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요리

from 모퉁이다방 2011. 1. 3. 22:03
  

                       


    새해가 늘 이랬나. 이상하다. 2011년이 왔는데, 달라진 게 없다. 매일매일 하는 일이야 뭐 달라질 게 있겠냐마는, 기분조차 그렇다. 설레이는 것도 아니고, 우울한 것도 아니고. 18일이 오고, 19일이 오듯 그렇게 31일이 가고, 1일이 왔다. 이토록 무덤덤하게 서른 둘을 맞이하다니. 떡국을 안 먹어서 그런가. 영 새해 새 날 같지가 않다. 그래서, 요리를 했다. 

    집에 가스렌지가 고장났다. 가스렌지도 고장날 수가 있구나, 라는 걸 이번에 알았다. 요즘 나는 피곤해요, 게을러요 모드라서 집에만 오면 눕는다. 청소도 안 하고, 요리도 안 하고, 누워서 티비 보고, 누워서 책 보다, 그렇게 잔다. 그러니 가스렌지 사러 갈 시간도 없었다. 그냥 집에 있는 휴대용 버너로 가끔 라면을 끓이고, 커피물을 끓였다. 이렇게도 살 수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살면 안 된다. 그래서 오늘은 요리를 했다. 아직 가스렌지는 못 샀고, 임시방편으로 휴대용 버너로. 

    퇴근길에 마트에 들러 쌀도 사고, 표고버섯도 사고, 감자도 사고, 돼지고기도 샀다. 쌀은 씻어두고, 버섯이랑 감자랑 고기를 잘게 썰었다. 올리브유를 두르고 다진 마늘이랑 청량고추 조금 넣고 향이 나게 볶았다. 잘게 썬 재료들을 마구마구 쏟아붓고 볶았다. 재료가 반쯤 익었을 때, 3컵 분량의 물을 넣고 뚜껑을 덮고 익혔다. 재료가 다 익고 김이 솔솔 나는 냄비에다 삼선자장 가루를 붓고 뭉치지 않게 저어줬다. 쌀만 넣고 하얀 쌀밥도 했다. 집 안에 온기가 돌았다. 그래, 요리를 해야지.

    가끔 요리책을 읽는다. 요리책을 보고 요리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책만 본다. 조금 울적할 때, 배가 많이 고플 때, 뭔가를 사러가기도 해 먹기도 귀찮을 때, 요 깔아두고 보일러 빵빵하게 틀어놓고 누워서 요리책을 읽는다. 그렇게 한참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진다. 잠도 잘 온다. 오늘도 요리책 읽다 자야겠다. 목요일에는 아주 많이 춥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