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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
    서재를쌓다 2021. 1. 30. 06:53

     

     

      철분제를 챙겨먹기 시작하면서 변비가 오는 것 같아 푸룬주스를 주문했다. 유산균을 꼬박꼬박 챙겨먹는 데도 그런다. 아침에 미지근한 물을 마시면 좋다고 해서 방금 차를 만들었다. 주전자에 물을 채우고 팔팔 끓였다. 좋아하는 푸른색 잔에 도라지차 티백을 넣었다. 

     

      어제는 책이 왔다. 밤에는 좋아하는 <허쉬>도 보지 못하고 꾸벅꾸벅 졸다 잠들었다. 새벽에 화장실 가고 싶어 깼더니 남편이 틀어놓은 <그것이 알고싶다> 재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얼른 다시 잤다. 오늘은 토요일인데도 일찍 깼고 21주차가 되었다. 병원에 가 정밀초음파를 하는 날이다. 손가락 발가락이 열개씩 다 있는지, 장기들이 정상적으로 있는지 확인해본다고 한다. 살이 제법 붙은 얼굴을 볼 수 있을까 기대 중이다. 맘카페에 보면 아빠들이 동화책으로 태담도 한다고 하길래 어제 온 동화책 두 권을 남편에게 내밀었다. 쑥스럽다고 거절할 줄 알았는데 두 권 다 소리내어 읽어줬다. 나도 처음 읽는 거였는데 <바다레시피>는 너무 낭만적이었고, <바닷가 탄광 마을>은 결말이 너무 슬펐다. 남편은 중간중간 그림설명 하는 추임새도 넣고 파도소리, 갈매기 소리 등 의성어도 넣으면서 맛깔나게 읽더라. 공대생 아니랄까봐 추임새는 굉장히 현실적이었다. 탕이야, 이건 그냥 갈매기가 아니가 괭이갈매기야. 탕이야, 고래는 노래를 하지 못해. 고래는 초음파를 쏜단다. 탕이야, 간은 발바닥으로 보는 게 아니란다. 손가락으로 콕 찍어 보는 거야. 덕분에 많이 웃었다. 신기하게 한참을 읽어주니 뱃속에서 움직임이 느껴졌다. 간질간질 꿈틀꿈틀 제법 크게. 기분좋게 듣고 있나보다며 신기해했다. 오늘은 소윤이가 선물해준 동화책과 예전에 사둔 시골집으로 가는 길에 대한 책을 읽어달라고 해야겠다. 

     

      새벽에 일어나 <바닷가 탄광 마을>을 혼자, 조용히 다시 읽었다. 추임새 없이 의성어 없이. 다시 읽어도 결말은 슬펐다. 마지막 세 문장은 없어도 좋을 것 같다. 세 문장 없이도 동화책은 충분히 완성이 된다. <바닷가 탄광 마을>은 그림이 정말 아름답다. 특히 햇살에 반짝거리는 바닷가 풍경. "오늘은 햇살이 어찌나 환한지...... 바다에 물비늘이 반짝거려요." 정말 물비늘이 반짝거린다. 해질녘 네 식구가 저녁을 먹고 함께 집앞 테라스에 나란히 앉아 바라보는 노을이 있는 바다풍경도. 쓸쓸하고 아름답다. 아빠의 고단한 하루를, 나의 분주했던 하루를 다독여주는 풍경이다. 

     

      이번주 <유퀴즈>에 팔십이 넘으신 유명한 피아노 조율사 분이 나오셨다. 겸손해서 아름다우신 분이었다. 조성진은 선생님이 조율해주시면 피아노 음에서 빛이 나는 느낌이라고 했다. 티비를 보다가 너무 좋은 말들이라 메모장을 열어 메모도 해 두었는데, 이런 말씀들을 해주셨다. "지금 나이가 팔십이 넘었는데 작년보다 금년이 더 발전을 하고 있어요." "이제 겨우 쓸 만한데 팔십이네." 유재석이 조율을 60년 넘게 하셨는데 이제 일을 눈감고도 하시지 않으세요?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타협이죠. 그러니까 도 음 하나를 결정을 하려면 위쪽 4도한테도 물어보고 5도한테도 물어보고 옥타브한테도 물어봐야 돼요. 내가 여기 서도 되는가. 다 오케이 그러면 그 음이 그 자리에 서는 거예요." 조율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답이다. 오늘은 숙모가 잘 챙겨 먹으라고 보내주신 반찬들이 온다. 이번에는 어떤 정성들이 가득할까.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을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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