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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팔월의 삿포로, 둘째날 오전
    여행을가다 2016. 12. 13. 22:40


       둘째날은 삿포로 시내를 쉬엄쉬엄 돌아보기로 했으나, 이동할 때 왠만한 거리는 걷기를 원했던, 그리고 그에 걸맞게 길을 참으로 잘 찾았던 친구 덕에 엄청 걸었다. 정오가 되자 우리가 벌써 엄청나게 걸었다는 게 다리를 통해 느껴질 정도로 아침부터 잘도 걸었다. 그리하여 2016년 여름 삿포로는 다리의 기억.





       아침. 고층이라 햇빛이 엄청나게 쏟아져 들어오더라. 야경을 본다고 커튼을 치지 않고 잤는데, 해가 뜨면서 온몸이 뜨거워지면서 깼다. 물론 내가 깬 게 아니라, 친구가. 나란 인간은 어떤 환경에서든 잘 자는 인간. 안쪽 침대에 잤던 친구가 창가로 와서 커튼을 치고 다시 잤다.





       하루를 시작해봅니다. 걷다 보니 친구가 가고 싶어했던 거리가 나왔다. 이렇게 가까이 있었다니. 물론 친구는 밤의 거리를 원했지만. 아침의 거리는 가게들이 문을 열기 전이라 한산했다. 치약칫솔을 숙소에 두고 나와 하나씩 구입했다. 가이드북에 따르면 이곳에 괜찮은 술집이 많아 삿포로 사람들이 퇴근 후에 많이들 방문한다고 했는데, 결국 밤에는 와보질 못했다. 스스키노 아케이드.





       참새는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친구는 또 인형뽑기 가게를 들렀고, 유심히 인형들을 살펴보다 이번에도 승산이 없다며 뽑지 않았다. 저 니모 인형은 정말이지 갖고 싶었는데 말이다.





    귀여운 조각상 앞에 서서 인증샷도 남겼다.




     

        그리고 아침. 일부러 조식을 신청하지 않고 나와서 먹었다. 이날 아침은 연어구이에 고기반찬, 미소된장국. 아침밥 사진을 찍는데, 옆자리에 앉은 한국 남자아이들이 피식- 웃었다. 후식으로 비싼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삿포로에서 만난 하코다테. 이번 여행에서 하코다테에 꼭 가고 싶어 궁리해봤는데, 이동에 너무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해서 포기했다. 언젠가 하코다테만 꼭 가볼 거다. 어릴 때는 몰랐는데, 항구도시가 이야기도 많고, 매력적인 구석이 많은 것 같다. 기다려라, 하코다테.


       



       오도리 공원에 도착했다. 하늘하늘하고 초록초록한 완연한 여름. 낮에는 덥더라. 어제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준 바람은 어느새 사라지고- 오전의 공원에 사람들이 많았다. 그늘에 앉고, 양지에 앉은 사람들이 저마다 오전의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공원 한 켠에는 저녁의 맥주축제 준비가 한창이었다. 빈 테이블을 열심히 닦는 직원을 보았다.





       티비타워. 전망대는 돈이 드니까, 무료로 올라갈 수 있는 층까지 올라갔다. 티비타워의 캐릭터 테레비오또상이랑 친구는 사랑에 빠져서 테레비오또상 뺏지를 사고, 인형을 사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고, 테레비오또상 판넬 앞에서 포즈를 바꿔가며 수도 없이 사진을 찍었다. 두 명이 얼굴을 들이밀고 찍을 수 있는 테레비오또상 판넬이 있길래 지나가는 커플에게 부탁해서 사진도 찍었다. 결국 친구는 돌아와서 테레비오또상 뺏지를 잃어버렸고, 인형을 사지 않은 걸 후회했다. 테레비오또상과 첫 눈에 사랑에 빠진 친구라니-





    그리고 걸어서 홋카이도 구청사.





    그림자는 왜 이렇게 이쁠까.





    날씨가 좋아서, 눈앞의 것들이 선명했다. 팔월의 색깔들.





    선명한 이국의 나무.





    쏟아지는 이국의 빛.





       예전에 왔을 때는 구석구석 둘러보질 않았는데, 이번에는 혼자 구석구석 둘러봤다. 친구는 다리가 아파 올라가지 않고 1층에서 쉬겠다고 했다. 나는 혼자 오래된 계단을 올라 오래된 건물 깊숙이 들어왔다. 오래된 카펫트, 오래된 벽, 오래된 장식품들을 봤다.  





    오래된 건물은 새로운 풍경을 품고 있었다.





       이곳에서 나를 가장 사로잡은 건, 역시 빛. 그리고 그림자. 그림자에는 각각의 이야기가 있어, 내 얘기를 가만히 들어봐, 라고 말하는 것 같다. 조용히, 그리고 시간을 들여야만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1층에 내려와 친구랑 기념품샵에 들어갔다. 어느 곳을 방문하든 기념품샵은 나의 기쁨, 나의 행복. 여기서 오늘밤 맥주 안주로 쓰일 게튀김 과자와 (불행히도 맛이 없었다), 엽서 한 장, 귀여운 그림이 그려진 입욕제를 샀다. 세심하게도 포장해 주었다.





    해가 질 때쯤 앉아 있고 싶다고 생각했던 계단을 지나,





    이동해 봅니다.





       오늘 뭐 먹지? 삿포로 편에 나온 장외시장에 가보기로 했다. 전철을 타고 갔는데, 시장이 전철에서 떨어진 외진 곳에 있어, 묻고 묻고 또 물어 겨우 찾았다. 해가 중천에 떠 있고, 아침부터 많이 걸어서 몹시 지쳤는데 북적거리기 시작하는 시장의 식당 건물들이 보였을 때 얼마나 반가웠던지. 오전에만 잠깐 여는 시장이라고 했는데, 관광객들 때문인지 오후까지 하는 곳들이 있었다.





       걷다가 마음에 드는 곳에 들어갔다. 맥주컵이 냉장고가 아니라 밖에 나와있어 시원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망설였지만 낮맥을 해 주었야 한다는 나의 주장에 따라, 나마비루 후타츠 구다사이- 식당 아주머니들이 무척 친절했다. 사진기를 들고 있으니 사진을 찍어준다며 커다랗게 이치 니 산을 외쳐주시고, 어디서 왔냐며 물어봐 주셨다.





       짜잔- 된장국에도 게가 들어가 있습니다. 색깔이 좋아 연어알 +성게알 +게살 덮밥을 시켰는데, 연어알은 좀 힘들었다. 우니도 처음엔 좀 힘들었는데, 먹다보니 점점 맛있어졌다. 연어알 먹으면서 이걸 서울에서 먹으려면 얼만데, 생각하면서 꾸역꾸역 모조리 다 먹었다. 하지만 다음에 또 오게 되면 게살만 있는 덮밥을 시키겠노라 다짐했다는. 이런 해알못!





    후식으로 먹은 유바리 메론은 입 안에서 살살 녹았다. 꿀맛!





       다시 걷기 위해서는 충전의 시간이 필요했다. 역앞에 괜찮아보이는 옛날식 커피집이 있었는데, 들어가자마자 담배냄새가 흥건해서 친구가 들어가질 못하겠다고 했다. 다시 나와서 역 주변을 둘러보는데 마땅한 데가 없었다. 그래서 다시 들어갔다. 금연석에 앉으니 담배 냄새가 별로 나지 않더라. 따뜻한 커피 한 잔씩 시키고 다음 장소를 정했다.





    다들 일하고 있을텐데, 라고 생각하니 이 시간이 더 느긋하게 느껴졌다.





       옆테이블에는 앉은 할머니는 카레를 시켜 드셨다. 나중에 책에서 우연히 봤는데, 일본에는 커피집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단다. 밥도 먹었다, 맥주도 한 잔 했다, 커피도 한 잔 마셨다, 엄청나게 걸었다, 노곤해지는 오후-





      무거운 다리를 이끌고 삿포로 역으로 다시 이동. 홋카이도 대학교에 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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