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번째봄1 여섯번째 봄 동생이 산낙지가 먹고 싶다고 했다. 나는 오늘부터 다이어트를 결심했지만 (매일 결심한다), 아직 해가 지지 않았으니 그러자고 했다. 야외 테이블에 앉았다. 산낙지 한 접시랑 맥주 한 병을 시켰다. 동생의 유럽 얘기, 회사 얘기가 이어지다, 나의 생일날 이야기가 이어졌다. 동생은 그때 파리에 있었고, 그곳에서 미역국 이모티콘을 보내줬다. 내가 말했다. 역시 좋았어, 라고. 동생이 말했다. 지금 짝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던데. "마흔 여덟살이 되었어요." 이소라가 말했다. 이천십육년 오월 이십칠일에. 나는 서른 일곱살이 되었다. 서른 일곱살의 생일날, 나는 꿈꿨던 대로, 별일없이, 이소라의 공연장에 혼자 앉아 있었다. 공연은 여덟시를 조금 넘은 시간에 시작됐다. 무대에 긴 별빛을 닮은 장식물이 내려왔다. 그 안.. 2016. 6. 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