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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얘기를 쓰겠소
    모퉁이다방 2021. 8. 5. 00:16

     

     

      어제 오늘 남편이 재택을 하며 지안이를 같이 봐줘서 낮시간이 여유로웠다. 오늘은 낮잠도 잤고 친구가 지안이 잘 때마다 한 편씩 읽으라고 했던 소설집의 소설 한 편도 읽었다. 오늘 읽은 소설이 좋았다. 가끔 주인공 생각이 날 것 같다. 저녁이 되자 남편이 야구를 보며 닭을 먹자며 세탁소도 다녀오고 닭도 찾아오고 간만에 살짝 산책을 하고 오라고 했다. 이어폰을 챙겼다. 얼마 전 유퀴즈에 나온 SG워너비가 부른 노래의 도입부가 무척 좋았는데 혼자 있을 때 이어폰으로 들고 싶었더랬다.

     

      '여기 우리의 얘기를 쓰겠소. 가끔 그대는 먼지를 털어 읽어주오.'라고 나즈막하게 시작되는 노래를 들으며 집을 나섰다. 떡볶이와 순대, 오뎅을 파는 반찬집 앞 포장마차에 옥수수 삼천원이라고 쓰인 종이가 붙여져 있었다. 아, 맞다. 이번 여름엔 옥수수를 못 먹었네. 반찬가게에 가 카드결제가 되는지 물어보고 하나 달라고 했다. 알록달록한 거 드릴까요? 노란 거 드릴까요? (당연히) 알록달록한 거요- 옥수수를 냉장고에 넣어 차갑게 한 뒤 딱딱해진 채로 먹는 걸 좋아한다. 집에 가자마자 냉장고에 넣어둬야지. 아직 파란 저녁하늘이 근사했다. 집에서 창문 너머 올려다보는 하늘도 좋았는데 밖에서 더운 기운을 느끼며 보는 하늘은 더 근사했다. 건너편 인도에 유모차를 잠시 세우고 하늘사진을 찍는 한 엄마가 보였다. 가는 길에 개미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밟지 않게 요리조리 피해 걸었다. 

     

      국밥보다 옛날돈까스가 더 맛있는 콩나물국밥집에 임시 휴업이라고 적힌 종이가 있었다. 그 옆에 임대를 한다는 안내문도 있었다. 이 집 돈까스는 맛있는데다 저렴했는데 이제 못 먹는구나 아쉬웠다. 모퉁이를 도니 8월에 브런치 겸 파스타집이 새로 생긴다는 플랜카드가 붙여져 있었고. 세탁소에 들러 낮에 가지고 간 드라이클리닝할 옷과 이불값을 치뤘다. 카드결제는 가게로 직접 와야 한다기에. 아르바이트생인 줄 알았는데 아마도 사장님의 아드님인 것 같다. 젊은이가 혼자 에어컨도 켜지 않은 가게에서 빨래 작업을 하고 있었다. 계좌이체를 하면 10프로 할인이 된단다. 다음엔 계좌이체를 해야지. 바베큐통닭집에 갔더니 손님들이 꽤 많았고 배달과 포장을 기다리고 있는 닭들도 많았다. 간장 반 새콤달콤 반 전화로 시키셨죠? 기본이나 매운양념만 먹었는데 간장과 새콤달콤 맛은 처음이다. 다 먹어보니 제일 맛있는 건 매운양념!

     

      마지막으로 편의점에 들렀다. 남편은 매번 하루치 먹을 소주만 사오는데 맥주를 쟁여두고 마시는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언젠가의 남편을 위해 참이슬 페트 두 개를 사고 언젠가 모유수유를 끝낼 나를 위해 새로나온 처음 보는 맥주를 한 캔 샀다. 술고래라는 맥주가 새로 나왔구나. 라이트 에일이라네. 바닥을 보니 제조일이 2021년 6월이다. 언제쯤 마실 수 있을까. 앞으로 맥주 고플 때마다 한 캔씩 사둬야겠다. 공동출입구 앞에 최신형 이동기구를 탄 어린이가 서 있다. 뒤에 서 있다 출입문이 열리자 뒤따라 들어갔다. 먼저 엘리베이터에 탄 어린이가 7층 버튼을 누르고 열림 버튼을 누르고 나를 기다리고 있다. 고마워라. 어린이는 7층에서 내리고 나는 16층에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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