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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가다169

부에노스 디아스, 비에르네스 전날 일찍 잔 덕분에 새벽부터 잠이 깼다. 새벽에 깨면 왠지 다시 잠들기가 아깝다. 새벽이 내게 주는 온전한 시간들 때문에. 숙소 테라스에 나가 해가 뜨는 걸 지켜보다가 아침산책을 해보자고 결심했다. 지도를 들여다보니 걸어서 17분 거리에 가우디 건물 까사 바트요가 있었다. 까사 바트요까지 걸어갔다 오는 걸로 계획하고 가디건을 걸쳐입고 숙소를 나섰다. 걷다보니 가디건 걸치지 않았어도 되었더라. 아침일을 시작하는 아저씨가 인사를 건넸다. 부에노스 디아스- 바르셀로나, 셋째날. 2017. 6. 25.
올라, 후에베스 가지고 온 책에 의하면 스페인 사람들은 총 다섯 번의 식사와 간식 타임을 가진단다. 오전 7시에 시작해 밤 10시가 넘어 끝난다. 정말 이렇게 먹으면 살이 찌지 않는 게 맞는 걸까. 나는 오늘 넘치는 두 끼를 먹고, 너무나 피곤하고 더이상 무얼 먹을 생각이 들지 않아 저녁 6시부터 누워 있었다. 가고 싶었던 라이브 바가 있었는데, 오늘 쿠바음악을 공연한다고 했는데, 결국 가질 못했다. 오늘의 키워드는 조식, 헤맴, 유심, 람블라스 거리, 크루즈, 예약하지 못했던 숙소의 레스토랑이다. 새벽 일찍 눈이 떠졌다. 시계를 보니 5시 즈음이었다. 바로 창문의 커튼을 걷었다. 아직 어두웠다. 잠도 오지 않고, 오늘의 일정도 정하지 못해 책과 인터넷을 뒤적거렸다. 첫 시작인데 어디가 좋을까. 이동진 라디오의 여행코너.. 2017. 6. 23.
바르셀로나, 도착 정말이지 긴긴 비행이었다. 사실 혼자 이렇게 비행기 오래 타기 싫어서 멀리 있는 여행지를 생각하지 않은 것도 있었는데, 좀이 쑤셔서 잠도 자지 못하고 영화도 제대로 보지 못한 몇몇 시간들만 제외하면 그래도 잘 보냈다. 책을 조금 읽었고, 영화는 를 온전히 봤다. 와 다른 몇몇 영화를 졸다 보다 졸다 보다를 반복했다. 아직 배가 꺼지지 않았는데 싶었지만, 기내식이 나오면 꼬박꼬박 먹었다. 맥주는 첫 기내식에 같이 먹었는데, 왠지 몸이 안 받는 거 같아 더 마시지 않다가 간식에 새우깡이 있길래 한 캔 더 달라고 해서 마셨다. 몸이 영 이상해 더이상 마시진 않았다. 원래 앉으려고 예약해뒀던 자리는 옆자리 할머니가 간곡하게 부탁하시는 바람에 바꿔주었다. 바꾼 자리도 나쁘진 않았지만, 예약자리가 좀더 좋았는데. .. 2017. 6. 22.
바르셀로나, 출발 ​ 기억에 남는 여행은 언제나 실패하는 에피소드들이 있었다. 비행기를 놓치기도 했고, 소매치기를 당할 뻔 하기도 했고, 계획했던 곳을 못가기도 했다. 그렇지만 좋았다. 그래서 더 좋았다. 그러므로 나는 이번 여행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기로 한다. 다만 모든 것을 잃게 되는 에피소드만 일어나지 않기를. 이번 여행을 생각하면서 어떤 이미지들이 떠올랐는데, 처음은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주인공이 긴긴 여행을 떠나게 된 순간 그에 손에 들린 게 책 한 권과 기차표 하나였다는 것. 두번째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인천까지 오는 비행기에서 작은 등 하나 켜두고 두꺼운 책을 긴 비행 내내 읽던 서양인 청년. 세번째는 리스본 테주강에서 이어폰을 끼고서 미동도 하지 않고 강을 바라보던 동양의 여자아이. 가서 쓰라고 차장님이 주신 .. 2017. 6. 21.
마지막날, 오키나와 여행 끝에 선생님은 놀라운 말을 했다. "덕분에 즐거운 여행을 했어요. 혼자 왔으면 보지 못했을 것을 봤어요." "선생님, 저도 즐겁게 놀다 가요. 선생님은 세상에서 제일 관대해요. 저를 용안사에 데려갔잖아요. 기쁨은 희귀한 것이니 기쁨을 주는 사람만큼 관대한 사람은 없어요. 기쁨을 느꼈으니 잘 논 것 아닌가요?"- p.103 정혜윤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 中 오키나와에서의 마지막 날, 비가 왔다. 비가 많이 왔다. 우리는 펼쳐놓았던 짐을 챙기고, 시큰한 냄새가 고요하게 나던 숙소를 나왔다. 빗길을 걷고 횡단보도를 두어 개 쯤 건너 인적이 드문 커다란 길가의 정류장에 섰다. 시내의 백화점에 가기로 했다. 막내가 첫날 사고 싶어했는데 고민하다 사지 못했던 것들을 사고 공항으로 가기로 했다. 버스가 왔고,.. 2017. 5. 17.
넷째날, 오키나와 '항구 도시 피레에프스에서 조르바를 만났다.' 아테네의 외항, 피레우스에서 나는 조용히 읊조렸다. 이 문장을 좇아 마침내 여기 서 있어, 라고 생각하니 행복으로 마음이 뻐근했다. 눈앞에는 나를 크레타까지 데려다 줄 거대한 6층짜리 배가 서 있었다. 십사 년 전의 일이다. 그리스에 가면 뭐가 있는데? 하고 누군가 물어온다면 나는 무심코 이 말부터 나올 것 같다. 카잔차키스의 묘지가 있지. 그 묘지에서 내려다보이는 작은 이오니아식 마을과 에게 해가 있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볼 만한 곳이야. 아마 이렇게 덧붙일 것이다.- 김성중, '묘지와 광장' 中 끊어져버린, 작년 오키나와 여행의 기록들. 이제는 기억이 조금씩 가물가물해져버렸지만 (이러니 기록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는데), 기록을 이어가본다. 요즘 드.. 2017. 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