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하얗게 뒤덮은 히말라야 정상을 오른 사람들이 보입니다. 그 중 두 사람은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 장애인입니다. '생애 최고의 약속'이라는 다소 상투적인 재목의 특집 오프닝을 보고 심드렁했던 마음을 가졌던 것이 금방 미안해져 버렸습니다. 얼마나 게으르고 나약한지 한 시간여의 다큐멘터리 앞에서 나는 또 작아져 버립니다. 짝짝짝. 고맙습니다.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어서. 그리고 그 속에 강한 당신들이 있어주어서.

   '생애 최고의 약속'에는 세 사람의 시각 장애인이 히말라야 6476m의 메라피크 등반에 도전합니다. 등반에 앞서 여러 건강 검진과 고산증을 대비한 합숙 훈련까지 마친 세 사람의 각오는 대단했습니다. 장애인이라서 안 된다는 편견을 없애고 싶다, 무엇보다 그 곳에 다녀오면 뭐든 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길 것 같다. 세 사람은 자신을 위해서, 자신들에게 색안경을 끼고 보는 세상을 향해서 그 높은 곳을 올라가겠노라고 결심합니다. 


    40살의 안마사 유성씨. 특수 교육을 전공하는 대학생 나영씨. 두 눈을 잃은 후 여러 번 자살 시도 후 처음으로 세상에 맞선 도영씨. 다큐가 시작되고 산을 오르는 세 사람의 모습이 비춰질 때 살며시 눈을 감아봤습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암흑인 세상. 성우의 나레이션 소리와 산을 오르느라 힘겨워하는 사람들이 헉헉대는 숨소리만 들려옵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앞 사람의 몸과 발이 맞닿는 땅의 느낌만으로 보통 사람도 오르기 힘들다는 히말라야를 오르고 있는 겁니다. 왠지 숙연해집니다.

   각자 사연이 있었지요. 유성씨는 자신과 같은 시각장애를 가진 아들에게 자신이 꼭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나영씨의 부모님은 심하게 반대하셨지만 넓은 세상을 더 알고 싶다는 나영씨가 보낸 간절한 스물 세 통의 문자 메세지를 받은 후 결국 허락하셨습니다. 아쉽게도 무릎 통증이 너무 심해 도중에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도영씨는 끝내 눈물을 보였습니다. 꼭 성공하고 싶었다면서요. 자기 몫까지 열심히 정상에 올라가달라고. 유성씨도 나영씨도 모두 같은 마음이였기에 함께 눈물을 흘렸습니다.

   방에서 감기 조금 걸렸다고 보일러를 빵빵하게 틀어놓고 누워서 티비를 보고 있던 저는 냉큼 일어났습니다. 앞도 보이지 않고 몸도 힘든 그들이 이렇게 힘겹게 히말라야를 오르고 있는데, 앞도 잘 보이고 몸도 튼튼한 제가 너무나 게으르게 비스듬히 누워서 그들을 보고 있는 것이 죄스럽게 느껴져 벌떡 일어나 허리에 힘을 주고 곧은 자세로 앉았습니다. 


   유성씨의 아들 동진이는 판사가 꿈이라고 합니다. 모든 사람이 평등해질 수 있기 때문에 판사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어린 녀석이 어찌나 말도 잘 하는던지요. 예쁘게 말하는 법을 아는 아이였습니다. 음성도 아주 맑은 아이였습니다. 꼭 정상에 오를 때 들으라고 했던 동진이의 녹음 선물을 유성씨가 들을 때 저도 함께 울어버렸습니다. 얼마나 기특하고 착한지. 신은 유성씨에게 두 눈을 앗아간 대신 그렇게 어여쁜 아이를 주셨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곱고 맑은 아이였어요. 동진이가 좋은 세상에서 불편없이 살 수 있게 우리가 애써야 할텐데 말이예요. 유성씨는 가슴팍에 동진이 사진을 달고 메라피크 정상에 오른 후 동진이에게 선물로 준다며 히말라야의 바람소리를 녹음합니다. 쉬이쉬이. 바람 소리뿐이지만 동진이는 알겠지요. 그 소리에 아빠의 땀과 그만두고 싶었던 지친 마음과 그래도 너로 인해 포기할 수 없었던 마음이 담겨져 있다는 걸요. 그래서 끝내 오르고만 벅차 오르는 지금 이 순간의 마음두요.

   동진이는 '아마도 히말라야는 하얀 세상이겠지'라고 말했습니다. 유성씨는 정말 동진이 말대로 하얀 세상인 히말라야에 마침내 올랐구요. 눈으로 볼 수 없지만 마음으로 볼 수 있었겠죠. 하얀 세상을요. 유성씨의 아내가 한 말이요. 우리는 가보지 못한 곳들도 인터넷이며 티비를 통해서 볼 수 있지만 유성씨와 동진이는 그렇지 못하니 좋은 기회가 왔을 때 꼭 다녀왔으면 좋겠다는 말이요. 어쩌면 우리는 많은 것을 볼 수 있지만 또 그만큼 많은 것을 보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또 동진이와 유성씨, 나영씨와 도영씨는 많은 것을 볼 수 없지만 우리보다 더 많은 걸 보고 있을 수도 있을테구요.

   저도 유성씨가 녹음한 히말라야의 바람소리를 듣고 싶어요. 눈을 감고 조용한 곳에서 녹음기에서 흘러 나오는 쉬이쉬이 소리를 듣고 싶어요. 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 왠지 뭐든지 잘 될 거 같은 믿음이 생길 것만 같아요. 마치 제가 그 하얀 세상, 히말라야의 정상에 오른 것처럼요. 유성씨가 이런 말을 했어요. 사람에 의지하는 것보다 오히려 로프를 잡고 오르니깐 더 믿을 수 있었다고. 로프가 더 좋았다고. 얼음 절벽 길에 로프를 잡고 오른 것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왠지 이 말이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도 계속 마음에 남네요.
 
    고맙습니다. 비 내리는 주말, 덕분에 제 마음이 뜨거워졌어요. 뭔가 힘들어질 때면 유성씨의 녹음기에 녹음된 히말라야의 바람소리를 눈을 감고 상상해볼께요. 쉬이쉬이. 귀 기울이면 금새 들려올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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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의 초콜릿> 첫 회가 방송됐다. '달콤하고 감미로운 음악과 토크가 흐르는' 무대를 만들겠다며 다소 떨려 보이는 김정은이 준비한 첫 방송을 시청했다.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즐겨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좋은 음악 무대가 왜 한 방송사밖에 없을까. 많은 가수들이 러브레터에 출연하는 것을 영광으로 꼽고, 무대 위에서 최선을 다해서 열창을 하는 이런 무대가 좀 더 많으면 가수에게도 시청자의 입장에서도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매주 꼬박꼬박 시청하지는 못했지만 <김동률의 포유>가 없어질 때도, <김윤아의 뮤직 웨이브>가 없어지고, <이적의 음악공간>이 없어질 때도 아쉬웠다. 왜 다들 늦은 시간에 방송되어서 시청률은 현저하게 낮고 오래 가지 못하는가. 다행히 <김윤아의 뮤직 웨이브>에서 <이적의 음악공간>으로 이어진 무대는 <포유>처럼 아예 사라지지 않고 <김정은의 초콜릿>으로 이어졌다.

   이런 작고 따뜻한 노래와 이야기가 흐르는 무대가 이번에는 제발 없어지지 않고 <이소라의 프로포즈>만큼 <윤도현의 러브레터>만큼 장수하길 바라면서 첫방송을 시청했다. 김정은은 예의 그 동그란 눈을 더 동그랗게 뜨고 긴장한 표정으로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며 첫 무대를 장식했다. 80년대의 히트곡 박혜성의 '도시의 삐에로'였다. 한 번 실수를 하긴 했지만 곧잘 불렀다. 박정현의 말대로 '귀여운' 실수였다. 그리고 박정현이 초콜릿같이 달콤한 노래 '달아요'를 불렀고, 유리상자도 함께 나와 그 날 결혼을 한 커플들을 아름다운 하모니로 축하해줬다. 그리고 백마탄 왕자님같은 컨셉의 하얀 이서진이 등장했고, 첫회라 꼭 출연하고 싶었다며 '고해'를 불렀다. 마지막 초대손님은 김장훈, 객석을 열광으로 이끌었다.

   물론 문제점들도 눈에 띄었다. <이적의 음악공간>의 처음에 많은 문제를 야기했던 편집문제가 <김정은의 초콜릿>에서도 보였다. 도무지 토크의 편집이 자연스럽지가 않았다. 방송 시간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토크 부분에서 편집을 감행해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도무지 대책없이 툭툭 싹둑거리며 잘라낸 느낌이다. 편집만 보면 첫번째 손님이였던 박정현과 나중에 함께 나온 유리상자는 인사도 없이 갑자기 생뚱맞게 무대를 내려가버린 듯 했고, 이서진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인사를 하고 다음 순서로 넘어가는 연결이 이렇게도 어색하다니.

   김정은은 이런 프로그램을 예전부터 꿈꿔와서 이렇게 맡게 된 것이 너무나 좋다고 했다. 그래서 잘 해나가고 싶다고. 1개월내내 연습한 피아노 연주며 프로그램 주제가까지 직접 부르는 그녀에게서 정말로 이 프로그램을 오래, 잘 해나가고 싶다는 의지가 보였다. 김정은이 무대를 떠나지 않고 가수가 노래하는 동안에도 무대 한 켠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객석과 함께 박수치며 공감하는 모습을 봐도 그렇고, 달콤한 레시피, 제스트 메리드나 스위트 커플 등 따뜻하고 달콤한 코너들도 스텝과 그녀가 프로그램에 대해 많이 고민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니 오래 좋은 프로그램으로 남아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어쩌면 이전의 진행자들과 달리 가수가 아니라 배우인 그녀가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에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붙임성 많은 성격의 그녀가 최대한의 장점을 살려 특색있는 화요일 밤의 음악이 흐르는 무대를 만들어주길 멀리서 응원해본다. 어쩌면 한번쯤 당첨되어 그 무대 가까이에 초대받을 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그런 행운이 올 때까지 많은 사랑을 받길. 가수에게는 꼭 한번쯤 서고 싶은 무대로, 시청자들에게는 늦은 밤 잠을 설칠 정도로 기다려지는 무대가 되길 바란다. <윤도현의 러브레터>의 박력있는 무대와 <김정은의 초콜릿>의 달콤한 무대로 일주일이 즐거워지는 기쁨을 맛 볼 수 있길 바라며. 첫 방송 축하드려요.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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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애씨가 돌아왔다. 금요일 11시. 3시즌 첫 회를 손꼽아 기다리면서 영애씨가 돌아와줘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여전히 막돼먹은 채로 말이다.

   내가 영애씨와 사랑에 빠진 순간은 바로 그 때. 명절 때 여전히 뚱뚱한 채로, 여전히 노처녀인 채로 남아있다고 나무라는 친척들을 뒤로 한 채 집을 나온 영애씨가 놀이터에서 꺼억꺼억 울던 그 순간, 나는 그녀에게 반해버렸다. 어쩜 이렇게 리얼한지. 어쩌면 내 이야기같은 에피소드들인지. 나도 영애씨를 따라 찔끔거리면서 울어버렸다. 그녀가 사랑에 빠졌을 때 나도 두근거렸고, 그녀가 서러워하며 술을 마셔댔을 때 나도 함께 마셨다. 아, 나의 영애씨. 영애씨와 더불어 돌아온 몸만 청결한 도라이 지원씨, 양다리에 빠진 그녀를 사랑하는 윤과장, 기러기 아빠 사장님, 귀여운 원준씨, 자유영혼 혁규씨, 영애씨의 귀여운 동생 영채, 귀엽고 듬직한 엄마, 아빠까지 모두모두 돌아와서 정말정말 반가워요. 얼마나 기다렸다구요.

   영애씨의 매력은 리얼리티다. 실제로 3시즌 제작발표회에서 영애씨 김현숙은 <막돼먹은 영애씨>는 일상이라고, 주조연의 차이도 없고 배우들 모두가 사람냄새나는 진솔한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각오를 밝혔다고 한다. 실제로 3시즌을 통해 배우 김현숙 자신도 운전면허를 따게 되었고 그 과정을 고스란히 <막돼먹은 영애씨> 3시즌을 통해 보여줄 것이라고.

   새해 들어서 금주하고 재태크에 매진하겠다는 이름만 이영애와 같은 영애씨의 결심은 모두의 예상대로 작심삼일이 되었다. 영애씨는 영채의 신혼방에 술이 잔뜩 취한 채 동생 부부네 침대 위에서 잠을 잔 지 벌써 두번째고, 새로 들어온 불면 쓰러질 것 같은 애교작렬 셀카쟁이 신입사원의 소매에 볼펜을 그은 죄로 백만원이 넘는 돈을 물어주기로 했다. 냉장고 깊숙이 숨겨져 있던 딸기를 찾아먹고는 매부에게 핀잔만 당하고, 독립하겠다고 엄마에게 결혼비용을 미리 땡겨달라고 말하고는 바로 욕 먹어 먹은 영애씨. 여전히 31년째 삼재인 그녀가 나는 여전히 사랑스럽기만 하다. 통통한 다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옷을 갈아입고, 두툼한 뱃살을 그대로 드러내보내주는 영애씨. 나는 언젠가 그녀가 행복해질 걸 안다. 물론 지금도 그녀는 행복하지만. 곧 그녀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건강한 사람인지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3시즌에서 영애씨는 독립준비를 시작했다. 비록 지금은 돈도 없고 독립하고자 하는 마음뿐이지만 3시즌 언제쯤 정말 영애씨는 독립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번에 본 반짝반짝 빛나는 복층의 E-뉴스 작가의 집만큼은 아니더라도 나는 그녀가 언젠가 꿈꿔온 독립을 한번쯤 이루길 바란다. 그 생활들도 지금의 생활들과 마찬가지로 힘들고 험난하더라도 영애씨는 몸도 마음도 건강하니깐 오뚜기처럼 벌떡벌떡 일어나 자신의 삶을 씩씩하게 걸어갈 것이다. 또 그것을 보고 우리들도 그럴 것이고. '우리는 비가 그쳤다고 해서 우산을 버릴 수 없고, 내일을 살기 위해 어제를 버릴 수 없다'고 말한 영애씨를 잊지 않길 잘했다. 정말. 영애씨,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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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시상식이 80회를 맞이했다. OCN의 아카데미 시상식 생중계를 보면서 든 이런 저런 생각들.


레드 카펫의 눈부신 드레스 향연

   역시 시상식하면 여배우들의 아름다운 드레스다. 실제 여배우들도 예쁘고 아찔하기도 한 드레스로 맵시를 뽐내며 배우라는 직업의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만큼 누구보다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싶은 레드 카펫 위 어여쁜 여배우들 중에 올해 아카데미에서 유독 눈에 띄이는 드레스들이 있었다. 바로 임신한 통통한 배를 한껏 드러낸 아름다운 만삭의 여배우들. 쌍둥이를 임심한 제시카 알바, 임신해도 여전히 우아한 케이트 블란쳇, 임신한지도 모를 정도였던 니콜 키드먼. 만삭의 몸에도 아름다운 D라인의 드레스로 여성미를 한껏 뽐낸 여배우들, 진정 멋있었다.


80년을 뒤돌아보는 아카데미의 추억들

   얼마 전까지 계속되었던 할리웃 작가들의 파업때문에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은 열리지 못할 수도 있었다. 다행스럽게 잘 해결되어 짧은 준비기간으로 열린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은 그 때문인지 다소 차분했다. 이전의 시상식은 화려한 공연이나 무대를 연출했었는데, 올해는 시상 중간중간에 지난 80년의 아카데미 시상식의 역사를 추억하는 영상으로 채워졌다. 시상자를 발표하기 전에 각 시상부분의 전 수상자들을 편집해서 보여줬다. 배우들의 젊은 시절 모습도 볼 수 있고,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던 배우들의 옛 화면을 마주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헐리웃의 아카데미치고는 차분했다.


주제가상 다섯 무대 중 세 곡이 <마법에 걸린 사랑>

   <마법에 걸린 사랑>은 즐겁게 보았다. 유치할 줄 알았는데 사랑스러웠던 영화였다. 영화 속 음악들도 발랄하고 유쾌했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 무대에 다섯 팀이 올랐는데, 세 팀이 <마법에 걸린 사랑>이였고 나머지 두 팀이 <원스>와 <어거스트 러쉬>였다. 그래서 <마법에 걸린 사랑>이 총 세 번이나 공연되었는데 너무 편향된 무대연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준비가 미비하거나. 결국 <원스>가 주제상을 차지하긴 했지만. <마법의 걸린 사랑> 세 곡은 함께 뮤지컬 형식으로 연출하고 다른 볼거리가 있는 무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헐리웃 배우들이 한꺼번에 한 자리에 모이는 자리이니만큼 그들을 두루 많이 보고 싶은 욕심 때문인가? 아쉬웠다.


<원스>의 주제가상, <라비앙 로즈>의 마리온 코티아르 여우 주연상

   두 영화 다 무척 감명 깊게 본 터라 이들의 수상에 큰 박수를 보냈다. <원스>의 'Falling Slowly'공연 때도, 적은 돈으로 빠른 시간에 찍은 작은 영화가 이렇게 아카데미 무대 위에 섰다는 수상 소감에, 마리온 코티아르의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는 촉촉한 수상소감에 내 마음이 설레였다. <원스>와 같은 작은 영화가 음악만으로 멀리 한국에까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고, 아카데미 무대에까지 섰다는 것. 프랑스 샹송 가수의 일생을 영화화한 <라비앙 로즈>의 프랑스 배우 마리온 코티아르가 쟁쟁한 헐리웃 여배우들 속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 정말 마음 깊이 축하의 박수 보내고 싶다. 짝짝짝.


보고 싶었던 얼굴, 보고 싶을 얼굴

   시상자에 오웬 윌슨로 나왔다. 자살 시도로 어떻게 지내나 궁금했는데, 그의 얼굴이 괜찮아 보여서 다행이다. 그가 빨리 마음의 상처를 지우고 계속 좋은 연기를 스크린 속에서 펼쳐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난 1년동안 세상을 떠난 영화인들의 영상도 있었다. 코닥극장을 꽉 채운 영화인들은 그 영상이 계속되는 동안 박수를 멈추지 않았다. 제일 마지막은 히스 레저였다. 앞으로 많이 보고 싶을 얼굴들.    


   OCN의 생방송은 여러모로 아쉽다. 동시통역의 자막은 한 템포씩 늦는 것은 당연한 거지만, 앞 뒤 문맥이 맞지 않는 문장들이 꽤 있었다. 위성상태가 나빠 화면이 자주 끊겼다. 생방송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지만, 꼭 다시 편집되고 자막이 제대로 출력되는 방송으로 봐야 제대로 본 것 같은 느낌이랄까. 아무튼 이제 해야할 일은 확실해진 것 같다. 극장으로 달려가는 것. 후보에 오르고 상을 받은 영화들 중에 아직 보지 못한 것들이 많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비롯해 <어톤먼트>, <주노>. 아, 기대된다. 얼마나 마음을 들뜨게 만드는 영화들일지. 아카데미 시상식은 어쩌면 우리들을 극장으로 가게 만드는 통로일 뿐일지도 모른다. 가서 보자. 그리고 영화를 제대로 느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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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친구들과 용마산 등반을 했다. 할일없이 빈둥대는 일요일을 보내기 싫어서, 다가온 봄을 느끼기 위해서 등등 가벼운 마음으로 올랐는데 꽤 험난한 용마산 바위들 틈에서 바둥거리며 내려왔다. 즐겁게 수다 떨면서 시작해서는, 넘어지기도 하면서 약간 다치기도 했고, 오랜만의 산행이라 무리한 탓인지 다리가 부들거리며 떨리기까지 했다. 3시간여의 산행을 마치고 고픈 배를 움켜쥐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정말 꿀맛이였다. 열심히 몸을 움직인 후에 먹는 밥이 이렇게 맛있었지 새삼 느끼며 밥을 싹싹 비웠다. 행복했다. 열심히 몸을 움직이고, 맛있게 배를 채운 휴일의 행복.

잘 노는 것
   <1박 2일>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오늘 산행이 떠올랐다. <1박 2일>이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건강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1박 2일>은 열심히 몸을 굴린다. 나이는 평균 30대지만, 마치 대학교 MT에 온 것처럼 다소 유치한 놀이를 정하고 땀을 흘리면서 몸을 열심히 움직인다. 가끔 반칙과 우기기가 끼여들지만 정직하게 몸을 움직이는 놀이들이다. 전력 질주로 달리거나 멀리 뛰거나 탁구대회나. 어린 시절 저녁 밥 먹기 전까지 지치는 줄 모르고 친구들과 놀았던 것처럼. 동심으로 돌아가 건강한 몸을 정직하게 굴린다. 밥 투정을 부리거나 잠을 설치는 건강하지 못한 행동들은 생각도 못할 정도로.

잘 먹는 것
   열심히 뛰어놀다가는 꿀맛같은 밥을 직접 만들어 먹는다. 허기가 반찬인지라 뭐든지 먹기만 해도 꿀맛일 저녁을 함께 만든다. 가마솥에 밥을 짓고, 고기를 굽고, 찌개를 만들어서 먹거나 동네 어르신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드리며 맛있고 건강한 반찬들을 얻어다 먹는다. 잘 놀고, 잘 먹는 것. 몸을 열심히 움직이고, 밥을 맛있게 먹는 것을 일요일 저녁 밥상을 마주하고 시청하는 것이다. 밥 투정하는 어린 아이도, 편식을 하는 아이들의 나쁜 버릇들은 <1박 2일>에서 해답을 제시해준다. 즐겁게 몸을 움직이라고. 그러면 모든 밥은 꿀맛이 된다고.

잘 자는 것
   그리고 마지막, 잘 자는 것이다. 적당한 운동과 맛있는 식사 후에 숙면을 취하는 것을 <1박 2일> 멤버들은 보여준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물에도 꼭 씻고 자는 청결파 허당 이승기에서부터 물티슈 하나로 고양이 세수를 하고 코를 골며 잘도 자는 강호동까지. 좋은 잠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매회 치열한 복불복이 이뤄지지만 이미 열심히 뛰어놀고 배부르게 먹은 <1박 2일>의 멤버들은 어떤 악조건에도 달콤하게 숙면을 취할 수 있다. 그리고 '뱀이다'의 요란한 기상송과 함께 아침 일찍 기상하고, 또 다시 맛있는 밥을 위해 복불복이 이어지고.

 건강한 웃음을 전해주는 <1박 2일>
   서로 몸을 움직이고, 부대끼는 것이 서먹서먹한 사람과 친해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 사람과 친해지려면 밥을 함께 먹으라고 하지 않나. 함께 자는 것은 물론이고. <1박 2일>의 멤버들은 가장 정직하고 건강하게 친해져왔다. 함께 땀을 흘리고, 찌개에 숟가락을 함께 담그고, 서로의 코고는 소리를 들으면서. 오늘의 산행 후에야 <1박 2일>이 일요일 오후, 정말 건강한 웃음을 안방에 전해주고 있구나, 생각이 들면서 고마워졌다. 그리고 나도 그들처럼 열심히 움직이고, 맛있게 먹고, 달콤하게 숙면을 취하는 하루쯤은 일주일에 한 번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밥 투정을 하고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는 아이들이있다면 꼭 권하고 싶은 일요일의 건강한 저녁 밥상. 다음주에도 봄을 느끼며 어딘가를 다녀와서 꿀맛같은 밥을 먹고 <1박 2일>을 시청해야지. 건강한 기운을 마구 받을테다.

    아, <1박 2일> 멤버 중에 몸개그를 가장 잘하는 사람은 상근이다. 어쩜 그렇게 보들보들, 귀엽게 공격을 해대는지. 가장 건강하고 즐겁게 뛰어노는 상근이. 갈수록 귀여워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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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하가 이번주 군 입대를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무한도전에서는 하하의 깜짝 게릴라 콘서트 편이 방송되었습니다. 한 달만 지나면 훈련소에서 나와 출퇴근할 공익이라고 해도 2년 넘게 방송을 떠나있어야 할 하하에게는 입대일을 앞두고 걱정과 불안감이 앞섰을 것입니다. 무한도전과 함께 뒤늦게 날개를 펼친 인기와 팬들의 관심이 2년 후에도 계속 될 수 있을까. 혹시나 나를 잊어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말이죠. 아무튼 하하는 11일 수많은 매체와 팬들의 관심 속에서 입대를 했고, 2년여를 열심히 보내고 우리들 앞에 더 좋은 모습으로 나타날테죠. 며칠 전 공개되었던 훈련소 단체 사진 속 밝은 모습처럼요.


뻔한 각본에도 뭉클해지는 하하의 게릴라 콘서트

   예전에 일요일 일요일밤에의 게릴라 콘서트가 인기있었을 때도 매번 그 뻔한 각본에 속아넘어가 가슴을 졸이고 눈물을 찔끔거렸습니다. 실패하는 가수는 거의 없었고, 거의 게릴라 콘서트 무대는 성공이였습니다. 늘 실패일거다 조마조마했지만 예상외로 많이 와준 관객들에 가수는 눈물을 흘리고 감사하다며 열창을 하고. 그 모습을 매주 안방에서 보면서 매주 찔끔거렸습니다. 이번 무한도전의 게릴라 콘서트도 이미 기사로 먼저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하하가 안대를 쓰고 무대 위로 나왔을 때 마치 제가 컴컴한 안대를 쓴양 혹시 진짜 많이 안 왔나, 싶은 생각에 보이지도 않는 어두운 객석을 훑게 되더라구요. 그리고 천오백명이 넘는, 보기만 해도 벅차오르는 꽉 찬 객석의 함성소리와 카드섹션에 저 또 뭉클해져버렸잖아요. 하하처럼요. 역시 감동은 결과에서 오는 것보다 그것을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오는 건가 봅니다.  


15437명이 만들어 낸 감동

   오늘 방송을 보면서 무한도전을 함께 만들어가는 건 6명의 멤버들과 스텝들뿐만 아니라 매주 주말 약속도 만들지 않고 티비 앞에서 닥본사하는 우리 시청자들이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무한도전이 시청자들을 무한도전 안으로 본격적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한 건 '서울 구경'편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방송이 끝나면 각종 게시판에서 만나게 되는 어린 연령층의 팬뿐만 아니라 길을 가다 마주치는 아주머니, 아저씨들, 할아버지, 할머니들까지 무한도전을 즐겁게 주말 저녁을 함께 시청하고 있었다는 것을 멤버들이 무방비 상태로 거리를 나섰을 때 알 수 있었습니다. 더운데 먹고가라며 아이스크림을 사주시는 어르신들, 잘 보고 있다며 길거리에서 불쑥 악수를 건네는 우리 부모님들을 만나는 무한도전의 멤버들은 티비 안의 스타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동네 오빠, 형처럼 다정하고 예의바르고 스스럼없는 모습들에 얼마나 훈훈했는지요 . 지난 크리스마스 공연도 시청자들을 직접 초대해서 함께 호흡했고, 이번주 하하를 보내면서 함께 한 게릴라 콘서트에도 같은 시간, 같은 웃음으로 주말 저녁을 함께 보내는 우리들의 무한도전을 향한 15437배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였습니다.


날 것 그대로의 무한도전

   실제로 무한도전은 멤버들 날 것 그대로의 진짜 방송입니다.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K본부의 1박2일도 그렇구요. 물론 재미를 위해서 오버하는 면이 없지 않겠지만 각 멤버들 성격을 엑기스만을 그대로 뽑아 만들어진 캐릭터들. 스캔들이며 여자친구가 생기는 진행과정이며 사생활을 그대로 까발려 실제 어딘가 거리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면 어제 만난 사람처럼 편하게 수다를 떨수 있는 것 같은 편안함. 이것들이 무한도전의 장점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이렇게 하하의 군입대를 앞두고 이루어진 게릴라 콘서트도, 다음주의 군입대를 앞두고 함께 떠난 인도여행도 모두 '진짜' 방송이라 감동적이였고 그러기에 매주 더욱 기대됩니다. 정 많은 정준하가 하하가 울먹일 때 자신도 뒤돌아서 계속 흐르는 눈물을 닦는 것도 진짜라서, 연출된 것이 아니라 날 것 그대로라서 더 감동적이였어요.  


    아, 저는 다음주 방송될 무한도전의 인도 여행기가 너무 기대됩니다. 예고편을 보면서 얼마전 보았던 영화 <다즐링 주식회사>가 떠오르기도 했어요. 영화는 나이만 들었지 철부지인 세 형제의 인도 열차 여행 성장기라고 할까요. 무한도전의 인도 여행기도 영화만큼 훈훈한 감동과 재미를 전해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제 5명의 무한도전은 주말 저녁을 지금까지처럼만 즐겁게 빛내주시구요. 하하도 열심히 공익 생활하시고 딱 지금같이 밝고 씩씩한 모습으로 2년 후에 다시 만나요. 기다릴께요.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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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김수현 작가의 가족 주말극을 좋아해서 KBS의 <엄마가 뿔났다>를 봤습니다. '부셔버릴거야'의 <청춘의 덫>도, 배경음악이 아직도 기억나는 <불꽃>도, <완전한 사랑>과 <내 남자의 여자>도 눈물을 찔끔 흘리면서 보는 나도 절로 심각해져 몰입해서 애청했었지만, 김수현 작가의 작품 중에 가장 좋아했던 작품들은 대박이의 <사랑이 뭐길래>, 친척들이 북적북적 모여살아 사건사고가 많았던 <목욕탕집 남자들>, 개성 강한 세 며느리가 한 가족이 되었던 <내 사랑 누굴까>, 자폐아 아이를 두었던 <부모님 전상서>와 같은 하하하 웃으면서 유쾌하게 볼 수 있는 가족 주말극입니다. 대가족이 바글거리면서 평범하고도 특별한 사건사고를 저지르면서 아웅다웅 살아가는 모습을 주말 저녁즈음에 보고 있으면 뭔가 내 마음도 복잡복잡거리면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뿌듯해지곤 합니다.

    애청하면서도 김수현 드라마는 대사가 저렇게 많네, 등장인물들이 따발총같이 다 저렇게 대사를 하네, 나왔던 배우들이 또 변함없이 나오네, 여자들은 결혼하면 매번 집에 들어 앉네, 등의 볼멘소리를 하곤 했어요. 이번 <엄마가 뿔났다>에도 여전한 것들이였죠. 따발총의 대사, 김수현 군단의 재등장. 그런데 첫 를 보면서 그것들이 없으면 김수현 드라마는 흥이 안 날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탁구치듯 빠른 속도로 톡하면 탁하고 받아치는 대사들, 그리고 그 엄청난 양의 리듬과 흥을 잘 려서 해야만 그 맛이 충분히 살아나는 대사빨을 가장  연기해낼 수 있는 김수현 작가로부터 인정을 받은 배우들. 아마도 이번에 등장한 뉴페이스들도 작가에게 인정을 받게 되면 다음 드라마에서 또 볼 수 있겠죠. 그건 충분히 김수현식 대사들을 몸으로 잘 습득하여 연기해내었다는 뜻이니까요. 첫 회에서는 뉴 페이스 신은경의 대사처리가 왠지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곧 입에 착착 달라붙는 연기를 보여줄거라 생각합니다.


  김수현의 가족주말극은 늘 대가족을 이야기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사는 것은 물론이고 고모 할머니도 같은 건물에 살기도 했지요. 이번 <엄마가 뿔났다>에는 마당이 있는 2층 건물 옆 작은 별채에 백일섭의 쌍둥이 동생 강부자 고모가 신기가 있어 누가 죽는지 잘도 알아맞춰 무서운 딸과 함께 지내고 있어요. 이 집에서 살고 있는 식구만 해도 하나, 둘... 일곱 정도 되네요. 얼마 전에 박완서의 <친절한 복희씨>를 읽었습니다. 그 책을 읽으면서 내내 생각했어요. 누가 이런 노년의 즐거움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겠냐구요. 어떤 젊은 작가들도 할 수 없는 적나라한 노년의 생각들이 그 책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어요. 때로는 젊음을 질투한다는 고백에서부터, 노년이 되어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이중성에 대해, 기억을 잃어가는 슬픈 순간에 대해,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너무나 행복한 어떤 한 순간에 대해서요.

   누가 이런 이야기를 해 주겠어요? 예전에는 멜로물만 일색이였던 우리 드라마가 이제는 많은 이야기들을 하고 있지요. 그 중에서도 김수현 작가는 늘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지요. 지금은 핵가족 일색이라 느낄 수 없는 대가족의 행복을,  집 안의 어른으로부터 배우는 지혜들을, 함께 살아가는 것이 불편한 것보다 따뜻한 것이 더 많다는 사실들을요. 북적거리는 대가족에서 지내보지 못했고, 그것이 단지 너무나 골치 아픈 일일 거라고만 생각했던 제게는 김수현의 가족주말극은 하나의 대리만족이자 간접경험입니다. 노년의 박완서 작가처럼 누가 이런 이야기를 해 주겠어요? 43년생 작가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지요.


   <부모님 전상서>는 아버지의 다정한 전상서였는데, <엄마가 뿔났다>는 어머니의 따뜻한 푸념이 섞인 나레이션이 담겨져 있습니다. 김혜자 엄마의 나지막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시청자들에게 가족 소개를 하고, 한숨섞인 푸념으로 첫회를 마무리했습니다. 두번째, 세번째 이야기에는 엄마의 어떤 독백을 들려줄지 궁금해져요. 벌써 장남에게서 엄청난 사건이 터졌으니 이 마음 좋은 엄마의 자식 걱정은 바람잘 날이 없을 것 같네요. 따뜻한 주말 드라마로 자리잡아주길 안방에서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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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 아침, 두 눈을 간신히 뜨고 일어나자마자 TV를 틀게 하는 이유는 바로 <환상의 짝꿍>때문입니다. 언젠가 아침에 TV를 틀었다가 보게 된 이 프로그램의 열혈 매니아가 된 건 순전히 발칙한 8살, 9살 아이들의 솔직함 입담에 푹 빠졌기 때문이예요. 어찌나 깜찍하게 할 말들을 똑부러지게 하는지 진행하는 MC들이나 출연자들의 진땀을 빼기 일쑤예요.

   우선 어른 출연자들의 굴욕은 짝꿍을 선별하는 첫번째 순서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좋은 짝꿍과 싫은 짝궁을 뽑아서 발표하는데, 꼭 0표 당첨자가 나오게 마련이예요. 좋은 짝꿍의 0표 당첨자는 단번에 표정관리가 제대로 되지가 않고, 싫은 짝꿍의 0표 당첨자는 자기도 모르게 덩실덩실 춤을 추게 되요. 이거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기분이 좋다면서요. 사실 아이들이 말하는 좋은 이유와 싫은 이유는 심각하지도 않고 귀엽기만 합니다. 언니는 똑똑해보여서 퀴즈를 잘 풀 것 같아요, 아저씨는 입이 너무 커요, 식의 단순하고 솔직하고 직설적인 이유를 한 자 한 자 또랑또랑하게 말하는 걸 듣고 있으면 일요일 아침, 기분좋은 웃음이 저절로 터져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좋아하는 어른이 짝꿍이 되기도 하고, 싫어하는 어른이 짝꿍이 되어서 울상이 되어도 예상외로 퀴즈를 잘 풀어주는 모습에 MC 김제동씨가 '어때요? 아직도 싫어하는 짝꿍이예요?' 라고 물어보면 천진난만하게 '아니요. 이제는 좋아요'라고 씩 웃어주는 순진무구함에. 1대1 퀴즈에서는 롤러 스케이트를 위해 힌트를 주는 척하면서 거의 답을 말해버리고는 모르는 척 시침 떼고 있다가 어른 짝궁이 답을 맞추면 발을 콩콩 구르며 기뻐하는 천진난만함까지. O,X 퀴즈에서는 굉장히 뚜렷한 자신의 주관을 보이며 답을 선정한 이유를 듣다보면 어른 짝꿍보다 훨씬 더 진지하고 나름 심각한 대답들을 쏟아내는 것에 요즘 애들은 정말 그냥 애같지 않구나,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다 하긴 저러니깐 아이지. 저렇게 솔직한 것. 자신의 생각에 열을 올리는 당당함. 뭐가 좋고 뭐가 싫은지 1초도 고민하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천진난만함. 일요일 아침, 저는 그런 아이같은 일요일을 보내기 위해서 <환상의 짝꿍>을 애청하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이렇게 환상의 아이 짝꿍처럼 솔직하게, 당당하게, 천진난만하게, 순수하고 유쾌한 일요일을 보내자. 일요일만큼은, 이라고 다짐하면서요.  

   오늘은 어른 짝꿍이 잘 아는 문제들을 아이 짝꿍이 푸는 코너에서요. 어른 짝꿍은 커다란 입술을 물고 있어서 아이 짝꿍에게 도움을 줄 수가 없어요. 하긴 종종 어른 짝꿍이 아이 짝꿍에게 살짝 답을 가르쳐주는 경우도 있어요. 쉽게 답을 맞춘 걸 의아해하는 MC가 아이에게 추궁하면 아이 짝꿍은 그 천진난만한 솔직함으로 1초만 망설이다가 사실은 어른 짝꿍이 살짝 가르쳐줬다고 솔직하게 이실직고하고 말아요. 역시 아이들은 솔직해요. 그 코너에서 이런 문제가 나왔어요. 이런 시가 있다. '서른, OO는 끝났다'. 여기서 OO는 무엇일까? 아이들이 앞다투어 말합니다. 서른, '젊음'은 끝났다. 서른, '사랑'은 끝났다. 서른, '재동'은 끝났다. 서른, '너'는 끝났다. 서른다섯살인 MC 김재동씨는 아니예요, 여러분, 젊음은 서른 다섯에도 계속 되는 거예요, 라며 가슴을 치며 항변을 합니다. '너'는 끝났다, 라는 답에 깔깔거리면서 웃었지만 순간 가슴이 찌릿하면서 허해지는 거예요. 그래, 7살, 8살들, 너희들 너무 솔직함에 이렇게 즐겁지만 이런 대답에는 가슴이 아파오기도 하네. 하지만 서른이 되어도 끝나는 건 없단다. 계속 이어지는 것들만 존재한단다. 다행히 오상진 아나운서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좋아하는 이것이라는 힌트로 한 아이가 정답을 맞추네요. 서른, '잔치'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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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즐겨 본 주말연속극을 돌이켜보니 주로 왁자지껄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고, 그에 못지 않게 앓는 소리도 떠나지 않는 대가족 이야기예요. 무겁고 진지하기만 한 스토리의 드라마들은 왠지 주말에까지 보고싶지가 않아요. 즐겁고 따뜻한 이야기들만 주말에는 땡겨요. 그래서 요 몇개월동안 주말에는 당연히 <며느리 전성시대>를 유쾌하게 시청했습니다.

   벌써 내일이 마지막 회더군요. 복수와 미진이가 티격거리면서 결혼을 하네, 마네하는 시점에서부터 맛을 들이기 시작해서 종방을 한 회 앞 둔 지금까지 참 재밌게 시청했습니다. 처음에는 족발집 복수네 분위기가 너무 <사랑이 뭐길래>의 대발이네 같은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사랑이 뭐길래> 방영 될 당시에는 충분히 공감이 되었던 보수적인 아버지 상이였지만 지금도 저렇게 보수적인 가정이 존재하나, 시대착오적인 것 아닌가 생각이 들었죠. 시할머니는 권위적이고 시어머니는 그 밑에서 벌벌 떨고 여자는 출가외인이라는 말이 계속 나오구요. 아들 꼭 낳을 필요없다는 기사가 나오는 시대인데 말이죠.

   그런 저의 생각을 무너뜨린 <며느리 전성시대>에서 내내 반복되었던 정신 하나. 바로 역지사지의 정신이 저를 매주 이 드라마 앞에 앉게 만들었어요. 입장 바꿔서 생각해보자는. 이 드라마가 방영 내내 가장 중요하게 보여주었던 타인에 대한 이해에 관한 이야기요. 미진이를 시집 보낼 때 우리 딸이 족발집에 시집가서 고생만 하는 거 아닌가 걱정했던 미진의 엄마, 인경의 걱정은 고스란히 겹사돈을 맺어 인우와 결혼하는 딸 복남에 대한 근심으로 이어지잖아요. 천하의 서미순 여사가 사돈에게 굽실거릴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말이죠. 복남이가 사돈 총각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걸 안 서미순 여사가 방 안에서 예전 생각들을 하면서 아차, 하는 순간에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요. 새언니였던 미진이 시누이가 되고, 아가씨였던 복남이 올케가 되어버린 역지사지의 재미도 그렇구요. 나는 절대 그럴 일 없을 거다고 호언장담하지만 그 상황이 되면 별 수없이 그렇게 되어버리는 것이 사람 마음이죠. <며느리 전성시대>는 그런 마음을 겹사돈을 만들어 버리면서 유쾌하게 풀어냈어요.

   항상 염두해주어야 하지만, 늘 잊어버리고 마는 내가 만일 너라면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내가 만일 그애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수도 있었겠지, 라고 넓게 이해하고 지나가는 역지사지의 정신을 드라마가 끝나는 한 회 한 회마다 되뇌였었죠. 그래, 잊지 말자. 역지사지의 정신, 하면서요.


   <며느리 전성시대>를 보면서 예전 <보고 또 보고> 드라마 생각도 많이 났어요. 시대가 흘러서 그런건지 작가와 드라마 성향의 차이인건지 겹사돈 문제도 반대가 심하긴 했지만 <보고 또 보고>보다 유연하게 넘어가더라구요. <보고 또 보고> 때는 김지수가 거의 죽기 직전까지 갔었잖아요. 뭐 인우도 끙끙 앓긴 했지만요. <보고 또 보고>는 시집살이도 엄청났었죠. 당시에 처음 겹사돈을 접했었는데, 꽤 놀랐어요. 저렇게도 가족이 되는구나 하구요. 지금은 자주 드라마 소재로 쓰여지더라구요. 많이 유연해진 것 같아요.

   즐거웠어요. 며느리들. 그리고 타이틀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그에 못지 않게 멋졌던 남자들두요. 몇 대가 모여 옹기종기, 아웅다웅거리며 살아보지 못한 제게는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때로는 부러운 대가족 드라마를 보면서 이상적인 대가족을 꿈꿔보기도 해요. 가족이란 조금씩들 양보하고 이해하면 따뜻해지는 것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홈드라마가 저는 좋아요. 특히 주말 시간대에는요.

   <며느리 전성시대> 후속작으로 김수현 드라마더군요. 저 김수현 작가의 주말 홈드라마도 좋아해요. <목욕탕집 남자들>에서부터 <부모님 전상서>까지 매 주 너무 재밌어서 외출하지도 않고 꼬박꼬박 TV앞에서 닥본사했었어요. <엄마가 뿔났다>도 많이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오늘 미진이와 복남이 돌아가신 할머니가 직접 몰고 온 아기 복돼지를 덥석 안았으니 할머니가 돌아가신 빈 자리에 새로운 두 생명이 태어나겠네요. 혹시 쌍둥이들일지도 모르니 둘 이상의 생명일지도. 가족이란 이렇게 무언가를 남기고 떠나는 이가 있고, 남은 가족들이 목 놓아 슬퍼하고, 무언가를 남기려고 태어나는 생명이 있고, 모든 가족들이 다 함께 행복해하는 건가 봐요. 마지막 회 잘 보겠습니다. 며느리팀 수고하셨어요.    


   아, 그리고 서영희씨. 고 예쁜 얼굴 귀엽게 가려주고 커다란 뿔테안경 마지막까지 안 벗어줘서 고마웠어요. 저 영희씨 그 안경 정말 좋아했거든요. 가지고 싶을 정도로요. 원래도 귀엽지만 고 안경때문에 복남이 짱 귀여웠어요. 이러니 오늘 비록 오버했지만 훈훈했던 서미순 여사의 시상식 멘트를 제가 이어가는듯 하네요. 네. 며느리들, 남편들 모두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좋은 작품들로 곧 만나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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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초가 되니 괜히 조그만 일에도 심각하게 되어버립니다. 올 한 해를 잘 꾸려나가야 되겠다는 결심과 좋은 일들로만 시작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뒤섞여서 그런가봐요. 사실 연초도 작년과 마찬가지인 하루하루인데 말이예요. 그래서 그런지 남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자꾸 둘러보게 됩니다. 나만큼 조그만 마음에 끙끙되고 있는지, 어떻게 해야 평온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지 해법을 얻을 수 있나 하구요. 요 며칠동안 다큐멘터리들을 많이 찾아서 봤습니다. 시대를 앞서 이 땅을 살아갔던 여인 강빈에 관한 것, 어머니의 나라를 알기 위해 미국에서 와서 생활하고 있는 앤드류와 샌더, 지금의 바다에서 사라지고 있는 희귀 어종들을 다룬 방송 등등이요. 그리고 이 다큐 하나, 이번주 인간극장 '남난희의 낮은 山'을 챙겨봤습니다.


등산을 할 때 산을 볼 줄 몰랐어요. 내가 목표로 하는 대상만 보였지 산을 볼 줄 몰랐던 거에요.
입산해보니까 그건 산이 아니라 산의 일부일 뿐이었어요

   남난희씨는 백두대간을 여자의 몸으로 두 달여동안 혼자 종주를 하고, 히말리야 강가푸르나 산도 여성 최초로 오른 전설적인 산악인이였다고 합니다. 언제나 높은 산을 생각하고, 그 산을 오르는 열정을 불태웠던 그녀가 어느 날 백두대간의 끝자락, 지리산 아래에 터전을 마련하고 소박하고 자연에 감사하는 조용한 삶을 살아가게 된 거예요. 높은 산들을 오를 때는 몰랐는데, 낮은 산 아래 들어가 살아가다보니 진정한 산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산이 얼마나 많은 것을 주는지 알았다고 말하는 그녀. 적은 양의 된장을 정성스럽게 빚어 지인들에게 나눠주고 그것으로 생계를 꾸려가면서 오히려 남는다고 말하는 그녀. 씨앗을 뿌려주고 풀 몇 번 뽑아주었을 뿐인데, 땅은 늘 우리에게 많은 것을 돌려준다며 감사해하는 그녀. 일주일 내내 하루에 삼십 분씩 그녀를 만나는 일이 즐거웠습니다. 작은 일에 감사하는 것, 공기에 감사하고, 산에 감사하고, 땅에 감사하고, 볕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그녀를 대하고 있으면 제 마음이 평온해졌거든요.

   저는 욕심이 많은 인간인지라 그녀가 가진 것 하나하나가 부러웠습니다. 그녀의 집은 낮은 산을 뒤로 끼고 있어요. 그래서 카메라가 그녀의 흙으로 된 단단한 집을 멀리서 잡을 때면 낮은 산에 파아란 하늘까지 마치 한 편의 그림같은 장면이 연출되더라구요. 저는 그런 그녀의 집이 부러웠습니다. 집 앞에 마을이 훤히 내려다 보이고 꽤 많은 양의 장독대가 볕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데, 저는 그런 그녀의 장독대가 부러웠습니다. 여름에는 차갑고 겨울에는 따뜻한 물이 흐르는 조그만 우물이 있고, 그 옆으로 박쥐들이 사는 온도가 거의 변하지 않는 최적의 저장고인 작은 동굴이 있는 그녀의 자랑스러운 그 공간도 부러웠어요. 메주를 뜨는 찜질방 같이 아늑한 메주방도 부러웠구요. 흙으로 빚은 것만 쓴다는 그녀의 그릇들도 왜 그렇게 탐나보이던지요. 항상 나무로 된 것, 자연스러운 것만 사용한다는 주방의 주걱들, 국자들도 부럽고, 그녀가 시간이 날 때마다 차를 우려먹는 나무 마루와 나무 탁자도 부러웠습니다. 결국 저는 지금 도시에서 떠날 위인도 되지 못하면서 말이죠.


어떤 대상보다 산과의 소통이 잘된다

   아침 시간에 산으로 산책을 하는 그녀가 양말까지 벗고 맨발로 흙 위를 사뿐사뿐 걷더니 큰 나무 곁으로 다가가서 그 나무를 와락 안습니다. 손을 쫙 뻗어 안으니 동그란 나무가 꽉 안겨집니다. 그리고는 나무를 높이 올려다보기도 하고, 눈을 감고 나무 기둥에 귀를 대기도 합니다. '봄에는 나무에 물 올라가는 소리도 들려요'라고 말하는 그녀의 얼굴에 평온한 미소가 가득합니다. 아, 나무에 물 올라가는 소리라니요. 저는 꼭 봄이 되면 산에 가서 큰 나무를 안고서 그 물 올라가는 소리를 듣고야 말겠다고 결심합니다. 그리고 욕심만 많은 저는 인간극장을 보고 난 다음에 그녀가 먹었던 것을 따라서 된장찌개와 나물들, 그녀의 아들 기범이가 정성스럽게 만들었던 김치찌개와 계란말이도 해 먹어봅니다. 그녀와 기범이가 그랬던 것처럼 소리내어서 아, 맛있다, 정말 맛있다, 라고 탄식해 봅니다. 그러자 정말 늦은 저녁은 낮은 산 밑의 밥상처럼 맛있었지고, 우리가 앉아 있는 이 식탁이 그녀의 그것과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저녁을 먹고는 단단하게 무장을 하고 중랑천 가를 걷습니다. 비록 그녀가 걸었던 산길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고요하지도 않고 깨끗하지도 않지만 그녀가 보는 풍경들을 보는 것처럼 그렇게 오랫동안 사뿐사뿐 걸어봅니다. 그리고 확실하지는 않지만 왠지 작은 것에 끙끙대지 않는 방법을, 많은 것에 평온해지는 방법을 찾은 것만 같은 따스한 볕같은 마음이 찾아옵니다.

   찾아보니 그녀가 썼던 책도 있더라구요. 역시 낮은 산에 감사하는 마음이 담겨진 제목이였어요. 다음 주는 그 책을 찾아서 읽으려구요. 그리고 청국장으로 찌개를 만들어 먹고, 나물도 다른 양념없이 간장 한 숟갈과 깨만 갈아 넣어서 먹어볼 거예요. 아, 고추 장아찌두요. 너무 맛있어 보였거든요. 그리고는 긴 시간 공을 들여서 걸을 생각이예요. 오늘은 어떤 것에 감사해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생각해보면서요.
 
   궁금해서 찾아본 인터넷 서점 안 그녀의 책 서문에 이런 고마운 글이 있었습니다.

언제부턴가 나의 삶은 아무것도 가지고 싶은 것이 없고,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고,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고,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다. 또 어느 곳에도 가고 싶지 않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없게 되었다. 물기가 다 빠진 풀처럼 가벼운 마음이다. 참 좋다.

   일주일동안 고마웠습니다. 남난희씨. 덕분에 제 마음이 따사로와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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