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오, 그래놀라
    모퉁이다방 2021. 8. 27. 09:54

     

     

      친구는 문래동에서 노들역 가까이로 이사를 했다. 아무리 못 봐도 서로의 생일 즈음에는 꼭 얼굴을 봤는데 코로나 때문에 정말 오래간만에 만나는 거였다. 처음 가는 길이라 네비게이션을 켜고 갔다. 도착지에 가까워졌는데 한강이 보였다. 와, 좋은 곳으로 이사했네. 친구네 집은 길다란 구조였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긴 복도가 이어졌고 양 옆으로 방들이 있었다. 그리고 복도의 끝에 두 면이 통창인 거실과 부엌이 있었다. 통창 때문에 거실이 더 넓고 시원해보였다. 친구는 만삭인 내 배를 만지더니 친구야, 이렇게나 배가 나왔네 했다. 친구는 함께 먹으려고 흑돼지소라찜을 주문해뒀다고 했다. 오빠는 언젠가 생각한, 이렇게 먹으면 맛있겠다 조합의 음식을 에피타이저로 만들어왔다. 이제는 의젓한 유치원생 이나는 자다가 일어나 대면대면하더니 대형 추파춥스를 선물하니 씨익 웃어보였다. 친구는 옷방으로 나를 데려갔다. 거기서 깔끔하게 싸놓은 짐이 여러 개 있었다. 이나는 이제 유치원생인데 이런 것들을 아직도 가지고 있었다니. 친구는 혹시 금령이가 임신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며 남겨두었단다. 확신이 있었으면 더 많이 남겨뒀을텐데 아쉬워했다. 그렇지만 충분히 많았다. 젖병소독기에 유모차에 장난감과 책들, 아기띠와 조금 커서 입으면 너무 예쁠 옷들 등등. 그날 오빠와 친구는 내가 생각보다 못 먹는다고 안타까워했는데 나는 둘의 마음 만으로도 충분히 배가 찼다. 그 뒤로 친구는 계속 뭔가를 보내왔다. 최근에 완전 빠졌다는 식빵도 세트로 보내주고, 출산 전에 매운 거 한번 더 먹으라며 흑돼지소라찜도 주문해주고, 출산선물이라며 체온계도 보내줬다. 출산한 뒤에는 집에서 애랑 온종일 씨름하고 있으면 내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지더라면서 산뜻한 색깔의 홈웨어를 보내줬다. 최근에는 혼자 있을 때 끼니 거르지 말라며 그래놀라도 보내줬다. 오, 그래놀라 팝은 친구가 보내줘서 처음 먹어봤는데 맛보고 엄청 놀랬다. 맛있어서. 와, 이렇게 맛있는 시리얼이 있었다니. 원래 시리얼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도 계속 먹게 된다. 문래동 친구네 집에는 처음보는 주전부리들이 많았다. 친구는 매번 이것도 가져가라 저것도 가져가라며 바리바리 싸줬었다. 집에 와 먹어보면 다 맛있었고. 오늘도 아침은 시리얼이었다. 점점 밥 차리는 게 귀찮아지고 있다. 한 끼 정도는 정말 간단하게 먹으려고 하는데, 오늘 아침에는 시리얼과 삶은 달걀 두 개, 그리고 디카페인 믹스 커피 (단 게 맨날 땡겨요. ㅠ 모유수유하면 살 빠진다고 누가 그랬나요). 오늘도 아침을 먹으면서 감탄했다. 정말 맛있는 시리얼이라고. 불현듯 친구의 마음이 떠올랐다. 금요일이고 내일은 주말이니 기분 좋은 아침이다. 어제는 책 한 권을 끝냈고 새 책도 시작했다. 시리얼 기운을 받아 오늘 하루도 잘 지내봐야지. 아자아자.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