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KBS에서 13회 뮤지컬 대상 시상식을 봤어요. 신동엽씨와 박지윤 아나운서의 사회로 여러 뮤지컬 축하공연과 1년동안 수고한 스텝과 배우들에게 여러 이름의 상들이 돌아갔습니다. 한때는 제게도 뮤지컬 붐이 일어서 봤던 공연을 한번 더 보기도 하고, 여러 뮤지컬 관련 카페나 클럽에 가입해서 배우들과 뮤지컬 넘버들에 빠져있었던 때도 있었답니다. 요즘은 뮤지컬 공연이 비싼 이유도 있고 이러저러해서 못 보고 있었는데요. 오래간만에 그 때 제가 빠져있었던 배우들도 보고 짤막하게 액기스를 뽑아놓은 각 뮤지컬의 축하공연을 보고 있자니 한창 뮤지컬을 보러 다녔던 생각도 나고 반갑고 그랬어요.



한 시간에 좋은 뮤지컬 넘버들을 감상할 수 있는 일 년에 단 한번의 기회


   어제 뮤지컬 대상 시상식을 보면서 인상깊었던 것 두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시상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화려한 축하공연이였어요. 진짜 뮤지컬 무대를 그대로 옮겨온 것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몰입하게 만들어 주었던 무대들이 펼쳐졌어요. 사실 꼭 보고 싶은데 가격이 너무 비싸서 못 보는 뮤지컬 공연들 많잖아요. 특히 브로드웨이 작품이나 큰 공연장에서 하는 작품들은 가격이 실로 엄청나더라구요. 그런 뮤지컬 관람에 애로사항이 있는 제게는 여러 뮤지컬을 한시간 넘는 시간에 가장 하이라이트 넘버를 듣고 볼 수 있어서 무척 좋았구요. 뮤지컬 공연을 잘 보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뮤지컬에 관심을 가지고 한번쯤 공연장에 가 볼 동기를 마련하게 하는 좋은 무대들이였던 것 같아요. 올해에 특히 옥주현의 <시카고>나 영화로도 잘 알려져 있는 <그리스>의 경쾌한 넘버나 박건형의 <뷰티풀 게임즈> 공연은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으로 익숙한 얼굴과 노래들을 들을 수 있어서 친근했던 무대이기도 했구요.



보여지는 것에만 치중한 것이 아닌 진심이 느껴지던 동료애


   그리고 하나는 시상에 관련된 건데요. 저는 상을 받는 사람보다 그 순간의 다른 동료 배우들이 인상적이였어요. 부산영화제 개막작 상영에 레드카펫만 화려하게 입장하고 우루루 빠져나갔다는 기사를 봐도 그렇고 (물론 끝까지 영화를 본 배우들도 있었다고 하지만요) 너무 보여지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이번에 네티즌들이 주는 영화제로 1회 대한민국 연기대상에도 수상하는 배우들이 거의 참석하지 않아서 생중계도 취소되고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참석한 김윤진씨와 안성기씨가 화제가 되었잖아요. 물론 촬영이며 다른 바쁜 사정들이 있었겠지만요. (이 영화제가 투표과정에 있어서 여러 문제가 제기되었다고 하던데 그건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런 영화배우들의 단지 보여지는 것에 치중한 모습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에 있었는데, 이번 뮤지컬 대상 시상식을 보는데 MC 신동엽씨의 멘트처럼 후보들이 하나같이 참석을 하고 누군가 상을 받게 되면 상을 받는 당사자보다 그 주위 동료들이 뛸듯이 기뻐해주고 수상소감에 눈물이 고이는 장면들이 보이더라구요. 예전에 들었는데, 뮤지컬 시장이 그렇게 크지가 않아서 공연을 여러편 같이 하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까 배우들끼리도 굉장히 친하다고 하더라구요. 매일 동고동락 땀을 흘리며 연습과 공연을 하니까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을 거 같구요. 그래서 그런건지 정말 내 일처럼 상을 받는 동료들을 위해서 진심을 보이더라구요. 저는 그 동료애에 감동했어요.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짝짝짝.


   예전에 무릎팍 도사에서 공형진씨가 그렇게 말했죠. 박중훈씨가 말하기를, 시상식에 노미네이트가 되든 안되든 무조건 시상식에 가서 상을 받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축하해준다고. 그러면 언젠가 내가 상을 받게 되었을 때 그 사람들이 진심으로 축하해줄 것 아니냐고. 동감입니다. 진심, 진심이 필요한 것 같아요. 


   올해 뮤지컬 대상에서 수상한 모든 배우분들, 스텝분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짝짝짝. 더불어 수상하지 못했지만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지만 지금도 아낌없이 땀을 흘리며 무대 뒤에서, 무대 위에서 공연하고 계실 배우분들, 스텝분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짝짝짝. 공연 가격이 조금만 저렴해졌으면 좋겠는 바램이 있지만 돈 차곡차곡 모아서 무대 위의 당신들을 곧 보러갈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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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블 채널 MBC 무비스가 MBC 에브리원으로 바꾸면서 초호화 가수들을 초대하며 개국쇼를 했습니다. 가수들의 무대를 재미있게 보다가, MBC 에브리원에서 새로 시작하는 자체 제작 프로그램 소개를 유심히 보았습니다. 다른 케이블 채널에서 본 것과 같은 뻔한 프로그램들도 있었고, 기획의도가 신선한 볼만한 프로그램들도 있었습니다. 꽤 많은 프로그램이 새로 시작하는 것과 개국쇼의 멘트 중 에브리원은 어느 연령층만 소화해 내는 채널이 아니라 남녀노소가 모두 즐길 수 있는 케이블 채널이 되겠다고 하는 말이 귀에 쏙 들어왔습니다. 일단 저희집에서는 요즘 MBC 에브리원을 즐겨 보고 있습니다. 본 MBC 프로그램의 재방송들이 여전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프로그램도 많이 생겨 신선하기도하고 유쾌해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역시 케이블인지라 튀고 다소 수위가 높은 프로그램들도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이것이 정규방송에서는 절대 시도될 수 없는 과감하고 적극적이라는 점이 케이블의 장점이기도 하겠지만요.

   어제 제가 본 프로그램은 <서경석의 유쾌한 공방전>이였어요. 서경석씨가 사회를 보고 연예인들과 그에 상응하는 여러 직업과 시각을 가진 안티팬들이 나와서 이야기를 하는 프로그램인데요. 일단 기획의도는 좋아보입니다. 연예인들이 무차별적인 악플에 시달리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요. 뒤에서 모습을 숨친채 비방하는 안티팬이 아닌 당당히 얼굴을 내비추며 단순하고 이유없는 비난보다는 설득력있고 애정을 담은 비난을 하고, 연예인들은 그에 대해서 반론을 제기하기도 하고 솔직하게 답변도 하는 좋은 취지예요.


   첫 회에는 김영철씨, 김C씨, 김현철씨, 이유진씨, 김효진씨가 출연을 했구요. 방청객들 중에서 비공개로 각각의 안티의 숫자를 투표한 후, 선정된 안티팬 패널들이 나와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눈 후에 마지막에 다시 한번 방청객의 안티의 숫자를 투표해요. 진솔한 이야기들을 통해서 안티가 줄 수도 있고, 안티가 되려 늘어날 수도 있어요. 어제 방송에서는 김C씨가 안티 2명이 더 늘었던 거 같애요. (김C..씨라는 호칭이 영 어색하네요. ^^;)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오고 갔어요. 김C씨의 솔직한 방송에 대한 자신의 생각, 김영철씨와 김현철씨의 늘 똑같은 개그만 우려먹는다는 것에 대한 의견, 이유진씨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 김효진씨의 드라마 출연 부진 이후에 대한 이야기. 적극적인 공방전이 시작되기 직전에 VCR로 각각 나온 연예인들에 대한 사람들의 뒷담화,라고 뒷담화 요원이 한 명 투입이 되고 요원 가까운 분들이 나온 연예인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나갔는데요. 이건 좀 민망하더라구요. 사실 우리가 수다를 떨면서 연예인을 이야기할 때 당사자는 절대 듣지 못한다는 생각에 이런저런 조금 심한 이야기까지 하잖아요. 호칭도 그렇구요. 그런 모습이 그대로 방송에 나가니까요, 특히 김현철씨 뒷담화에서는 당구를 치는 세 남자가 욕설을 섞어가면서 이야기하는 모습이 삐-소리로 대체되어서 나갔는데요. 실제로 방송에서는 편집이 됐지만 김현철씨가 많이 불편해하고 화를 냈었던 것 같앴어요. 저도 불편했는데, 당사자는 오죽 했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전히 나에 대한 비판은 우리들에게도 쉽게 받아들이기는 어렵고 불편한 일이잖아요.


   마지막에 김효진씨와 안티팬들이 나눴던 이야기들이 인상에 깊었어요. 안티팬 중 한 분은 심한 말을 한 것에 대해 사과를 하면서 애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망을 하게 되는 부분들도 커서 그런 것같다고 애정이 담긴 비판이라며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는 말을 했구요. 김효진씨도 그런 것들을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인간이기에 그런 사소한 말들에 연예인들이 얼마나 상처를 받고 또 더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지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어요.

   저같은 경우도 그렇거든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잖아요. 하지만 저에 대한 비판은 조그만 것이라도 의연하게 받아들이기가 조금은 힘든 일인거 같아요. 연예인이기 때문에, 공인이기 때문에 사생활도 보장받지 못하고, 어떤 일이든지 평가받고 비난을 받기도 일쑤지만요, 연예인들과 안티팬 모두 서로를 좀 더 이해하고 알아가야 할 것 같아요. 단순한 비방이 아닌 애정을 가진 발언들이 분명히 있고, 또 그들이 얼마나 조그만 말에도 상처를 입고 있는지 말이예요.

   아무튼 안티 팬과의 만남이기 때문에 아슬아슬할 수밖에 없는 <서경석의 공방전>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가는지 지켜보겠습니다. 케이블 방송이라 너무 보기 불편하게 과감한 건 자제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수면 위로 떠오른 안티팬과의 만남. 좋은 프로그램으로, 더불어 좋은 팬 문화 정착으로 거듭 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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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봉천군 시중호의 모습이 보이면서 <자라의 생존법칙>은 시작됩니다. 우선 이 곳이 남한이 아니라 북한의 땅이며, 촬영은 조선기록 과학영화촬영소팀 촬영하고 MBC가 구성, 편집을 담당한 '남북공동제작 자연다큐멘터리'라고 말해줍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의 땅을 디디고, 단군이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던 홍익인간 정신으로 나라를 개국하던 날, 남한의 티비에서는 북한에서 생존하고 있는 자라의 모습이 방영됩니다. 이 다큐는 지난 2월에 방영되었던 거라고 해요. 여러 의미들을 기념하고 내포한 채 재방영되는 <자라의 생존법칙>을 봅니다.

   <동물의 왕국>을 즐겨보기보다는 <주주클럽>을 더 챙겨보는 저로써는 자연다큐는 실로 오랜만입니다. 북한 땅을 담은 자연다큐는 처음이구요. <자라의 생존법칙>은 자라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그들이 얼마나 오래 이 땅을 밟아왔는지, 그리고 그 세월을 견뎌오는 동안 살아남기 힘든 생태계에서 생존 노하우를 쌓아오며 얼마나 힘겹게 지내왔는지에 대해서요. 물론 자라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이 다큐에는 여러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어요. 일단 북한의 시중호의 모습이 있습니다.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새벽의 풍경, 왠지 티비를 보고 있는 방 안에까지 풍겨져 나오는 것만 같았던 신선한 공기, 맑은 물. 시중호는 북한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해요. 그리고 자라 외에도 그 땅의 많은 생명체가 등장합니다. 자라와 한판 싸움을 벌였던 뱀이며 두꺼비며 참게, 자라를 무척이나 신기해하다 호되게 당했던 귀여운 소나 강아지까지요. 잠깐씩이지만 이 수중호에 사는 푸른바다거북같이 귀이한 생물체들도 등장합니다. 그리고 등장하는 것이 이 다큐를 촬영했던 조선기록 과학영화촬영소의 모습이예요. 다큐를 보는 내내 이렇게 미세한 클로즈업을 어떻게 잡아내는지 궁금했었는데 때마침 그들이 등장하더라구요. 보기에는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셨고, 촬영하는 모습이 잠깐 지나가고 모닥불을 피워놓고 자라에 대해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잡혔는데, 이 다큐에서 가장 재밌는 장면이였습니다. 이런 대화들이 오고 갔거든요. 조금만 더 힘내서 촬영하자. 오줌 마려운 것도 담배 피고 싶은 것도 조금씩 참자, 그러자 어떤 분이 그런데 식사시간 건너뛰자는 말은 제일 섭섭하다고 말합니다.

   두리뭉실하게 알고만 있었던 자라에 대해서 세세하게 학습할 수 있는 좋은 다큐였습니다. 자라코가 수중에서 숨 쉬기 좋게 길게 뻗은 돼지코라는 거, 순해보이는 자라지만 쇠젓가락도 부러뜨릴 이와 날카로운 발톱을 지녀 왠만한 싸움에서 지지 않는 다는 거 (다큐에서 뱀, 두꺼비, 참게와 생존을 위해 싸움을 하는데 자라가 다 이겼습니다.)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신체 구조를 지니고 있고 밤눈이 밝고 밤에 식욕이 왕성해 야간사냥을 자주 한다는 거 (왠지 스파이와 잘 어울리지 않습니까?) 산란기에 알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수컷끼리 피가 터지는 자리싸움을 벌인다는 거 (동물세계에서는 싸울 때는 죽을 힘을 다해 힘껏 싸우고, 패배했을 때는 모든 것을 인정하고 깨끗하게 떠난다고 하더군요.) 산란기에 수컷은 5마리 정도의 암컷과 짝짓기를 한다는 거, 자라는 자신의 알을 품거나 도와주지 않고 다만 멀리서 알자리를 지켜보기만 한다는 거, 그래서 새끼자라는 혼자서 알을 깨고 태어나 어미도 없이 물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중생대때부터 이 땅에 발을 디디고 살아온 자라. 태초의 자라도 다큐 속의 부화를 막 시작한 새끼자라들처럼 혼자였겠지요. 그렇게 물을 향해 살기 위해 엉금엉금 기어갔고 처음으로 물갈퀴가 있는 발을 휘저으며 헤엄치기 시작했겠지요. 이따금씩 물밖의 공기를 돼지코를 내밀어 들이 마시면서요. 자라는 공격을 먼저 잘 하지 않는다고 해요.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공격을 한대요. 거의 대부분은 등껍질 안으로 목을 집어 넣고 죽은척하면서 귀찮은 상황이 끝나길 기다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땅 위에서는 1분에 4M를 갈 정도로 느리지만 물 속에 들어가면 누구보다도 빠르게 헤엄친다고 해요. 엉뚱할 수도 있겠지만 약하게만 알고 있었지만 실은 누구보다 강한 자라를 담은 이 다큐를 보면서 그 땅과 그 땅을 디디고 있는 우리들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우리의 삶이 자라를 닮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악한 마음으로 먼저 공격하지는 않으되 누군가 부당한 공격을 해 오면 절대 지지 않는, 그것이 어떤 강한 상대일지라도요. 때로는 멀리서 소중한 것을 지켜주고 나 자신을 스스로 보호할 줄 알고 강하고 용맹하게 이 땅에 오래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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