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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눕눕모퉁이다방 2021. 4. 22. 14:13
지난 정기 검진때까지만 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이제 검진주기가 한달에서 2주로 바뀌었고, 마지막 진료 때 아가는 2주 사이 500그램이나 늘어 있었다. 아직 역아였지만. 선생님은 내가 많이 노산이라 아기가 돌더라도 수술을 원하면 할 수 있다고, 노산은 보통 진행이 많이 느려 골반이 좋더라도 힘들 수 있다고 했다. 물론 내가 자연분만을 원하면 할 수 있다고 하셨다. 주변에서 수술이 나쁘지 않다고 권하는 사람들이 꽤 있어 수술 쪽으로 마음을 먹고 있다. 탕이는 몸무게가 는만큼 태동도 힘차졌다. 이제 밖의 소리를 다 듣는단다. 선생님은 초음파에 아가 얼굴이 보이자 "안-녀영, 아가야." 하고 인사를 건넸다. 다음 진료 날짜를 처음으로 평일로 잡았다. 그날 막달 검사를 한다고 했다. 5월부터 휴가를 쓸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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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모퉁이다방 2021. 3. 27. 14:41
오월부터 쉬기로 했다. 연차 소진하고 출산휴가 들어가기로. 삼십대에는 단 한번도 회사를 쉰 적이 없다. 오월에 어떤 하루하루를 보내게 될 지 기대도 되고 셀레기도 한다. 더불어 다가올 진통의 시간과 육아의 시작이 걱정도 되고. 아가는 아무래도 나를 닮은 것 같다. 입체초음파의 입이 완전 도톰한 것이 나다. 눈은 감고 있어서 잘 모르겠고, 코도 양수에 불어 있어 잘 모르겠는데 입은 딱 봐도 나다. 나를 닮은 아이가 초여름이 되면 이 세상에 존재를 드러낸다는 게 아직까지 믿기지 않고 신기하기만 하다. 오월에는 사놓은 손수건과 천기저귀 빨래도 하고 물려받은 작디작은 옷들도 빨아야지. 어제는 남편의 지인이 아가옷을 잔뜩 물려줬다. 지인의 아가는 돌을 앞두고 있는데 사실은 두번째이지만 거의 처음 보는 삼촌 이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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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모퉁이다방 2021. 3. 6. 08:02
다시 출근한지 3주가 지나고 있다. 재택을 두 달 반이나 했다. 첫 주에는 긴 출퇴근길이 고단했으나 금새 몸이 적응해 나가고 있다. 재택할 때는 늦게 일어나도 되니 밤에 잠이 잘 오지 않는 날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집에 와서 밥 먹고나면 바로 기절이다. 집에 사람이 들어오는지 바로 옆에 누가 눕는지 모를 정도로 기절하듯 잠에 든다. 일찍 일어나니 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도 알겠다. 해가 뜨는 시간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차 타고 역까지 나가는 길이 점점 밝아진다. 초여름이 가까워지면 이 시간이 지금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환하겠지. 탕이는 출근 첫 날 지하철 안에서 지나치게 콩콩거려 나를 놀라게 했다. 이제 자신만의 하루 사이클이 생기고 외부 소리에도 반응을 한다는데 집에서 앉아 있거나 누워만 있던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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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극장에가다 2021. 2. 15. 20:57
연휴 시작 전 수요일, 6시 되자마자 컴퓨터를 끄고 집을 나섰다. 세 군데 극장 중에 고민을 하다 제일 가까운 곳을 택했는데 도착해보니 조금 한적한 곳에 위치한 작년에 오픈한 새 극장이었다. 얼마만의 극장인가. 남편은 극장에 왔으니 팝콘을 꼭 먹자고 했다. 코로나로 상영관 내에서는 음료만 마실 수 있다고 해 반반팝콘을 사들고 홀 구석에 나란히 앉아 조용히 팝콘을 해치웠다. 칠리 소세지도 해치웠다. 탄산도 해치웠다. 그리고 기대했던 을 봤다. 집으로 돌아올 때는 당연하게도 캄캄한 밤이었다. 우리 동네 근처에 제법 큰 호수가 있는데 풍경이 근사하다. 페달을 굴리며 느릿느릿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레일바이크도 있다. 호수 둘레를 천천히 걸을 수 있는 산책길도 있고. 맛난 커피집도 한 군데 알고 있다. 그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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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서재를쌓다 2021. 1. 30. 06:53
철분제를 챙겨먹기 시작하면서 변비가 오는 것 같아 푸룬주스를 주문했다. 유산균을 꼬박꼬박 챙겨먹는 데도 그런다. 아침에 미지근한 물을 마시면 좋다고 해서 방금 차를 만들었다. 주전자에 물을 채우고 팔팔 끓였다. 좋아하는 푸른색 잔에 도라지차 티백을 넣었다. 어제는 책이 왔다. 밤에는 좋아하는 도 보지 못하고 꾸벅꾸벅 졸다 잠들었다. 새벽에 화장실 가고 싶어 깼더니 남편이 틀어놓은 재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얼른 다시 잤다. 오늘은 토요일인데도 일찍 깼고 21주차가 되었다. 병원에 가 정밀초음파를 하는 날이다. 손가락 발가락이 열개씩 다 있는지, 장기들이 정상적으로 있는지 확인해본다고 한다. 살이 제법 붙은 얼굴을 볼 수 있을까 기대 중이다. 맘카페에 보면 아빠들이 동화책으로 태담도 한다고 하길래 어제 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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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극장에가다 2021. 1. 27. 21:38
조제를 봤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조제가 되었다. 한때 조제를 좋아해서 매년 극장으로 그녀를 만나러 갈 때도 있었는데. 한국의 조제는 나쁘진 않았지만 너무 아름다운 순간들만을 모아놓아서 일본의 조제보다 현실감이 덜했다. 일본의 조제는 마지막에 사토시가 도로변에서 엉엉 울어버리는 순간이 오기까지 충분히 이해될 만한 그들의 시간들이 있었다. 그래서 함께 펑펑 울 수 있었다. 남주혁의 눈물은 몰입이 잘 되지 않았다. 그냥 예쁜 울음이었다. 한국의 조제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일본의 조제에서는 없었던 장면이다. 할머니와 함께 마당이 있는 작은 집에서 꽁꽁 숨어 지내던 다리가 불편한 조제에게 어느 날 남주혁이 나타난다. 밥을 해주니 스팸을 가져오고 또 밥을 해주니 공짜로 집을 편하게 고칠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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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떡볶이서재를쌓다 2021. 1. 23. 13:00
목요일 밤이었다. 열시 반부터 가 방영된다고 했다. 가습기 물을 가득 채우고 안방 전등을 끄고 침대 스탠드를 켰다.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핸드폰을 하는 둥 영화를 보는 둥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십 년도 더 된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아찔했다. 만약 그때 잘못되었더라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 당시에는 달달한 기억이었고 그후로도 얼마동안 그렇게 생각했지만 다른 상황으로 갔으면 아주 위험한 상황이었던 거다. 불현듯 떠오른 기억에 소름이 끼쳤다. 다행이었어, 생각했다. 생각에 생각을 이어가다 보니 젊은 시절 비슷한 일들이 꽤 있었다. 뭐가 그리 급했을까, 뭐가 그리 안달이 났을까, 뭐가 그리 세상이 무너지는 일이었을까 싶었다. 이십 년이 지난 후 지금을 생각하면 그때도 그러려나. 요조의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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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지 않을까, 우리가 함께라면서재를쌓다 2021. 1. 20. 21:40
인디언의 전래동화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너무 어릴 때 읽었던 책이라 출처가 확실히 기억나지 않을 뿐더러 실제로 그런 대목이 있었는지도 의심스럽지만, 내 마음속에 분명히 남은 문장이 있다. 그것은 바로, "행복한 일을 말하고 다니면 공기 중의 귀신이 질투를 한다"라는 말이었다. 이상하게도 그 말은 나에게 큰 영향을 줬다. 어쩌면 경상도 출신인 어머니의 영향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좋은 일은 티 내지 않고 혼자만 알고 있어야 복이 달아나지 않는다고 믿었다. 그런 제가 강아지와 동거인과 함께하는 행복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다니 스스로도 어색해서 견딜 수가 없지만, 솔직하게 한번 써내려가보록 하겠습니다. - 인디언의 속담, 8-9쪽 내가 아는 오지은씨는 무척이나 솔직한 사람. 이 들어가는 글을 읽고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