - 나는 소년이 되었다 엄마의 집 전경린 지음/열림원 갑자기 어깨까지 치렁치렁 내려오는 내 머리카락들이 무겁게 느껴졌다. 이것들을 당장 잘라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서관 가는 길 모퉁이에 작은 동네 미용실이 있다. 늘 눈여겨 보았던 곳. 문을 열고 들어갔다. 컷트를 하러 왔다고 했다. 핸드폰에 저장된 사진을 보여주니 이건 너무 짧지 않냐고 한다. 그럼 그냥 컷트로 잘라주세요. 그러고보니 자르는 컷트와 짧은 머리 모양의 컷트의 말이 같다. 잘려나가는 내 머리카락들을 보며 한창 읽고 있던 전경린의 을 떠올렸다. 의 스무 한 살의 주인공은 엄마가 골라주는 예쁜 여자용 옷이며 신발을 거부한다. 나랑 어울리지 않아. 정 원한다면 언젠가 입고 싶어질 때 입을게. 서른 살쯤? 아니, 마흔 다섯 살쯤? 핸드폰에 저장해 온 머리보다 조.. 2008. 1. 31. 암스테르담 - 누가 그들이 틀렸다고 비난할 수 있겠는가? 암스테르담 이언 매큐언 지음, 박경희 옮김/Media2.0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큰 수확은 작가 이언 매큐언을 알게 되었다는 것. 마지막 장을 덮고 앞 표지에 씌여진 작가 소개를 다시 읽었다. 48년생의 영국 출신 작가. 서머싯 몸 상을 수상한 작가. 으로는 부커상을 받은 작가. 곧 그의 다른 작품 을 원작으로 한 영화 가 국내 개봉 예정인 작가. 표지 그림에는 매력적인 여인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사진기 한 대. 이 여인의 이름은 몰리. 소설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모두 이 여인으로부터 비롯된다. 소설의 주인공인 두 남자, 클라이브와 버넌은 이 여인을 열렬히 사랑한 적이 있었고, 소설의 결말은 모두 이 여인이 찍은 사진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아니, 사실 그렇다고 말할 수도 없다. 모든 일이 그렇듯 근.. 2008. 1. 24. 오늘의 거짓말 - 서울내기같은 그녀의 소설들 오늘의 거짓말 정이현 지음/문학과지성사 정이현 작가의 소설은 에 이어서 두번째예요. 첫번째 단편집 은 읽을 생각만 하다가 아직까지 못 읽었어요. 지난 여름 강연회에서 새 책에 사인까지 받아와 놓고서는 고이 책장에 모셔두다가 얼마 전에 잃어버렸어요. 마침 동생이 이 책을 선물받아 왔던 게 있어서 바로 읽긴 했는데, 한 집에 같은 책 두 권이 뭐가 필요있냐고 그렇게 된건지. 누군가 주워서 읽고 있겠죠? 잃어버리니 을 빨리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책마저 사라지기전에. 정이현 작가는 서울내기 같아요. 서울에서 태어나서 서울을 한번도 떠나 살아본 적 없는 사람이요. 실제로 프로필을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했구요. 제가 지방에서 올라와서 그런지 서울내기들은 딱 보면 알 수 있어요. 저같이 지방에서 올라온 .. 2008. 1. 15. 이전 1 ··· 46 47 48 49 50 51 52 ··· 5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