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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야식당 4 - 가을비 내리는 심야식당
    서재를쌓다 2009. 10. 13. 21:33



       비님이 내려주시니 맥주를 샀다. 집에 들어와서는 흰옷들은 손빨래하고, 새로 산 청바지는 세탁기에 돌렸다. 싸구려 옷이라 세탁기에 새파란 물이 가득 했다. 친구는 다음달이 상경한 지 1년이 된다고 문자를 보냈다. 왕십리 버스 정거장에서 시린 발을 동동 구르며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다 방을 보러 갔던 때가 엊그제같은데. 그 문자를 받자마다 다음 달의 날씨가 짐작됐다. 가을비가 이렇게 몇 번 더 내리면, 겨울이 올테지. 그러면 버스 정거장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계절이 오겠지. 설거지를 하고, 화장을 지우고, 씻었다. 형광등을 끄고 스탠드를 켰다. 맥주를 (물론 카스다) 한 잔 거품나게 콸콸 따르고 책상 앞에 앉았다. 아, 좋구나. 화요일 밤이다.
     
        <심야식당>은 변함이 없었다. 마스터도 그대로고, 단골손님들도 여전하다. 새로 온 손님들도 사연을 그득하고. 모두 심야식당을 사랑한다. 내가 그렇듯이. 4권에서는 사랑하는 선생님을 잃은 제자가 선생님을 그리워하며 엉엉 울음을 터뜨리자 마스터는 문을 닫아 버린다. 그이가 목 놓아 엉엉 울 수 있도록. 아, 정말 내게 필요한 곳인데. 얼큰하게 마시고, 맛나게 먹고, 목 놓아 울 수 있는 곳. 요즘은 사각사각거리며 연필로 자주 메모를 한다. 종이 한 장을 뜯어놓고 책상 위에 대고 연필을 사각거리면 그 소리며, 느낌이 너무 좋아 볼펜을 쓸 수가 없다. 이런 메모들을 했다. 책에서 본 문장들이다. '스물다섯살 4월의 나만 보고 나를 안다고 말하지 말아주세요.' , '만나주어서 고맙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흔적이자 이력입니다', 그리고 옆의 사진 속 문장들. <가을여자>라는 책의 보도자료에서 본 문장들이다. 어찌나 좋은지.

        그러니까 가을이다. 오늘 지하철에서 읽은 이번주 씨네21 김연수의 칼럼은 정말 좋았다. 쓸쓸했던 내 마음이 단번에 따뜻해져 버렸다. 아, 맞다. 맥주를 짝수로 사서 첨잔했어야 했는데. 한 병만 사 버렸네. 헤헤- 그래도 마지막은 홀수로 입가심이니까, 홀수가 맞다. <스모크>는 예전부터 보고 싶었는데.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DVD가 나오면 좋겠는데. 마이앤트메리 예전 곡을 보면 <스모크>의 대사가 흐르는 가운데 연주를 한 곡이 있는데, 그 음악 들으면 '막' 쓸쓸해진다. 그러다가 '어느새' 따뜻해지고. 봐야해 봐야해. 그러니까 가을. 이번주부터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이 시작한다. 삶의 낙이 생겼다. 야호. 심야식당에 찾아가고 싶은 날에 이제 드라마를 들여다봐야지. 부디 좋은, 느낌이 좋은, 쓸쓸하고도 따뜻한 드라마가 되기를. 그리고 오다기리가 꼭 나오기를 기원합니다아. 빗소리 좋다아. 오늘은 음악이 따로 필요없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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