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231 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억들 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가쿠타 미쓰요 지음, 민경욱 옮김/Media2.0 그런 식의 이야기다. 대학교 세미나 시간. 일주일에 한 권씩 읽어가야만 하는 과제가 벅찼다. 과제로 읽어야 하는 책들은 늘 어렵고 따분했다. 학기 내내 거의 절반 이상의 책을 끝까지 읽지도 않았을 거다. 그 날도 세미나 시간에 조용히 자리만 지키고 있었는데, 교수님이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사람들은 어떤 말이라도 한 마디씩 하라고 하셨다. 무슨 책이였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는데, 그런 식으로 이야기했던 것 같다. 다 읽진 못했지만 읽은 부분까지의 느낌은 커다란 도서관 안에 나 혼자 덩그라니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고. 교수님은 책들처럼 꽉 찬 느낌이였냐고 물어보았고 나는 그 반대라고 했다. 그 많은 책들 속에서 나 혼자만 덩그라니.. 2008. 3. 21. 차가운 피부 - 당장 읽어 보세요 차가운 피부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 지음, 유혜경 옮김/들녘(코기토) 챕터의 첫 문단들이 띄어지지 않은 채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책이 17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17개의 문단들이 문법을 무시한 채 한 칸씩 앞당겨져 있다. 출판사의 오식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규칙적이다. 이야기와 이야기는 이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걸까. 1 챕터 전에도 이미 이 일들은 시작되고 있었고, 17 챕터 뒤에도 이 일들이 계속 될 거라는. 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첫 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책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재밌었다. 땀이 났다. 무서웠다. 오싹했다. 화가 났다. 따끔거렸다. 슬펐다. 외로웠다. 마지막 장이 다가오는 게 두려웠다. 이렇게 재밌는 이야기가 결국 끝나버린다 말이야?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 .. 2008. 3. 17. Q&A - 정말 돈 주고 사봐야 하는 책 Q & A 비카스 스와루프 지음, 강주헌 옮김/문학동네 하룻밤만에 다 읽은 책이다. 세계 곳곳에서 다들 이렇게 멋진 소설을 쓰고 있으니... 언젠가 비행기에서 본 발리우드 영화를 연상시키는 소설이다. 이런 소설은 새해맞이 기념으로 다들 그냥 읽어주시길. 김연수 작가님이 이런 식으로 추천한 책이다. 어찌 읽어보지 않을 수 있으랴. 제목도 괴상한 는 이렇게 내게 다가왔다. 대학교 2학년즈음이였나보다. 친구랑 대학로를 걷다 영화를 보자 했다. 그때 우리가 발견한 극장이 하이퍼텍 나다였다. 발리우드 영화가 상영 중이였다. 좀 특이한 영화를 보고 싶었던 우리는 그 작은 극장에 처음 발을 내밀었다. 예쁜 인도 여자 주인공이 나왔다. 대사를 하다 갑자기 허리를 비틀며 춤을 추어댔고 경쾌한 리듬이 반복해서 흘러나왔다... 2008. 3. 14. 속죄 - 누구를 위한 속죄인가 속죄 이언 매큐언 지음, 한정아 옮김/문학동네 영화가 개봉한 뒤에 붙여진 띠지일 거다. 영화를 보고 급히 주문한 의 띠지에는 의 포스터가 새겨져 있었다. 보통 책을 읽는 데 걸리적거려서 띠지는 책꽂이로 사용하거나 그냥 버려 버린다. 의 띠지는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다. 유명한 소설가와 어느 신문사의 극찬 문구와 함께 있었던 한 독자의 문구. '통곡하듯 울렸던 10월의 어느 가을 아침 9시', '문자 그대로 걸핏하면 울었다'. 이 문장들 그대로 를 읽어 내려가고 싶었다. 책 표지에는 얼룩진 컵받침같은 무늬가 나뭇잎 사이로 새겨져 있었다. 소설을 읽는 내내 후회했다. 영화를 먼저 보지 말았어야 했는데. 영화를 상당히 '좋게' 먼저 봐버린 내 머릿속에는 이미 등장인물의 체형과 얼굴, 옷들까지도 생생하게 그려.. 2008. 3. 11. 리버보이 - 건강하게 죽음을 인식하는 법 리버 보이 팀 보울러 지음, 정해영 옮김/다산책방 노무현 전대통령도 퇴임을 앞둔 고별만찬에서 이렇게 말하셨다지. "어떤 강도 좌우로 물길을 바꿔가며 흐른다. 그러나 어떤 강도 바다로 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여정을 강으로 비유한다. 한 줄기로 시작해서 드넓은 바다를 이루는 것. 멀리서 보기에 강은 그저 물길을 따라 흘러갈 뿐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보면 흘러나가기위해 열심히 바위와 모래를 깍아내리고, 강약을 조절하며 힘겹게 전진하고 있는지.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태생에서부터 그리워한 그곳에 이르기 위해서 강은 끊임없이 흘러간다. 작은 물줄기에 불과했던 강은 그렇게 드넓은 바다를 맞이한다. 어린 시절에 도시와 도시 사이에서 죽음을 생각했다. 늦은 밤, 도시와 도시 사이의 도로를 달.. 2008. 2. 25. 악인 - 요시다 슈이치가 맞습니까? 악인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은행나무 . . . 지금 당장 거짓말을 죽이지 않으면 진실이 죽임을 당할 것 같아 두려웠다. p.347 惡人. 요시다 슈이치가 악한 사람이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니,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요시다 슈이치 이름으로 국내에 발간된 책 제목들을 쭉 훓어보니 나는 그의 책을 반쯤은 읽었다. 그의 소설들이 좋은 이유는 그의 소설 제목이기도 한 '일요일들'의 느낌 때문이다. 그의 책에는 항상 여러 명의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는 그 한 명 한 명의 평범한 일상을 엇갈리듯, 무심하게, 스쳐가듯 이야기한다. 마치 어젯밤 건대입구역에서 탄 7호선의 4-1에서 지하철에 올라탄 나와 4-1에서 내린 어떤 사람을 이야기하듯이. 우리는 한번도 인사를 나눈 적 없지만, 어떤 식으로든.. 2008. 2. 23. 이전 1 ··· 27 28 29 30 31 32 33 ··· 3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