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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픈 카페의 노래 - 사랑, 등을 돌리지 말아요
    서재를쌓다 2007. 7. 3. 02:45





    슬픈 카페의 노래
    카슨 매컬러스 지음,
    장영희 옮김/열림원


      스무살 갓 지났을 때 내게도 사랑이 찾아왔다. 지금에 와서야 사랑이라고까지 할 수 없었던 감정이였다고 말하지만, 당시 내 가슴은 요동쳤고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바짝 다가와 내 마음을 온통 흔들어놓던 그 아이는 어느 날 갑자기 선을 긋고 절대 넘어오지 말라하고 뒤돌아섰다. 나는 '왜 사람들은 항상 등만 바라보는 걸까? 마주 보면 좋을텐데' 라고 말했고, 그 아이는 등을 더욱 바짝 세운 채 뒤돌아서 갔다.

       슬픈 카페의 노래에는 서로의 등만 보는 사랑들이 있다. 아득하고 무너질 것 같은 등을 마주하고 사랑한다 말하는, 삼각관계라고 표현해버리기에는 너무나 깊은 사랑. 결코 내 앞의 그 사람이 뒤돌아서지 않을 거라는 걸 아는 사랑, 곧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가 나를 떠나버릴 것을 아는 사랑,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사랑.

       뼈가 사무치게 고독해서 이제는 다시는 혼자 남겨지고 싶지 않은 여자, 그가 너무나 나쁜 사람인 것을 알면서도 본능적으로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내줄 수 밖에 없는 남자, 평생 단 한번 진심으로 사랑했던 여자에게 복수를 하는 남자가 옛날에 아주 먼 옛날에 슬픈 카페에 살았다. 그들은 사랑할 때 행복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보아주지 않을 때 불행했다. 행복은 너무나 작았고, 상처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다. 결국 내 사랑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은 모든 것을 잃었다. 이것이 과연 사랑일까? 너무나 이기적인, 그래서 너무나 솔직한, 그래서 너무나 슬픈, 그래서 결국 연기처럼 사라져버린 사랑. 사랑. 사랑.

       책을 읽으면서 슬픈카페에서 팔았던 영혼이 따뜻해지고 아픈 기억따위는 잠시 지워버릴 수 있는 동네 사람들을 모두 불러모으게 만들었다는 술을 한 병 마시고 싶었다. 한 모금 마시면 따뜻해지고, 한 모금 더 마시면 행복해지고, 그렇게 세 병을 마시면 등을 돌리고 있는 그 사람이 나를 향해 돌아서며 씽긋 웃어만 줄 것만 같은 술. 그리고 그 마법같은 밤이 지나면 머리가 깨질 것만 같은 숙취와 함께 등을 돌아선 사랑이 있는 불행한 현실로 돌아온다 해도 낮시간만 잠시 견디면 카페는 다시 문을 열 것이고, 그 사람의 미소를 다시 볼 수 있을 것이기에 힘을 낼 수 있는 그런 술.

       결국 사랑이다. 너무나 힘든 주고받는 마음의 대칭. 내가 사랑하면 그도 사랑해주고, 내가 등을 돌리면 동시에 그도 등을 돌릴 수 있는, 이렇게보면 정말 쉽지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슬픈 카페에서는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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