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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실로의 여행 - 폴 오스터의 고백 기록실로의 여행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열린책들 역시 폴 오스터는 처음이 힘들다.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폴 오스터 책을 읽을 때마다 책장을 덮어버리는 경우는 거의 첫 도입부분이다. 이 부분만 지나면 미친듯한 속도로 읽어나가는데 유독 처음이 힘들다. 이번 기록실로의 여행도 그랬다. 나는 왜 제목을 '기록실'로의 여행이 아니라 '기록실로'의 여행으로 생각했을까? 참 바보같이 '기록실'로 가는 여행이 아니라 '기록실로'라는 어떤 내가 모르는 지명이라고 생각했다. 한번도 들어본 적은 없지만 폴 오스터에게만 존재하는 그런 곳. '미스터 블랭크'라는 노인이 어딘지도 왜 갇혀 있는지도 모르는 방에서 이전에 수감되었던 어떤 사람의 글을 읽으며 미스터 블랭크 자신은 그들이 누군지도 모르는, 하지만 그들은 미스터.. 2007. 7. 9.
장미도둑 - 비가 그친 새벽 거리를 걷다 장미 도둑 아사다 지로 지음, 양윤옥 옮김/문학동네 아사다 지로의 책은 처음이다. 원작으로 유명한 이나 우리 영화 은 보았지만, 책으로 그의 작품을 읽는 건 처음이다. 자주 가는 수선님의 홈페이지에서 이 단편 소설집이 너무 좋아 책 표지를 침대 가까이에 붙여두었다는 말에 어떤 작품이길래, 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우선 작가에게 반했다는 말부터 시작하겠다. 여섯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각각의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외롭거나 쓸쓸하거나 고독한 인물들이다. 이들이 어떻게 절망의 순간을 맞이하는지, 극복해내는지 그리고 어떻게 또 꾸역꾸역 살아나가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들이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한 편의 단편이 끝내고 새 단편을 읽게 되면서 계속 앞의 단편을 뒤적거렸다. 새 단편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방금 읽.. 2007. 7. 8.
슬픈 카페의 노래 - 사랑, 등을 돌리지 말아요 슬픈 카페의 노래 카슨 매컬러스 지음, 장영희 옮김/열림원 스무살 갓 지났을 때 내게도 사랑이 찾아왔다. 지금에 와서야 사랑이라고까지 할 수 없었던 감정이였다고 말하지만, 당시 내 가슴은 요동쳤고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바짝 다가와 내 마음을 온통 흔들어놓던 그 아이는 어느 날 갑자기 선을 긋고 절대 넘어오지 말라하고 뒤돌아섰다. 나는 '왜 사람들은 항상 등만 바라보는 걸까? 마주 보면 좋을텐데' 라고 말했고, 그 아이는 등을 더욱 바짝 세운 채 뒤돌아서 갔다. 슬픈 카페의 노래에는 서로의 등만 보는 사랑들이 있다. 아득하고 무너질 것 같은 등을 마주하고 사랑한다 말하는, 삼각관계라고 표현해버리기에는 너무나 깊은 사랑. 결코 내 앞의 그 사람이 뒤돌아서지 않을 거라는 걸 아는 사랑, 곧 성큼성큼 앞.. 2007. 7. 3.
인생의 베일 - 깊은 밤, 서머싯 몸 인생의 베일 서머셋 모옴 지음, 황소연 옮김/민음사 어느날 새벽에 잠이 안 와 뒤척거리다 서머싯 몸의 라는 단편을 읽었습니다. 단숨에 단편을 다 읽고나서 멍하니 잠을 이루지 못한 기억기 있습니다. 사랑에 대한 그리도 아름답고 허망한 묘사라니. 그리고 서머싯 몸의 소설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뭐 그렇다고 해도 아직까지는 와 이번 밖에 읽어보질 못했지만요. 아무튼 많은 기대를 안고 책을 읽었습니다. 꽤 두꺼웠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잘 읽혔습니다. 그리고 이번 소설 역시 좋았습니다. 저는 서머싯 몸이 이야기하는 '열정적 사랑이 시간과 명예 앞에서는 언젠가는 차갑게 식어버리고 만다'는 식의 태도가 마음에 듭니다. 어떤 사랑이든 열정적인 그것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는 저의 생각과 맞기 때문인 거 같아요. 그래.. 2007. 6. 9.
슬픈 예감 - 초여름의 시원한 바람같은 슬픈 예감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민음사 결국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온다. 집을 떠났던 야요이도, 스무살의 나 자신도. 은 열아홉살의 야요이의 이야기이다. 표면적으로 어른이 되어가는 그 나이가 늘상 그렇듯 수많은 내 안의 갈등을 겪고 결국엔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말이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은 처음이다. 언젠가 읽어봐야지 생각만 했었는데, 결국 제일 처음 읽게된 그녀의 소설이 이다. 살펴보니 이 소설이 바나나의 첫 장편 소설을 다듬어 다시 재출간한 것이라는데, 이를테면 내가 그녀의 첫 장편작부터 읽으려고 다른 작품들을 미뤄놓은 꼴이 되어버렸다. 잠이 오지 않는 새벽녘에 읽기 시작했다가 단숨에 다 읽어버렸다. 일본 소설 특유의 건조한 문체에 순정 만화같은 스토리에 아기자기한.. 2007. 6. 9.
여운이 가득한 '판타스틱'의 세계 Fantastique 판타스틱 2007.6 판타스틱 편집부 엮음/페이퍼하우스(월간지) 지난 달에 장르문화잡지라는 이름으로 탄생한 '판타스틱'.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서 창간호를 구입했는데 꽤 괜찮아서 이번달도 샀는데, 더 환상적이다. 기발한 상상력 속의 글과 그림들을 보며, 나는 왜 이런 생각들 못하는거야,라며 머리를 탁 내려쳤다. 내 머릿속에도 버튼 하나를 돌리면 작동되는 상상력의 나래, 따위라는 게 있지 않을까? 막 이러고 있다. 우선, 커트 보네거트 특집. 사실 커트 보네거트 소설을 한 편도 읽지 못했는데,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꼭 읽은 느낌이다. 박찬욱 감독이 제5도살장을 좋아한다고 들었던 거 같은데. 5권의 책이 번역되어있다는데, 차례차례 다 읽어버려야지. 그리고 박형서. 벌써 두 편의 단편집을 .. 2007. 6.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