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6 러브, 러브, 러브 막내동생이 장염에 걸려 어제 하루종일 집에 있었다. 죽만 먹어도 화장실로 직행해 따뜻한 물과 매실차만 마시고 있다. 그리고 하루종일 잔다. 삼일동안 계속 잠만 자는 것 같다. 미닛메이드 통에 따뜻한 물을 넣고 얇은 수건으로 감싸줬다. 장염에는 배를 따뜻하게 해주는 게 중요하단다. 동생이 자는 동안 시들어가기 시작하는 쑥으로 전을 한 장 만들어 먹었다. 봄비가 보슬보슬 기분좋게 내렸다. 기분좋게 낮술도 한 잔 했다. 어제 명동에서 연극을 보고 사온 맥주가 있었는데, 못 마시고 바로 잤다. 맥주를 마시며 삼천원 주고 사온 팜플렛을 읽었다. 거기에 이런 문장이 있었다. "배우와 관객이, 서로 만지고 안아주고 냄새도 맡고 속삭이고 그런 연극이 좋습니다. 그건 다른 어떤 예술도 만들어 낼 수 없는, 연극만이 만들.. 2013. 4. 21. 버자이너 모놀로그 몇 년 전이었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다. 아주 오래전 일. 일을 그만두면서 같이 일하던 분에게서 책을 선물받았다. 부랴부랴 챙기느라 읽던 책을 가져왔다면서, 괜찮으면 받아달라고 했던 책. . 메모도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 찾아보니 메모는 없네. 대신 그 분의 이름이 새겨진 책도장 흔적이 있다. 그렇게 읽게 된 . 몇 년이 지나 이 이야기를 무대 위에서 보았다. 한 달 후면 서른 넷이 되는 친구와 함께. 친구는 이 연극을 십년 전부터 보고 싶었다고 했다. 우리는 신당역에서 만나, 샌드위치를 나눠 먹고 커피를 한잔씩 마시고 극장에 들어갔다. 나는 웃었고, 친구는 울었다. 나도 울었고, 친구도 웃었다. 극장을 나와 감자튀김에 맥주를 먹고, 자리를 옮겨 대하구이에 맥주를 좀 더 마셨다. 그리고 노래방에 가서 .. 2012. 12. 3. 2011 Live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뮤지컬 조로. 민들레 바람되어. 만선. 이소라, 네번째 봄. 토마스쿡, 아무것도 아닌 나. 루시드폴, 기타와 목소리 2011. 2011. 1. 7. 썸걸즈 - 그건 굿, 바이의 해피엔딩 사실 그런 질문은 애시당초 꺼내지 말았어야 했다. 어찌되었든 우리는 굿은 아니지만 바이를 했고, 상황은 디 앤드되었으니까. 부산역 근처 호프집에서였다. 헤어진 지 5년이 지난 뒤였다. 잘 지냈느냐, 살이 좀 쪘네 마네, 맥주잔 언저리를 매만지며 어색한 말들을 주고 받고 있던 중에 갑자기 내 입에서 그 질문이 튀어 나와 버렸다. 정말 그 날 나는 바보 같았다. 너무 바보 같았다. 친구가 택시를 잡고 뒷좌석에 들어가 앉는 순간부터 눈물이 쏟아져나왔다. 그야말로 엉엉 울었다. 그 당시에는 쪽팔려서, 바보 같아서, 살이 쪄버려서 이렇게 우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건 그제서야 끝난 굿, 바이였다. 그냥 바이가 아니라 굿바이였다. 내 마음에 한 톨의 미련도, 후회도 남지 않은 완벽한 해피앤.. 2008. 5. 29. 민자씨의 황금시대 - 엄마와 내가 함께 보낸 열 달 해물 치즈 떡볶이와 고추만두, 소고기 김밥을 먹은 뒤였다. 적당히 먹었다고 생각하고 일어섰는데 배가 터질 것 같았다. 그리고 밀려드는 나른함. 자판기 아메리카노의 쓴 맛으로 노곤함을 달랬지만 언젠가처럼 '무려' 연극을 보면서 잠이 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끄럽지만 예전에 를 보다 졸았다. 가을이었고 몹시 추운 날이었다. 바깥에서 들어오니 극장 안이 너무 따뜻했다. 저절로 눈이 감겨 살짝 졸았는데 내 옆에 앉은 커플이 나를 보며 킥킥 댔다. 자기야, 내 옆에 여자 잔다. 크크. 어찌나 정신이 벌떡 들던지. 그 말을 듣곤 눈알이 띄어나올 정도로 눈을 번쩍 뜨고 봤다. 잠깐 연극을 음미하려고 눈을 감았을 뿐인 척하면서. 그 커플에게 더이상 내가 자지 않는다는걸 알려주려고 자주 과장되게 몸을 비틀어대.. 2008. 4. 18. 2008 Live 민자씨의 황금시대. 신경림 시인 북 콘서트. 썸걸즈. 컴퍼니. 철수영희. 마이앤트메리_First Circle 2008. 1. 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