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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의 주부들 - 위스테리가의 3번째 이야기
    티비를보다 2007. 11. 26. 13:10

       위기의 주부들 3시즌이 끝났습니다. KBS에서요. 한 주가 끝나고, 한 주가 시작되는 피곤하고도 짜증나는 시간대에 KBS 2TV에서도 제 입맛에 당기는 외화드라마를 방영해줬어요.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드라마가 위기의 주부들과 그레이 아나토미입니다. 월요일이 시작되는구나, 라는 중압감에 오늘이 제발 가지 말았으면, 하는 일요일 밤 절망의 시간들이 제 마음 속에 강타하고 있을 때 티비는 이 드라마를 보렴, 한결 나아질거야, 라고 말하는 듯 이 두편의 미국 드라마를 보여줬어요. 특히 위기의 주부들의 내용은 충격 그 자체였죠. 매회 살인이 일어나고, 다들 정상인 듯 멀쩡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의 이웃은 너무나 큰 절망과 고통과 온갖 입에 담지 못할 사건들에 휘말리고 있었던 거죠. 완벽해보이지만 실수 투성이고, 각자의 집집마다 누구에게도 말 못할 비밀 하나씩은 기본이였죠. 그런데 이 드라마를 관통하고 있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너무나 밝았어요. 충격적이였죠. 이 드라마에는 우리가 뉴스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심각한 사건들이 모두 들어있어요. 살인, 불륜, 배신, 시체 유기 등등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건들은 묵인되거나 은폐되죠. 위스테리가의 범죄가 경찰에 잡힌 경우는 극히 드물어요. 하지만 우리 모두는 위스테리가의 범죄를 알고있죠. 이 드라마의 나래이션으로 등장하는 1회부터 죽어서 하늘나라에서 이들을 지켜보며 위스테리가의 사람들을 소개하는 앨리스처럼요. 다 알고 있지만 그것이 은폐되는 것을 즐기고, 어떤 것은 묵인되어서는 안되는데 안타까워하죠. 3시즌에서도 역시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았어요. 개성있는 위스테리가의 네 명의 주부들은 그런 면에서 저를 실망시키지 않았죠. 

     
       결벽증에다 완벽하지 않은 것은 용납하지 못하는 브리에게도 시련이 찾아왔습니다. 브리는 완벽한 아내, 완벽한 엄마, 완벽한 이웃이 되기 위해 물불가리지 않는 백조같아요. 수면 밑에서는 죽을듯 말듯 요란스럽게 발을 휘젓지만 수면 위에서의 모습은 이보다 더 우아할 수 없어요. 지난 2시즌까지 자신과 달리 반항적이고 말썽만 피우는 아들과 딸 때문에 고생하고, 죽은 남편 뒤로 만난 약사는 브리의 과도한 스토커였어요. 남편도 그로 인해서 죽게 된거죠. 그러다 브리는 알코올 중독에 빠지기도 하고, 정신병원에도 끌려가기도 하다가 결국 치과의사 올슨을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결혼식을 올리면서 시작하는 3시즌에서 브리는 전 부인을 죽였다는 의혹을 받는 올슨을 의심하면서도 이웃에게는 그가 절대 그렇지 않다는 완벽주의의 모습을 내비추면서 친구들과의 사이도 조금씩 틀어지게 되요. 특히 수잔이랑요. 3시즌의 브리의 고민은 이거예요. 올슨, 사랑해서 결혼까지 한 이 남자가 살인을 저질렀다고 하는데 결백을 주장하는 그를 믿어야 하는가. 정말 그가 살인을 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러다 올슨의 전부인 올마가 나타나고 그는 혐의를 벗지만 불륜의 저지른 남편에 대한 기억이 있는 올슨의 어머니가 나타나서는 자신의 아들이 아버지와 똑같이 행동하는 걸 볼 수 없다며 브리를 해치려고 하기 시작해요. 결국 의도된 사건과 우연이 맞불려서 브리네 부부에게 골치거리였던 두 여자가 사라지고 평온이 찾아온 듯 했지만, 자신의 미성년자 딸이 임신을 했다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듣게 되죠. 그리고 3 시즌의 마지막에 브리는 자신의 방식대로 그 일을 처리하고 나타납니다. 브리다운 행동이였죠.


       섹시 주부로 등장하는 가브리엘에게도 3시즌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미성년자랑 바람을 피고, 대리모로 아기를 얻으려 했지만 실패하고, 결국 남편인 카를로스랑 헤어지게 됩니다. 헤어지지만 서로 애증의 감정이 남아 있어서 자꾸 서로에게 신경을 쓰게 되지요.
       3시즌에서 가브리엘은 카를로스를 떠나 새로운 남자를 만나게 되요. 빅터라고 배우 존 슬래터리인데 특이하게 섹스앤시티에서 캐리의 잠깐동안의 연인인 시장 역할로 등장했는데 위기의 주부들에서도 시장후보자였다가 결국 시장이 되는 역할로 등장해요. 의도된 건지는 모르겠어요. 브리의 남편 역의 카일 맥라클란도 섹스앤시티의 캐릭터 중 브리와 가장 비슷한 가장 깔끔하고 여성적이고 가정정이였던 샬롯의 남편으로 등장했잖아요. 섹스앤시티 제작진과 위기의 주부들과 관련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아무튼 가브리엘은 빅터를 만나 결국 결혼까지 결심하게 되는데, 3시즌의 마지막에 빅터가 시장 일을 위해서 가브리엘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요. 늘 남자에게 당당하고 기 죽지 않고 남자 위에 있다고 생각했던 가브리엘에게는 큰 충격이였죠. 마지막에 이지와 끝난 카를로스와 다시 나란히 소파에 있게 되는데, 두 사람의 사랑이 계속 이어져 나갈 것을 암시하면서 끝나요. 아무래도 자신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빅터를 가만 놔두지 않을 것 같은데요. 가브리엘이라면 말이죠. 4시즌에서의 활약이 기대되요. 
       

       르넷이예요. 듬직하고 여전히 사랑이 넘치는 가정적인 남편이 있고 세 명의 개구쟁이 아들이 있었던 르넷에게는 3시즌을 지나면서 두 명의 아이가 더 생겨요. 한 명은 그 믿음직스러웠던 남편이 총각때 밖에서 낳은 여자아이예요. 그 때문에 3시즌의 르넷에게도 사건사고가 많았죠. 갑자기 남편의 아이와 그 아이의 엄마가 르넷의 가족 앞에 나타났거든요. 결국에는 르넷의 남편 톰은 노라의 끈질긴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지만요. 르넷은 노라가 못마땅하고 불안해 했어요. 그러다 슈퍼마켓에서 강도사건으로 르넷은 죽을 고비를 넘기고 노라는 죽어버리고 그래서 노라의 아이를 키우게 됐는데, 엄마 노라를 닮아서 만만치 않아요.
       르넷에게 닥친 3시즌의 시련은 결혼 생활 중 찾아온 젊고 다정한 남자예요. 톰이 쓰러지고 피자가게를 도맡아 운영하게 된 르넷에게 맛있는 이탈리아 요리를 선사하는 그 남자가 나타나 르넷을 유혹한 거예요. 늘 집에서도 피자가게에서도 아이에게 남편에게 손님에게 시달리기만 하고 여자다운 매력 따위는 포기해버린 르넷에게는 처녀때로 돌아간 것만 같은 꿈같이 달콤한 유혹이였어요. 늘 올렸던 머리를 내리고 조금 파인 옷을 입고 하루 일과가 끝나면 매력적인 남자가 맛있는 요리와 와인을 선사하는 거요. 그렇지만 네 명의 주부 중에서 가장 현실적으로 가정적이고 만능 울틀라 우먼에다가 배신같은 건 절대 하지 않을 것 같은 엄마, 르넷은 역시 그 유혹을 뿌리쳤어요. 비교하기는 뭣하지만 발랄한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라고나 할까요. 

     
       이제 수잔이예요. 네 명의 주부 중에서 가장 철 없는 주부. 늘 사고투성이고 실수투성이지만 사실 가장 솔직하고 꾸밈이 없는 캐릭터예요. 그래서 누구도 수잔을 미워할 수 없죠. 수잔은 사랑하는 애인 마이크가 혼수상태에 빠지자 극진으로 간호를 하지만 역시 병원에서 혼수상태에 빠진 아내를 간호하고 있던 이안과 사랑에 빠지게 되요. 마이크는 결국 깨어났지만 수잔은 이안 옆에 있었고, 마이크 옆에서는 얄밉게 이지가 끼어 들어가 있었죠. 수잔은 마이크에 대한 감정이 남아있었지만 다시 사랑에 빠지된 이안에게 충실하기로 해요. 그렇지만 언제나 자신의 감정에 백퍼센트 충실한 수잔은 기억상실증이였다가 기억이 다 돌아온 마이크와 다시 사랑에 빠집니다. 마이크는 사고가 나기 전에 수잔에게 청혼을 하려고 했었고 기억을 되찾고 사랑도 되찾은 후 그때 못했던 청혼을 했요. 물론 그 순간도 참지 못한 수잔이 먼저 결혼해달라고 고백해버리지만요.
       3시즌의 마지막이 가장 아름다웠던 건 수잔이였어요. 돈 많았던 이안에 비해 화려한 결혼식을 하기엔 부족한 마이크가 밤낮없이 일하느라 잠 잘 틈도 없을 지경이 되는 것을 보고 수잔은 화려하진 않지만 최고로 아름다운 결혼식을 준비해요. 마이크에게 고객인 척처럼 불러서 근사한 양복을 입힌 뒤 숲 속에 아름다운 등을 걸어놓고 야밤의 아름다운 결혼식을 치뤄요. 누구보다 정이 많고, 누구보다 남을 배려하고, 누구보다 작은 것에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수잔다운 결혼식이였어요. 정말 그 은은한 등이 나무 사이사이에 걸려 있는 식장을 보는 순간 너무 아름다워서 부러워 죽는 줄 알았어요. 신부인 수잔도 너무 아름다웠어요.

      
       아, 이렇게 저의 일요일을 함께한 변함없이 사건사고가 많았던 위스테리가의 세번째 이야기도 끝이 났어요. 글을 쓰면서 이것저것 생각해보니 1시즌의 강도와 충격만큼은 아니지만 정말 많은 일들이 변함없이 일어났네요. 언젠가 위기의 주부들 작가가 쓴 짧막한 글을 봤는데요. 뉴스에 매일매일 사오는 끔찍한 사건사고들을 무섭고 어두운 스릴러풍이 아닌 밝은 미스테리 풍으로 써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에서 이 드라마가 시작되었다고 해요. 실제로 우리가 사는 사회가 그런 것처럼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사건 사고가 매일 일어나는 것처럼 한 중산층의 평화로워 보이는 동네에 일어나는 미스테리하고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이야기. 4시즌도 기대되요. 이지가 자살을 시도했는데 어떻게 되었을지도 궁금하구요. 아, 다른 건 모르겠는데 위기의 주부들 KBS 더빙판은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케이블에서 해주는 자막버전보다 더 즐겨봤어요. 성우분들이 특징을 잘 잡아서 목소리 연기를 톡톡히 해 주신 것 같아서 4시즌의 더빙판도 기대됩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위스테리가의 네번째 이야기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궁금해하며 일요일 밤 조금 가벼워진 마음으로 잠이 들었어요. 다음 시즌에 변함없는 모습으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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