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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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포르투의 밤과 아침여행을가다 2015. 10. 6. 21:25
2015년 7월 7일 화요일과 8일 수요일 일기는 빈페이지들이다. 어딘가를 꼭 가야된다는 생각 없이 편하게 걸어다녔다. 그래서 갔던 곳을 또 가기도 했고, 어떤 것들은 미련없이 포기하기도 했다. 더위에 지치면 숙소에 들어와 에어컨과 음악을 틀어놓고 쉬었다. 그래도 늦잠을 자지 않고 이른 아침에 일어나 조식을 챙겨 먹었고, 점심도 챙겨 먹었고, 저녁도 먹었다. 매일 그곳의 맥주도 마셨다. 포르투에서 나흘 밤을 보냈다. 모두 다 이곳 숙소에서 보냈다. 일기가 없는 이틀의 밤과 새벽, 아침의 사진들. 낮에도 혼자였지만, 밤과 새벽에는 온전히 혼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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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드디어 포르투여행을가다 2015. 10. 3. 18:21
2015년 7월 6일 월요일. 리스본을 떠나면서 수첩에 이렇게 적었다. ㅇ 포르투에서는 펜 한자루를 사자. ㅇ 첫날은 주변산책만 하자. 맛집을 찾지 말자. 물과 간식을 가득 사두자. ㅇ 웃고 다니자. 먼저 인사하자. ㅇ 주문을 포르투갈어로 하도록 노력하자. ㅇ 외롭다고 생각하지 말자. 결국, 이 항목들에 두 개의 동그라미, 한 개의 엑스, 두 개의 세모가 그려졌다. 리스본을 떠나 포르투에 도착했다. 동생과 여행을 계획할 때 리스본보다 포르투를 더 기대했더랬다. 우리가 조사해본 바에 의하면 리스본보다 포르투가 더 좋았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작은 도시라 걸어서만 다닐 수도 있고, 리스본보다 좀더 본래의 포르투갈의 모습을 더 간직하고 있는 곳이라고 들었다. 동생이 회사에 말해 휴가를 더 늘리고 여행사에 일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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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리스본, 두번째 밤여행을가다 2015. 8. 14. 08:59
헤르미온느가 있었다. 제로니모스 수도원에서도, 발견기념비에서도 헤르미온느가 있었다. 헤르미온느는 아빠랑 엄마랑 오빠랑 여행 중이었다. 중학생 즈음 되어 보였는데 이쁘고 발랄했다. 아빠가 카메라를 내밀면 자동으로 귀여운 포즈를 착착- 취하면서 상큼하게 웃었다. 나도 모르게 저절로 헤르미온느에게 눈이 갔다. 아, 어리구나, 이쁘다. 너의 젊음이 진정 부럽다! 그 헤르미온느가 15E 트램에서 폭발했다. 제로니모스 수도원 정류장에서 출발한 트램이 중간에 한번 멈췄다. 사람들이 꽉 차 있었고, 에어컨 바람은 솜털같이 가벼웠다. 기사가 트램을 점검하는 듯 했다. 곧 다시 출발했다. 그러더니 또 멈췄다. 그렇게 총 세 번을 멈췄다. 그동안 트램은 찜통 같이 달아 올랐고, 에어컨은 아예 나오질 않았다. 평정심을 유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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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리스본, 첫 산책여행을가다 2015. 7. 26. 20:20
323호에 묵었다. 어디서나 잠을 잘 자는 나인지라 포르투갈에서도 잘 잘거라 생각했다. 시차 생각을 못했고, 혼자라는 생각을 못했다. 처음엔 시차 때문인지 모르고 왜 이렇게 피곤한데 잠이 오지 않는 것인가에 대해 생각했다. 다행스럽게도 포트루갈의 밤이 한국의 낮이었으므로 잠이 오질 않아도 심심하진 않았다. 수시로 동생들과 친구들이 안부를 물어왔다. 그렇게 한참을 떠들다 내일을 위해 이제는 정말 자야 한다며 커튼을 치고, 스탠드 불도 끄고, (무서우니까) 알아듣지 못하는 텔레비전만 켜놓고, 누우면 그제서야 잠이 들었다. 새벽에 잠들었고 이른 아침이면 깨어났다. 잠이 많은 내가 그렇게 벌떡 일어날 수 있었던 건 혼자이기 때문에. 깨어줄 사람도 없고, 나가지 않는다고 뭐라 할 사람도 없지만, 여기까지 와서 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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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리스본 도착여행을가다 2015. 7. 21. 22:47
마침내, 리스본에 도착했다. 11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2시간 동안 공항에서 기다리고 또 3시간을 비행기를 타고, 리스본에 도착했다. 그러니까 나는 두 번 시간을 고쳐야 했던 거다. 프랑크푸르트에서 한 번, 리스본에서 한 번. 손목시계의 오른쪽 버튼은 건전지 배터리가 떨어지지 않는 한 뽑아 들 이유가 없었는데. 무려 하루에 두 번이나 오른쪽 버튼을 들어올려 시간을 고쳤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비행기가 지연되었다. 리스본에 도착하자마자 긴장했다. 원래 리스본 공항에 떨어지기로 한 시간은 22시 50분. 이 시간에 정확하게 떨어지면 어떻게 할까 고민했더랬다. 버스는 없고, 지하철이 있는데, 내가 과연 시간 지체없이 갓 도착한 도시에서 지하철을 제대로 갈아 탈 수 있을까가 문제였다. 이건 환승 다음으로 내게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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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비행기에서여행을가다 2015. 7. 19. 14:27
이름이 M이라고 했다. 짐을 올리고, 옆자리에 앉았는데 잠시 있다 내게 말을 걸었다. 혹시 한국분이세요? 혼자세요? 사진을 전해주려고 이메일을 보냈는데, 답장이 왔다. M씨도 처음 말을 걸 때 두근두근했다고 했다. 제발 한국사람이기를, 혼자이길, 바랬다고 한다. 덕분에 프랑크푸르트까지 심심하지 않았다. 우리는 얘기도 하다가, 같이 밥도 먹다가, 각자 영화도 보다가, 자다가 깨다가를 반복했다. M씨는 독일에서 하룻밤 묵고 크로아티아로 간다고 했다. 네명이서 같이 여행을 할 예정인데, 카페를 통해 만난 사람들이라고 했다. 여행할 도시들을 말해줬는데, 모두 생소한 지명들이었다. 꽤 많은 도시들을 여행하기로 계획했다고 했다. 그 도시들을 지나갈 네 명의 남녀를 생각했다. 신날 것 같았다. 한여름의 판타지아, 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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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출국여행을가다 2015. 7. 16. 23:28
포르투갈이 내게 말을 걸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동생과 나는 갑작스럽게 여행을 결정했다. 동생은 휴가기간이 정해져 있었고, 나는 이번에는 혼자 떠나고 싶지 않았다. 동생은 도쿄가 아니면 포르투갈에 가길 원했고, 나는 도쿄는 지난 가을에 다녀왔으니 포르투갈에 가는 수 밖에 없었다. 경비가 걱정되긴 했지만, 어차피 카드 할부다. 다녀와서 열심히 일해서 갚아야 하는 것. 선여행 후결제. 동생이 에어텔로 알아봤고, 결제를 끝냈다. 나는 너무 짧은 것 같았다. 동생은 여름휴가는 이것 밖에 내질 못한다고 했다. 나는 유럽의 호스텔에서 친구도 사귀고 싶었다. 동생은 서운하다고 했다. 이 여행상품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게 또 티격태격했다. 늘 그렇듯이. 빠르게 화해를 하며, 우리 이번 여행에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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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 - 마침내, 포르투갈여행을가다 2015. 7. 1. 13:14
포르투갈에 가게 됐다. 올해 2주 휴가가 나올 줄 알고, 그때 가려고 했는데 아니여서 포기하고 있었다. 동생이 여름휴가로 가자고 했고, 그래 까짓것 경비는 돌아와서 열심히 일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결제를 했다. 그러다 여행을 앞두고 동생이 다리를 접질렀고, 그냥 포기하면 왠지 포르투갈도, 혼자 떠나는 여행도 영영 갈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결심했다. 혼자 가보기로. 지난 일요일에는 마침 씨네큐브에서 가 재상영하고 있어서 친구와 함께 다시 봤다. 포르투갈이라는 나라를 궁금하게 만든 영화. 한 사람 때문에 내가 살아온 인생이 보잘 것 없게 느껴진다고 말하는 영화. 의미 있는 생이 시작될 거라는 희망을 건네 준 영화. 믿어지지 않지만 (별일이 없다면) 이번 주 토요일, 나도 그가 여행했던 리스본에 있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