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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Q&A - 정말 돈 주고 사봐야 하는 책
    서재를쌓다 2008. 3. 14. 16:28
    Q & A
    비카스 스와루프 지음, 강주헌 옮김/문학동네


       하룻밤만에 다 읽은 책이다. 세계 곳곳에서 다들 이렇게 멋진 소설을 쓰고 있으니... 언젠가 비행기에서 본 발리우드 영화를 연상시키는 소설이다. 이런 소설은 새해맞이 기념으로 다들 그냥 읽어주시길.

       김연수 작가님이 이런 식으로 추천한 책이다. 어찌 읽어보지 않을 수 있으랴. 제목도 괴상한 <Q&A>는 이렇게 내게 다가왔다.
     
       대학교 2학년즈음이였나보다. 친구랑 대학로를 걷다 영화를 보자 했다. 그때 우리가 발견한 극장이 하이퍼텍 나다였다. 발리우드 영화가 상영 중이였다. 좀 특이한 영화를 보고 싶었던 우리는 그 작은 극장에 처음 발을 내밀었다. 예쁜 인도 여자 주인공이 나왔다. 대사를 하다 갑자기 허리를 비틀며 춤을 추어댔고 경쾌한 리듬이 반복해서 흘러나왔다. 어디선가 떼거지로 허리를 비트는 여인들이 등장했고 다같이 춤을 추며 빙긋 웃어댔다. 내용은 잘은 기억나진 않지만 신분상승하는 예쁜 인도 여자의 이야기였던 것 같다. 그 뒤로 발리우드 영화를 두, 세번은 더 보았다. 하나같이 예쁜 여자가 등장하고 흥겨운 노래를 하고 허리를 비틀며 춤을 춰댔다.

       정말 이 책은 발리우드 영화같다. 경쾌하고 발랄하다. 등장인물들은 신분상승을 꿈꾼다. 그리고 우리가 잘 모르는 인도 내부를 파고든다. 그저 학교 담벼락에 붙여져 있던 한달에 100만원이 안 되는 돈으로 한 달 여행 충분히 가능하다고 붙여져 있던 벽보과  카스트 제도밖에 알지 못했던 내게 좀 더 인도의 어떤 깊숙한 곳을 안내해 주었다. 뭐. 우리 사회와 별반 다를 바 없지만.

       주인공의 이름이 '람 모하마드 토마스'다. 그의 이름에서부터 복잡하게 얽혀있는 그 곳을 느낄 수 있다. '람'은 힌두교식 이름이고 '모하마드'는 이슬람교식이고 '토마스'는 기독교식이다. 단지 술집 웨이터일 뿐이였던 '람'이 어느 날 퀴즈쇼에 출전하게 된다. 열 두 문제를 모두 맞추게 되면 거금 십억 루피를 획득하게 된다. '모하마드'는 결국 이 열 두 문제, 아니 열 세 문제를 모두 맞추게 된다. 하지만 십억 루피를 온전히 가져오지 못하게 된다. 이유는 퀴즈를 내는 측에서는 당연히 열 두 문제를 어떤 누구도 풀 수 없을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에. 적어도 엄청난 광고 효과를 내려면 지금은 아닌 것이다. 그런데 '토마스'가 여러 분야에 걸친 각양각색의 문제를 모조리 풀어버린 것이다. <Q&A>는 일개 웨이터인 '람 모하마드 토마스'가 어떻게 박사 학위를 가진 사람도 풀기 어려운 문제를 막힘없이 다 풀어냈냐는 궁금증에서 출발하는 소설이다.

       뭐. 미리 그 답을 말해도 이 책을 재밌게 읽을 수 있을거라 확신한다. '람 모하마드 토마스'가 열 두 문제, 아니 열 세 문제의 정답을 모조리 맞춘 이유는 바로 인생의 모든 물음의 정답은 삶 속에 있다는 진리때문이었다. 내가 살아가면서 얻는 진실이 바로 가장 올바른 정답이니까.

       이 소설을 읽기로 결심했다면 '람 모하마드 토마스'를 따라서 열 두 문제를 풀게 될 것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열 세 문제다. 1단계엔 천 루피, 2단계엔 이천 루피, 3단계엔 오천 루피, 마지막엔 십억 루피. 그러면서 토마스의 굴곡많은 인생을 조금씩 알게 될 것이다. 어떤 부분에서는 김연수 작가님처럼 박수를 치게 될지도 모르고, 어떤 부분에서는 나처럼 빌어먹을,이라며 욕을 할지도 모른다. 그저 몇 년 전, 한 달에 100만원으로 한 달 여행이 가능했고, 카스트 제도가 존재하고, 그래, 갠지스 강도 아는구나, 갠지스 강을 아는 내가 인도의 외교관이 정규 업무를 하면서 2개월만에 쓴 인도의 Q&A를 정말 열심히 뒤쫓았다. 처음 보았던 발리우드 영화처럼 흥겹고 재밌지만 어딘가 모르게 씁쓸하다. 마치 자신의 치부를 들춰낸 것처럼. 책 뒤의 문구처럼 정말 돈 주고 사 봐야 할 책에 동감. 대니 보일 감독이 영화로도 만들고 있다니 소설이 흥행해서 국내에서도 꼭 개봉했으면 좋겠다.    

       얼마 전 불현듯 생각이 나서 연락해봐야지 생각하고 있었더니 그 아이에게서 연락이 왔다. 인도에 있다고. 언제 인도까지 날라간거야? 우리가 그렇게 오랫동안 연락을 안 했던거야? 그 아이의 연락은 짧았지만 그만큼 건강해 보였다. 빨리 돌아와서 <Q&A>의 인도 이야기를 들려줘. 람같이 행운을 동전을 지닌 인도 아이를 만난거야? 모하마드가 사랑한 변덕스러운 타지마할을 본거야? 나와 그 아이는 같은 시기에 커트 머리로 잘랐다. 우리는 서로를 소년이라고 불렀고. 토마스같이 발랄한 그 아이가 보고 싶다. 빨랑 돌아와. 니가 말한 것처럼 이제 바람을 안주삼아 맥주를 잔뜩 마시고 취할 수 있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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