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러브, 러브, 러브
    무대를보다 2013. 4. 21. 09:01

     

      

     

        막내동생이 장염에 걸려 어제 하루종일 집에 있었다. 죽만 먹어도 화장실로 직행해 따뜻한 물과 매실차만 마시고 있다. 그리고 하루종일 잔다. 삼일동안 계속 잠만 자는 것 같다. 미닛메이드 통에 따뜻한 물을 넣고 얇은 수건으로 감싸줬다. 장염에는 배를 따뜻하게 해주는 게 중요하단다. 동생이 자는 동안 시들어가기 시작하는 쑥으로 전을 한 장 만들어 먹었다. 봄비가 보슬보슬 기분좋게 내렸다. 기분좋게 낮술도 한 잔 했다. 어제 명동에서 연극을 보고 사온 맥주가 있었는데, 못 마시고 바로 잤다. 맥주를 마시며 삼천원 주고 사온 팜플렛을 읽었다. 거기에 이런 문장이 있었다.

     

     

       "배우와 관객이, 서로 만지고 안아주고 냄새도 맡고 속삭이고 그런 연극이 좋습니다. 그건 다른 어떤 예술도 만들어 낼 수 없는, 연극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환상입니다. 연극이라는 지극히 원시적인 예술이 이 시대에도 존재하는 까닭은 그것이 아닐까? 연극이 아직도 우리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이유가 아닐까?"

    - 이상우 <야생연극 : 젊은 연극작가를 위한 창작노트> 중에서

     

     

       배우와 관객이 서로 만지고 안아주고 냄새도 맡고 속삭이는 연극을 연출하는 사람의 연극을 봤다. 이선균과 그의 부인 전혜진이 나왔다. 아니다. 전혜진과 그의 남편 이선균이 나왔다. 무대 위의 이선균은 내가 알던, 그동안 보아왔던 이선균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전혜진은 달랐다. 그녀의 무대는 처음 봤는데, 티비에서 보아왔던 전혜진과 무대 위의 전혜진은 달랐다. 연극을 다 보고나니 쉴새 없이 피어올랐던 담배연기와 전혜진이 기억에 남는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