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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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원주와 홍천, 춘천 사이여행을가다 2014. 9. 18. 20:26
한달에 한번씩 지금까지 해보지 못했던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을까. 그렇게 해보자, 라고 다짐했다. 그렇다면 8월에 내가 한 일은 홍천의 오션월드에 간 일. 물놀이를 좋아하지 않는 내가, 그래서 여름의 제주에서도 한번도 바다에 들어가지 않았던 내가, 이번 여행에서도 다들 물놀이 하는 동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겠노라 선언했던 내가, 물놀이를 한 것. 야외의 유수풀에서 튜브를 타고 파도를 즐겼다. 처음에는 무서웠는데, 도넛 모양의 풀장 어디서든 발이 바닥에 닿는 것을 확인하고는 파도를 찾아 다녔다. 물 위를 둥둥 떠다니며 해가 지는 하늘을 올려다 본 것도 8월에 한 일. 안으로 갈수록 발이 점점 닿지 않았던 파도풀에도 도전했지만, 무서워서 얼마 못 있었다. 그러고 보면, 여행을 떠나면 되겠구나. 그러면 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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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도를 사랑한다서재를쌓다 2014. 9. 15. 22:37
어른이 되고 경주를 세 번 갔다. 한 번은 무더운 한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며 불국사 길을 걸었다. 한 번은 추운 겨울에. 매서운 칼바람을 맞으며 문무대왕릉을 보러 갔다. 그리고 올해 늦여름. 부산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날, 경주에 있었다. 비를 쫄딱 맞으며 양동마을을 걸었다. 그리고 서울에 올라왔더니 딱 때를 맞춰 이 책이 출간되었다. 마침 옛다, 읽으렴, 이라는 듯. 세 번이나 다녀왔으니 경주를 좀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니 나는 아직도 경주를 모른다. 하긴 소개팅을 해도 세 번을 만나고 더 만날 사람인지 그만 만날 사람인지 알 수 있듯이. 이제 나는 겨우 경주의 마음에 든 것 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이제 더 친해질 일이 남았다. 깊어질 일만 남았다. 때론 토라질 일도 있겠지만. 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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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제천 길 위여행을가다 2014. 9. 1. 22:31
2014년 8월 15일, 제천의 뜨거운 길 위에 있었다. 전날의 숙취로 고속버스를 타고 내내 잤다. 연휴라 2시간이면 될 거리가 4시간 가까이 걸렸다. 내려서는 바로 올갱이 해장국을 먹으러 가자고 재촉했다. 국물을 한 숟가락 들이마시니 살 것 같았다. 나름 맛집이었는데, 숙취가 있었던 나만 만족한 맛집이었다. 그릇의 바닥이 보이니 익숙한 흙의 질감이 느껴졌다. 이건 Y언니와 몇 년 전에 왔을 때, 이른 아침, 의림지에서 문을 연 가게를 찾아 한참을 헤맨 뒤 먹은 그 흙의 질감이구나, 생각했다. 그래도 그때는 거의 첫 국물부터 흙이 느껴졌는데, 이렇게 끝무렵에 느껴지는 걸 보니 맛집은 맛집이다, 생각했다. 아, 한여름의 제천이다. 밥을 먹고, 카페인이 필요해 터미널 근처의 눈에 띄는 카페에 들어갔다. 인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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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춘천여행을가다 2014. 7. 16. 22:57
지난주 목요일, 휴가를 내고 춘천에 다녀왔다. ITX 청춘열차를 타고 갔다. 설레여하며 2층 좌석을 예매했는데, 2층이라고 별 게 없었다. 1층이 반지하 같아서, 2층도 그냥 약간 높은 1층 같았다. 춘천은 무척 더웠다. 햇볕이 쨍쨍했다. 나중에 날씨를 검색해보니 그날 서울도 더웠단다. 너구리 태풍이 지나간 뒤라 시원할 줄 알았더니. 청평사에 갔다. 몇년 전엔 배 타고 들어와서 막배 시간 때문에 청평사에 못 들렀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일찍 왔다. 공주와 뱀의 전설이 있는 청평사. 청평사 초입에서 뱀 장난감을 팔고 있었다. 더웠다. 아침밥도 제대로 못 먹었는데, 땀은 계속 나고. 절에 들어가기 전 나무 밑 그늘에 앉아 친구가 싸온 체리로 당 급보충을 했다. 장수샘에서 물도 한 바가지 마셨다. 그늘이 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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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지리산여행을가다 2014. 5. 17. 11:29
집으로 돌아와 지리산에서 찍었던 사진들을 꺼내 보는데, 왼쪽 아래 부분들이 뭔가 이상하다. 렌즈를 잘 닦고 찍었어야 했는데, 볕이 좋아서 렌즈가 뿌연지도 몰랐다. 4월에는 엄마와 지리산에 다녀왔다. 회식 자리에서 누군가 올해 가장 좋았던 일이요, 라고 물었는데, 곰곰이 생각하다 엄마와 함께 있었던 지리산의 주말이라고 말했다. 엄마랑 단둘이 여행을 간 건 처음이라고. 그게 뭐가 특별하게 좋은 일인가요, 라고 이야기하신 분이 잠시 후 말했다. 그러고보니 엄마랑 단둘이 여행 가본 적이 없다고. 정말 특별했겠네요. 우리는 기특하게도 다투지 않았다. 엄마와 나는 맨날 사소한 걸로 상처주고, 기분 상해하고, 속상해하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기분 좋게 이틀을 보냈다. 낯선 길을 함께 걷고,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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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전주여행을가다 2014. 5. 15. 19:26
차장님이 셔틀 안에서 그러셨다. 요즘은 다들 놀러 통영이랑 전주에 간대. 그런 전주에 다녀왔다. 전해져 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오월 연휴 때 전주 한옥마을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고. 연휴 때 집에 내려가서 통영에 놀러갔는데, 정말 그랬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전주도 그랬겠지. 사람 많은 건 질색이라 영화제 마지막에 전주에 내려갔다. 영화 한 편 보고, 기념품 구경하고 하나 사오면 딱이겠다 생각했는데, 기념품은 벌써 철수한 상태였다. 기념품 보는 건 나의 낙인데. 아쉬웠다. 역시 전주는 덥고, 물이 부족한 도시였다. 잊고 있었는데, 마주하니 다시 새록새록 이 년전 영화제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딱 이 년 만에 봄의 전주에 왔다. 언니가 말했다. 오늘이 우리의 가장 젊은 날이야. 나는 언니에게 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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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테마기행, 설국티비를보다 2014. 3. 15. 21:23
일본행의 보다 직접적인 계기는 소설가 나카자와 케이 씨와의 만남이다. 그녀와는 2000년 5월(아오모리)과 2002년 11월(원주) '한일문학작가회의'에서 두 번 만났는데, 원주에서 만났을 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내가 눈을 배경으로 소설을 쓸 계획이라고 말하자 진지한 표정으로 듣고 있더니 일본 동북부의 아키다나 야마가타로 가는 게 어떠냐고 말했다. 정말 눈 때문에 갈 거라면 말이다. - 윤대녕, 작가의 말 중에서 다시보기 리스트를 뒤적거리다 EBS 세계테마기행 일본 설국 편을 봤다. 윤대녕의 책에서 본 것처럼 홋카이도만큼 혹은 더 많은 눈이 내리는 지역이었다. 혼슈 지방의 나가노, 니가타, 기후, 아오모리. 처음에는 겨울을 보내며 눈 구경이나 실컷하자는 마음이었는데, 다큐를 보면서 여행을 소개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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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홍게여행여행을가다 2014. 1. 20. 22:04
이번 짧은 여행 후에 깨달은 것. 서울 경기를 벗어나는 여행은 적어도 하루 자고 올 것. 시간의 여유가 없으니 많이 돌아다닐 수 없었다. 해가 지니 집에 갈 시간이 걱정되고. 이 년 만에 함께 떠난 대게 여행. 대게 여행이라고 이름 붙이고 갔지만, 사실 대게는 너무 비싸 먹을 수가 없었다. 속초홍게여행, 이라고 하자. 포항을 가고 싶었는데, 이동시간이 너무 길어 속초로 갔다. 먹고, 걷고, 바다 보고, 먹고, 또 걷고. 그렇게 셋이서 일요일을 보냈다. 하루 자고 오는 거면 계획했던 휴휴암에 갔을 텐데. 하루 자고 오는 거면 낙산사에도 다녀왔을텐데. 하루 자고 오는 거면 멋이 없는 대포항에서도 그래도 그럭저럭 괜찮네, 우리에겐 내일이 있잖아, 했을텐데. 하루 자고 오는 거면 택시 아저씨 말대로 조용하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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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2013.12.24-25여행을가다 2013. 12. 27. 22:04
이천십삼년 군산의 크리스마스. 친구가 8시에 출발하는 버스표를 예매해뒀다. 강남터미널 출발이다. 7시 42분. 친구가 전화를 안 받는다. 맥도날드에서 기다리기로 한다. 혹시나 해서 버스 타는 곳에 앉아 있었다. 홍천, 순천, 부안, 고창, 전주. 전라도의 지명들을 마주하고 앉았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떠나고 싶어지는 곳이 많아지니 이제 알겠다. 저곳이 다 여행지라는 걸. 8시 35분. 드디어 친구가 전화를 받았다. 9시 40분 서울 출발. 군산 도착. 택시로 이동. 택시 아저씨에게 정보 얻음. 탁류길을 걷다. 초원사진관 -> 일본식 절 동국사. 절 뒤로 대나무 숲이 있었다. 조동종 참사문 비석도 있었다. 비석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 미안하다고 했다. 동국사는 생각했던 것보다 작은 규모의 절이었다. 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