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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옹
    모퉁이다방 2022. 6. 9. 22:24

     

     

       친구가 그랬다. 돌 즈음부터 무척 행복했던 것 같다고. 그 전까지는 육아가 참 고되었는데 돌이 지나면서부터 아이가 너무너무 예뻐지더라고. 너도 그럴 거라고. 아직 걷지는 못하는데 다리 힘이 꽤 생겼다. 어린이집에서는 곧 걸을 것 같다며 매일매일 걷기 연습을 한다는데 집에서는 그냥 놀게 둔다. 어제는 미끄럼틀을 혼자 힘으로 탔다. 계단이 두 개 있는 낮은 미끄럼틀이긴 한데 한번 타니 계속 탄다. 기특한 녀석- 요새 많이 웃고 짜증도 곧잘 낸다. 책을 끊임없이 읽어달라고 하는데 자기가 좋아하는 페이지를 찾아 그 부분만 읽어달라고 한다. 여전히 공놀이를 좋아하고. 남편은 새로운 장난감을 당근 거래를 해서 들여오곤 한다. 

     

       요즘 아이는 여덟시 부근에 잔다. 시간이 얼추 되면 얼굴을 씻기고 로션을 바르고 밤기저귀로 바꿔준다. 요즘 콧물이 심해 자기 전에 코뻥을 꼭 해주고 마지막 우유를 먹인다. 어린이집에서, 하원하고는 집에서 1초도 쉬지 않고 신나게 논 아이는 우유를 빨면서 눈을 스르르 감는다. 싫다고 힘껏 짜증을 내지만 구강티슈로 입 안을 닦아주고 방으로 데려간다. 내 (한때는 우리였다) 침대 옆에 아이의 낮은 범퍼 침대가 있다. 3센치 낮은 범퍼 가드를 넘어가지 못하게 한 면에 울타리를 쳐뒀다. 아이를 눕히면 신기하게 얼마 전부터 가만히 누워있다. 원래는 자기 싫어 벌떡 일어나 앉곤 했는데 요즘은 가만 누워 있다. 새와 비소리가 동시에 들리는 백색소음을 켜고 수면등도 약하게 켜고 바깥바람이 들어오게 창문이 열려있나 보고 아침에 일찍 깨지 않게 커튼이 제대로 쳐져 있나 보고 마지막으로 가습기를 켠다. 그렇게 울타리를 넘어 아이의 범퍼 침대로 들어와 한 켠에 누우면 아이가 누운 채로 나를 보며 배시시 웃는다. 나를 기다려주는 거다. 어두운데 웃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인다. 그리고 내 쪽을 향해 돌아누워 잠잘 자세를 취한다. 핸드폰으로 켜둔 자장가를 반복해서 같이 듣거나 자장가를 직접 불러주며 엉덩이를 토닥이고 등을 쓸어내려주면 아이가 거짓말처럼 스르르 잔다. 

     

       오늘은 바로 자질 않아 자장가를 꽤 여러 번 불러줬다. 계속 내가 있는 구석으로 몸을 움직이길래 넓게 편히 자라고 반대쪽으로 옮겨 누웠다. 그러니 아이가 벌떡 앉더니 방향을 틀어 내가 옮긴 쪽으로 따라 눕더라. 등을 쓰다듬어 주니 내 상체에 몸을 바짝 붙이고 한쪽 팔을 내 어깨 위로 올리고 또 배시시 웃더라. 이런 자세는 처음인데 하며 아이 등을 쓰다듬어 주는데 갑자기 울컥했다. 바짝 달라붙어 아이의 심장소리까지 들리는 지금이 탯줄로 서로 연결되어 있던 임신 때 우리 둘 같아서. 1년 조금 더 된 기억인데 벌써 조금씩 희미해지고 있는 그때가 불현듯 생각나서. 늙은 애미 때문에 무슨 일이 날까 매번 노심초사 했었는데. 아무 일 없이 건강하게 태어나 이렇게 튼튼하게 자라주고 있는 것이 꿈만 같아서. 지난 오월 마지막날 아이의 생일이었다. 아이는 무사히 건강하게 일년을 보냈다. 너도 대견하고, 그렇게 엄마아빠가 된 우리도 대견하고, 그동안 고생한 날들도 대견하고. 친구 말대로 앞으로 행복한 일만 그득할 거라고 생각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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