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채수
    모퉁이다방 2022. 3. 4. 14:37

     

     

      어제는 갑자기 체온이 38도까지 올라갔다. 우리집 알람시계 지안이는 어김없이 7시 기상을 했다. 몸을 일으키려고 하는데 항상 무거운 몸이었지만 어제는 더 무거운 거다. 손목을 비롯한 온몸의 관절이 욱신거렸다. 체온을 재보니 심상치 않았다. 제일 처음 든 생각은, 지금껏 만나는 사람들 코로나만 걱정했지 내가 걸릴 줄이야. 남편은 걸릴 리가 없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장담했지만 (낙관주의자) 나는 온갖 시나리오를 머릿속에 그리기 시작했다. (비관주의자) 해열제를 한 알 먹고 지안이가 낮잠 1을 잘 때 한 숨 잤는데 체온이 떨어지지 않았다. 미리 사둔 자가키트를 꺼냈다. 일회용 장갑을 끼고 면봉으로 코 두 곳을 모두 쑤셔 돌리고 용액에 휘젓고 검사판에 3-4 방울 뿌렸다. (결과 사진을 남편에게 보냈더니 3-4 방울 뿌린 게 맞냐고 들이 부은 게 아니냐고;) 결과는 한 줄. 음성. 오후에 이유식을 먹고 놀다 낮잠 2를 자는 아이를 따라 해열제 한 알 더 삼키고 침대에 누웠는데 잠이 오질 않았다. 전날 야채를 썰어 이유식 채수를 만들었다. 세끼 밥솥 이유식도 처음 만들어봤다. 보통 이유식 만드는 날은 어른밥은 안 만드는데 요즘 너무 많이 시켜먹는다는 생각에 어른밥까지 만들었다. 오뎅탕에 냉삼팽이말이... 그렇게 밤이 되자 그야말로 녹초. 몸이 말하는 듯 했다, 정말정말 피곤하잖아. 또 다른 생각은 생리 3일 전이라는 알림. 임신 출산 모유수유 후 두 번째 생리다. 몸이 그동안 쉬던 걸 하려고 하니 열이 좀 나나 하는 생각. 아무튼 피로가 누적되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남편에게 꼭 칼퇴해달라고 하고 마스크를 쓰고 최대한 아이 곁에 가지 않으려고 했다. 감기라도 옮기면 안되니까. 요즘 떼쟁이 울보가 된 아이는 계속 음-마음-마 하며 잡아달라고 손을 내밀고, 놀아달라고 소파에 앉은 나를 올려다봤다.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한 번 더 하려는 나를 칼퇴한 남편이 말렸다. 자가키트 해봤으니 내일까지 증상이 있으면 그때 가보라고. 그럼 이제 아무 것도 안하고 쉬겠다고 하니 그러라고 했다. 일단 안방에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저녁에 안방 침대에 눕다니 얼마만인가! 남편을 불러 몇 달 동안 켜진 적 없는 티비를 켜달라고 했다. 달달한 믹스커피 한 잔과 과자도 주문했다. 남편은 모두 해주고 문을 닫고 나갔다. 밖에서 떼쟁이 울보가 악을 쓰며 아빠와 노는 소리가 들려왔다. 목욕을 하자고 하는 소리도 들려왔다. 목욕을 다했다는 소리도 들려왔다. 몸을 닦고 로션을 바르는 소리도 들려왔다. 그리고 마지막 분유를 먹이러 방으로 들어왔다. 나는 티비를 끄고 남편이 분유를 먹이는 모습을 침대에 누워 지켜봤다. 남편은 트림을 시키고 거즈 손수건으로 아이 잇몸을 닦아주고 얼굴에 로션을 한번 더 발라주고 수면조끼를 입히고 아이를 재우려 했다. 나는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 앉아 그 모습을 지켜봤다. 마침 삼겹살이 도착했다. 삼삼데이라 삼겹살을 시켰단다. 왠지 몸이 괜찮아진 것 같았다. 남편이 방에 들어가 아이를 재우는 동안 설거지를 간단히 했다. 그리고 육퇴한 우리는 늦은 저녁을 먹었다. 냉장실에 있는 당귀를 추가해 누가 구워서 배달해준 삼겹살에 쌈무를 깔고 누가 썰어준 편마늘에 쌈장을 찍어 누가 무쳐준 파무침도 얹어 입안이 터질 듯 쌈을 싸 먹었다. 김치냉장고에서 시-원해진 콜라도 벌컥벌컥 마시면서. 

     

      <어쩌다 사장>을 보며 이제 좀 살 것 같다며 푸념을 하다 평소보다 온도를 낮춰 샤워를 했다. 드라이기로 머리도 잘 말리고 나왔다. 윗니가 나기 시작하는 아이는 요즘 새벽에 자주 깨서 짧은 악을 쓰는데 그것도 남편이 일어나 진정시켜줬다. 그렇게 한숨 푹 자고 일어나니 몸이 어제보다 조금 가벼워졌다. 체온도 37도 밑으로 내려가 있었다. 휴- 다행이다. 채수 내는데 쓰고 남은 야채는 다음번 채수 만드는데 쓰려고 햇볕에 말리고 있는데 잘 쪼그라들고 있다. 지안이 비타민 D야 많이 생겨라 하며 오늘 아침에 한번씩 뒤집어줬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