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를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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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서재를쌓다 2021. 7. 3. 08:45
불금. 남편에게 약속이 있었고, 남편이 들어오자마자 아기를 맡기고 잠들었다. 다행이 모유양이 많아 밤에 한 번을 제외하곤 모유를 먹이고 있다. 모유가 소화가 잘돼 자주 배고파하는 것 같아 밤에는 푹 자게 분유를 한 번 먹인다. 남편이 혼자 저녁시간을 즐긴 게 미안하다고 제때 분유를 먹이고 재운단다. 덕분에 3시 반까지 푹 잤다. 3시 반에 모유를 먹이고 트림을 시키는데 트림은 나오지 않는 시간을 보내다 침대에 눕혔다. 새벽 4시가 지나고 아가도 남편도 자는데 이상하게 정신이 또렷해졌다. 육아만 온종일 하기보다 아기 자는 시간 틈틈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엄마도 살 수 있다고 낮에 이모님이 말씀하셨다. 마침 오늘부터 단편 하나씩을 읽어보자 결심을 했더랬다. 거실 소파에 앉아 낮에 읽다만 백수린 작가의 '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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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2서재를쌓다 2021. 5. 19. 22:38
택배가 도착할 예정이라는 문자가 왔다. 보낸 사람은 김남희. 남희언니인가. 도착할 때까지 두근대며 기다렸다. 택배봉투 주소를 보니 언니였다! 책 속지에 언니의 손글씨가 담긴 귀여운 종이가 붙여 있었다. SNS에서 소식을 보았다며 엄마가 되는 걸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좋은 엄마가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응원이 적혀 있었다. 종이를 붙인 마스킹 테이프에는 단란한 가족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언니에게 어떻게 소식을 전하나 궁리하고 있었는데 언니가 먼저 연락을 해줬다. 가쿠타 미쓰요의 은 내게 보내고 싶었던 책이라고 했다. 두 에피소드가 정말 좋았는데 맞춰 볼 수 있겠냐고. 어떤 에피소드가 좋았을까 생각하면서 읽어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초반에 공감되는 에피소드 두 개를 찜해두고 언니도 분명 이 글들이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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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3서재를쌓다 2021. 5. 11. 02:59
오늘은 낮잠을 참았기에 밤에 잘 수 있을까 했는데 역시나다. 밤만 되면 몸의 온갖 세포들이 살아난다. 가렵고 화장실은 계속 가고 싶고. 결국 누워있다 일어나서 바디보습 제품을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도착하면 매일 잔뜩 발라줘야겠다. 책장에 새 책이 많이 들어온 만큼 읽은 책은 팔려고 박스 안에 한 권 한 권 넣어두고 있다. 최민석 작가님의 는 전에 읽은 가 너무 재미나 출간되자마자 바로 구입했는데 흠. 형식은 와 비슷한데 재미는 덜하다. 는 날 것 그대로의 재미가 있었는데 이번 책은 조금 정제되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최민석 작가는 계획했던 글이 잘 써지지 않자 출판사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출간을 포기하려고 했다. 그러자 출판사에서 제안한다. 스스로 재미를 느낄 만한 걸 써보는 건 어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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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4서재를쌓다 2021. 5. 10. 02:36
주말에는 동생이 자고갔다. 친구가 보내준 흑돼지소라찜과 식빵을 나눠 먹고 밤 12시까지 수다를 왕창 떨었다. 12시까지 와인 세 병을 비운 남편과 동생은 금새 자고 나는 또 혼자 한 시간 뒤척이다 잠들었다. 한 시간이면 금새 잔 거다. 자다가 천장을 보고 똑바로 누워 있는 나를 발견하고 황급히 배를 만져봤다. 한쪽 배가 볼록 튀어나와 있었다. 깜짝 놀라 왼쪽으로 돌아누웠다. 뭉친 게 풀린 걸 확인하고 다시 잠들었다. 오늘은 어제 먹다 남은 소고기로 미역국을 끓였는데 고기가 적어서 그런지 깊은 맛이 나지 않았다. 다음엔 고기를 왕창 넣고 끓여봐야겠다. 엄마가 사준 거제산 미역은 좋은 상품인 걸 확인했다. 요조 책은 소소하고 담백해서 좋다. 지금까지 읽은 책들이 그랬고, 제목부터 끌렸던 도 그랬다. 나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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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6서재를쌓다 2021. 5. 8. 01:41
점심으로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다. 늘 양조절에 실패하는데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나 라고 생각되는 양으로 요리를 만들고 나면 늘 많다. 지나치게 많다. 바질 페스토와 뽀모도로 시판 소스로 만든 파스타였는데 맛있었다. 양이 어마어마했는데 다 긁어 먹었다. 그리고 요즘 보고 있는 드라마 을 보다 자연스레 낮잠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보통 낮잠은 길게 자도 한두시간 정도였는데 다섯시 넘어서까지 아주 꿀잠을 잤다. 그래서 오늘 밤잠은 당연히 오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있다. 요즘 밤에 잠이 잘 오지 않고 자려고 노력하느라 힘들었는데 이렇게 아예 놓아버리니 좋으네. 물을 끓였다. 얼마 전에 산 카페인 없는 포틀랜드 차를 우려냈다. 스탠드도 켜고 음악도 틀었다. 오늘은 이렇게 일기도 쓰고 책도 읽고 영화도 보다 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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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으로부터,서재를쌓다 2021. 4. 28. 00:54
하와이에서 작은 커피집을 찾아갔더랬다.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한적한 주택가에 있는 커피집이었다. 돌아가서도 이곳을 추억하며 마실 만한 원두를 사고 싶었는데 관광지에 있는 유명한 커피집 원두는 사고싶지 않았다. 검색을 해보니 평이 좋은 적당한 곳이 있었다. 가게 안에 앉아서 한 잔 마셔보고 싶었는데 가게가 워낙 작았고 테이블도 꽉 차 있었다. 남편과 나는 각자 커피 하나씩을 골랐고 한국에 가지고 갈 원두도 하나 골랐다. 가격이 꽤 나가는 원두였다. 취향별로 하나씩 고른 커피는 맛있었다. 덕분에 원두 맛이 더 기대가 됐다. 원두를 사니 작은 칩을 하나 줬는데 커피를 무료로 마실 수 있는 쿠폰이라고 했다. 당일에는 사용불가란다. 어쩌지 우린 내일 떠나는데. 사정을 말할까 하다 내일 공항에 가기 전에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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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서재를쌓다 2021. 1. 30. 06:53
철분제를 챙겨먹기 시작하면서 변비가 오는 것 같아 푸룬주스를 주문했다. 유산균을 꼬박꼬박 챙겨먹는 데도 그런다. 아침에 미지근한 물을 마시면 좋다고 해서 방금 차를 만들었다. 주전자에 물을 채우고 팔팔 끓였다. 좋아하는 푸른색 잔에 도라지차 티백을 넣었다. 어제는 책이 왔다. 밤에는 좋아하는 도 보지 못하고 꾸벅꾸벅 졸다 잠들었다. 새벽에 화장실 가고 싶어 깼더니 남편이 틀어놓은 재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얼른 다시 잤다. 오늘은 토요일인데도 일찍 깼고 21주차가 되었다. 병원에 가 정밀초음파를 하는 날이다. 손가락 발가락이 열개씩 다 있는지, 장기들이 정상적으로 있는지 확인해본다고 한다. 살이 제법 붙은 얼굴을 볼 수 있을까 기대 중이다. 맘카페에 보면 아빠들이 동화책으로 태담도 한다고 하길래 어제 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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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떡볶이서재를쌓다 2021. 1. 23. 13:00
목요일 밤이었다. 열시 반부터 가 방영된다고 했다. 가습기 물을 가득 채우고 안방 전등을 끄고 침대 스탠드를 켰다.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핸드폰을 하는 둥 영화를 보는 둥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십 년도 더 된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아찔했다. 만약 그때 잘못되었더라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 당시에는 달달한 기억이었고 그후로도 얼마동안 그렇게 생각했지만 다른 상황으로 갔으면 아주 위험한 상황이었던 거다. 불현듯 떠오른 기억에 소름이 끼쳤다. 다행이었어, 생각했다. 생각에 생각을 이어가다 보니 젊은 시절 비슷한 일들이 꽤 있었다. 뭐가 그리 급했을까, 뭐가 그리 안달이 났을까, 뭐가 그리 세상이 무너지는 일이었을까 싶었다. 이십 년이 지난 후 지금을 생각하면 그때도 그러려나. 요조의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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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지 않을까, 우리가 함께라면서재를쌓다 2021. 1. 20. 21:40
인디언의 전래동화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너무 어릴 때 읽었던 책이라 출처가 확실히 기억나지 않을 뿐더러 실제로 그런 대목이 있었는지도 의심스럽지만, 내 마음속에 분명히 남은 문장이 있다. 그것은 바로, "행복한 일을 말하고 다니면 공기 중의 귀신이 질투를 한다"라는 말이었다. 이상하게도 그 말은 나에게 큰 영향을 줬다. 어쩌면 경상도 출신인 어머니의 영향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좋은 일은 티 내지 않고 혼자만 알고 있어야 복이 달아나지 않는다고 믿었다. 그런 제가 강아지와 동거인과 함께하는 행복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다니 스스로도 어색해서 견딜 수가 없지만, 솔직하게 한번 써내려가보록 하겠습니다. - 인디언의 속담, 8-9쪽 내가 아는 오지은씨는 무척이나 솔직한 사람. 이 들어가는 글을 읽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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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몸의 시간서재를쌓다 2021. 1. 7. 20:27
2020년 2월 27일 출간이니, 봄이 오고 있을 즈음 친구에게 선물해줬던 책이다. 책의 앞부분에 작가님의 사인이 '2020. 봄'이라고 적혀있다. 친구의 소설 선생님이고 임신했을 때의 이야기라고 해서 읽어보지도 않고 선물했다. 그러다 임신을 하고 무얼 읽을까 찾아보다가 이 책 생각이 났다. 친구는 당시 술술 잘 읽힌다는 후기를 전했다.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적당한 때에 주문하려고 했는데 내 장바구니를 본 친구가 사지 말라고 했다. 안 그래도 주려고 했다고. 코로나로 만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새해를 앞둔 어느 날 친구의 깜짝 택배가 도착했다. 택배를 풀어보니 하얀색 스벅 다이어리와 책, 다정한 엽서가 있었다. 친구는 이렇게 썼다. "임신 기간이 너에게 어떤 시간이 될런지 궁금하다. 나는 그때는 몰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