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재를쌓다341

심야식당 4 - 가을비 내리는 심야식당 비님이 내려주시니 맥주를 샀다. 집에 들어와서는 흰옷들은 손빨래하고, 새로 산 청바지는 세탁기에 돌렸다. 싸구려 옷이라 세탁기에 새파란 물이 가득 했다. 친구는 다음달이 상경한 지 1년이 된다고 문자를 보냈다. 왕십리 버스 정거장에서 시린 발을 동동 구르며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다 방을 보러 갔던 때가 엊그제같은데. 그 문자를 받자마다 다음 달의 날씨가 짐작됐다. 가을비가 이렇게 몇 번 더 내리면, 겨울이 올테지. 그러면 버스 정거장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계절이 오겠지. 설거지를 하고, 화장을 지우고, 씻었다. 형광등을 끄고 스탠드를 켰다. 맥주를 (물론 카스다) 한 잔 거품나게 콸콸 따르고 책상 앞에 앉았다. 아, 좋구나. 화요일 밤이다. 은 변함이 없었다. 마스터도 그대로고, .. 2009. 10. 13.
만나주어서 고맙습니다 컴퓨터 시계가 21시가 되자마자 메일을 보내고, 엑셀 파일을 열어서 오늘의 숫자를 입력하고 터벅터벅 계단을 내려왔다. 서대문까지 걸어와서는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 안에서는 스페이스 공감에 나왔던 박지윤 공연 영상을 봤다. 그걸 보느라고 군자에서 한 정거장 더 가버렸다. 아차산에서 다시 군자로 되돌아와서, 7호선으로 갈아탔다. 역에서 나오기 전에 지하철 안 쎄븐일레븐에서 씨네를 살까말까 망설이다가 샀다. 은행에 들러 돈도 뽑았다. 맥주를 한 캔 살까말까 망설이다가 그냥 들어왔다. 엠비씨 수목드라마, 정말 할 말이 없구나. 저게 뮝미? 으아. 9월이 가고 있다. 추석, 10월. 제발 시간이 늦게 갔으면. 9월에 이런 책들을 읽었다. 의 단편 '당신들 모두 서른 살이 됐을 때'. 읽는 동안 마음이 시큰거렸던 .. 2009. 9. 25.
절망의 구 - 세계는 멸망했습니다 절망의 구 김이환 지음/예담 약속 없는 일요일 오전에 내가 하는 짓. 일어나자마자 MBC에서 하는 프로그램 섭렵하기. 해피타임-환상의 짝꿍-서프라이즈-출발비디오여행, 까지 보고나면 일요일이 벌써 다 가버린 것만 같다. 월요일의 공포가 스멀스멀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오고. 일요일에는 늦잠을 자는 경우가 많아서 거의 환상의 짝꿍 후반부나 서프라이즈부터 시작할 때도 많다. 저번 일요일에도 환상의 짝꿍 후반부에서 시작했다. 하고 싶은 얘기는 서프라이즈에 나왔던 2012년 종말론. 서프라이즈에 따르면 2012년의 종말론은 마야 문명(난 요것만 알고 있었는데)뿐만 아니라, 중국의 주역에서도 2012년에 지구가 종말할 것이라고 예언했다는 것. 노스트라무스의 예언도 1999년이 아니라 2012년이란다. 2012년에 한 행.. 2009. 9. 9.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 그래도 절, 사랑해 줄 건가요?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예담 그래도, 날, 사랑해 줄 당신에게 소설을 읽어내려가던 나는, 그 순간 이 소설이 판타지 소설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못 생긴 여자라니요. 너무나 못 생겨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쳐다보게 되는 여자라니요. 그래서 그 옆에 있는 남자까지 쳐다보게 되는 여자라니요. 이 세상에 그런 여자가 있나, 생각을 했었어요. 그러니까 이건 너무 과장이 심하잖아, 생각을 하고, 그러니까 이 소설은 판타지야, 라고 생각을 했지요. 소설을 마지막 장을 덮고 일주일이 지났어요. 그동안 나는 이 소설과 여러 사람들을 떠올렸어요. 그동안 나와 테이블을 마주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던 많은 사람들 중에, 그래요, 그런 사람들이 꽤 많았더군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래요. 거.. 2009. 8. 30.
탐험가가 되고 싶다고? - 꿈은 이뤄질 수 있어요. 바로 지금 시작한다면! 탐험가가 되고 싶다고? 주디스 세인트 조지 지음, 김연수 옮김, 데이비드 스몰 그림/문학동네어린이 지난 가을, 내가 속삭이듯 이야기했던 걸 기억해준 사람이 있었다. 가을이 지나, 겨울이 지나고, 봄, 여름이 왔을 때에도 그 사람은 나의 그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그 분에게 이 책을 선물받았다. 이건 자랑이라지. 감사해요- 동화책은 아주 오랜만이라, 세로 300mm에 가로 233mm의 이 책을 받자마자 1분동안 꼬옥 끌어 안았다. 얇지만, 커다랗고 단단한 책의 충만한 기운이 마구마구 느껴졌다. 탐험가가 되고 싶다고? 이 책을 내가 지금까지 두 번 읽어봤는데, 이건 꿈에 관한 이야기다. 이 책은 말한다. 탐험가가 되고 싶다고? 탐험가가 된다는 건 말이야. '아무도 가 보지 못한 바다를 건너서 미지의.. 2009. 7. 10.
사요나라 사요나라 - 이 소설에는 자갈소리가 난다  밀려있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여름을 싫어하는 나지만, 집에 콕 처박혀 있길 좋아하는 나지만, 어쩐 일인지 유월이 마무리되는 시점부터 칠월이 시작되는 시간들까지 많이 돌아다녔다. 게으른 내 기준에 의하면 말이다. 그런데 요 저질 체력때문에 자꾸만 집에만 들어오면 바로 눕게 된다. 금방 골아떨어지고. 오늘은 몇 자라도 꼭 남겨야지, 하는 마음에. 요시다 슈이치 책 이야기. 사요나라 사요나라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노블마인 벌써 5월의 일이다. 신림의 극장에서 그를 만났다. 그 날 지하철을 잘못 타서 좀 늦었고, 표를 받기로 한 사람에게 미안했는데, 그렇기 때문에 좀 놀랐다. (아무튼. 요시다 슈이치 좋아하는 사람들이 참 많더라) 음료수를 벌컥벌컥 들이마시다, 그를 만났다. 사진 속 모습 그대로.. 2009. 7.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