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비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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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테이크티비를보다 2022. 10. 31. 22:01
일요일 밤 넷플 를 봤다. 동생이 꼭 맥주를 마시며 유희열 편을 보라고 했기 때문에 김치냉장고에 있던 크라운 맥주 캔을 꺼냈다. 최근 엄청 좋아하게 된 살라미도 얇게 잘랐다. 지안이 덕분에 예정에 없던 월요 휴가가 생겨 맥주를 마실 수 있었다. 죽기 전 딱 한 곡을 할 수 있다면? 유희열은 고심 끝에 한 곡을 골랐고 그 곡이 시작되자마자 내 찌질했던 이십대 연애담이 머릿 속에 펼쳐졌다. 아니다 삼십 대까지네. 연애담 뿐만이 아니다. 찌질했던 업무담, 찌질했던 친구담, 찌찔했던, 찌찔했던. 다시 그 찌질의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 순간들을 거쳐 지금의 내가 되었다. 그렇게 사십대가 된, 초등학생의, 청소년의 엄마아빠가 된 사람들이 거기 앉아 있었다. 어떤 남자는 펑펑 울었다. 어떤 여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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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티비를보다 2021. 12. 12. 00:52
아이는 이제 하루에 네번 혹은 다섯번 밥을 먹는다. 밥을 먹으면 트림을 하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깨어난지 두 시간 즈음이 되면 칭얼대기 시작한다. 잠이 오는 것이다. 안방의 범퍼침대로 데려가 눕히고 엉덩이를 토닥여주면 잠에 든다. 눈을 자꾸 비비는데도 자지않고 계속 칭얼거리면 안고 등을 두드려준다. 좀 진정이 되면 소파에 앉아 엉덩이를 토닥여준다. 그러면 얼마 안 가 잠이 든다. 그때부터 한시간 길게는 두시간 동안 자유시간이다. 피곤할 때는 같이 자기도 하는데 그렇게 자버리면 하루 중 내 시간이 없어 아쉽고 아쉬워서 깨어있는 상태로 뭔가를 하려고 한다. 주로 밥을 먹는다. (시간이 아까워 간단히, 아주 빨리 먹는다 ㅠ) 달달한 것과 커피를 동시에 섭취하기도 한다. 책을 몇 자 읽기도 하고, SNS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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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희망티비를보다 2021. 10. 8. 16:31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틀에 걸쳐 봤다. 아이와 단둘이 있을 때는 티비를 켜지 않는데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자고 있는 사이 틀었다가 깨어나도 끄질 못했다. (미안, 아가) 3살이 되어가는 딸이 있는 알렉스가 함께 사는 남자친구에게 학대를 당하고 그에게서 탈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 라고 쓰고 사전에서 '고군분투'를 찾아봤다. 고군분투 : 적은 인원(人員)이나 약한 힘으로 남의 힘을 받지 아니하고, 힘에 벅찬 일을 극악스럽게 함. '극악스럽다'도 찾아봤다. 극악스럽다 : 더할 나위 없이 못되고 나쁜 구석이 있다. 극악스럽다는 표현을 제외하면 맞는 것 같다. 탈출은 단순히 도망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서의 완벽한 독립이다. 알렉스는 한 번의 실수를 하지만 결국 해낸다. 그녀에게는 어릴 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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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티비를보다 2021. 8. 10. 23:11
지금은 지안이가 혼자 누워도 있고 누워서 잘 자기도 하는데 그렇지 않은 날들이 있었다. 온종일 안겨 있으려고만 하는 날들. 저녁과 새벽에는 남편과 어찌어찌 교대하며 하면 되었는데 (하지만 이것 역시 무척이나 힘이 들었다) 낮에는 나 혼자 밖에 없으니 내가 온종일 안아줘야 했다. 소파 구석에 등을 바짝 대고 앉아 이대로 망부석이 되는 거 아닌가 싶었다. 정말 영영 이렇게 안아줘야만 할 것 같이 떼를 쓰며 울어댔는데 신기하게도 어느 시기를 지나니 눕더라. 어찌나 기뻤는지. 침대에 누워 잠을 잔다, 는 당연한 사실에 눈물이 날 듯 행복했다. 는 그 시기를 나와 함께해 준 드라마. 수유를 하고나면 트림을 시켜야 했는데, 트림을 잘 하지 않아 소화가 잘 되도록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오래 안아주는 수밖에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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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다운티비를보다 2021. 7. 21. 06:00
조리원 입성 첫날 울었다. 의지했던 남편을 2주동안 만날 수 없고 낯선 곳에서 생애 처음 해보는 일을 혼자 해야 한다는 사실이 턱 밑까지 부담으로 다가왔다. 조리원 일정은 간단했다. 코로나 때문에 프로그램은 진행되지 않았다. 수유와 아침, 점심, 저녁식사. 마사지가 있는 날이 있고 없는 날이 있었다. 수시로 수유를 해야했고 아침과 저녁에 모자동실 시간이 있었다. 아침식사 뒤에는 생과일주스가 점심식사 뒤에는 두유를 곁들인 간식이 나왔다. 야식으로는 호박죽. 수유는 각자 방에서 했고 식사는 칸막이가 설치된 식당에서 다같이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뭐가 잘못되었는지 알겠는데 당시에는 이유를 몰라 답답했다. 배고프다고 울어대며 방으로 들어온 아이는 젖을 물리자마자 잠들어버렸다. 이번엔 제대로야, 양껏 먹여 보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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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리틀 라이즈티비를보다 2020. 10. 11. 18:08
시즌 1을 끝내고 '몬터레이'를 여러 번 검색해 봤다. 이 드라마에는 니콜키드 만, 리즈 위더스푼 등 화려한 스타들이 줄이어 등장하는데 그들보다 나는 이 드라마의 배경으로 나오는 마을의 분위기에 마음을 뺏겼다. 몬터레이는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항구도시로 옛 건물들이 많이 보존되어 있고 자연경관이 뛰어나며 일년 내내 온난하고 강수량이 적어 해안 휴양지로 유명하다고 한다. 역사가 오래된 재즈 축제가 열리고, 유명한 수족관도 있는 곳이란다. 드라마의 등장인물들이 사는 어마어마한 저택 뒤로, 혹은 앞으로 몬터레이 바다가 보인다. 집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바다가 연결되어 있어 백사장을 밟을 수 있기도 하고, 집 안 수영장에서 바다를 내다볼 수도 있다. 통유리창인 안방에서 파도가 생생히 느껴지기도 한다. 등장인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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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독티비를보다 2020. 1. 3. 10:36
금요일 밤이니 한 잔 해야했다. 간만에 의왕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후기가 좋아 찜해두었던 시장 안 통닭집에 갔다. 오래 장사를 했다는 평에 비해 인테리어가 세련되어서 주문하고서 맛을 의심했었다. 일단 생맥 맛은 합격. 혼자서 일을 하는 직원도 친절하진 않지만, 불친절하지도 않았다. 서비스 과자 맛도 좋았다. 통닭은 반반을 시켰는데 후라이드에서 카레맛이 은근하게 났다. 좋아하는 광화문의 통닭집도 반죽에 카레가루를 쓰는데. 의왕역의 이곳도 맛이 괜찮았다. 오백 두 잔을 신나게 마시고 통닭이 조금 남아 포장해달라고 했다. 그러고도 그냥 들어가기 아쉬워 뜨끈뜨끈한 오뎅탕을 먹을 참으로 근처 이자카야에 갔다. 옆 테이블이 무척 시끄러워서 괜히 왔다 싶었는데, 기본 안주가 줄줄이 나왔다. 괜찮은 거 같다 싶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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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티비를보다 2019. 10. 10. 22:17
월요일과 수요일, 금요일에는 거의 옆사람이 먼저 퇴근해 있고, 내가 여덟시 즈음에 집에 도착한다. 살이 찌고 있는 심각성을 깨닫고 있지만 그래도 아쉬워 뭔가 간단하게 하거나 시켜서 먹는다. 저녁에는 항상 티비 앞에 상을 펴놓고 나란히 앉아 먹는다. 한글날을 앞둔 화요일 밤, 그러니까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공휴일을 앞둔 아주아주 신나는 밤에 멕시카나에 치킨을 시켰다. 후라이드 반, 양념 반. 맥주를 시키지 않았다고 해서 말이 되냐고 다시 전화를 하라고 했다. 멕시카나 주인분이 말씀하시길, 뜨근뜨근한 치킨과 함께 배달하면 미지근해져서 그런지 맛이 없다는 항의가 많이 들어와 이제 맥주는 배달하지 않는단다. 아쉽지만 냉장고에 친구가 주고 간 맥주가 있으니까. 따끈따끈한 치킨에 각자의 맥주와 소주를 따라놓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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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테마기행티비를보다 2019. 2. 19. 21:09
절반의 성공이다. 목표했던 바에 크게 못미치지만, 그래도 지난 번보다는 나아졌다. 1월의 헬스 이야기. 한달치만 끊어서 다시 끊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는데(탈의실 누수로 일주일이 연장되었다), 고민이다. 요가같은 GX가 있는 헬스장으로 끊고 싶은데, 집앞이 아니면 잘 가지 않을 것 같아서. 헬스를 끊고 처음 첫주를 부지런히 잘 다닌 것은 오지은 덕분이다. 오지은이 출연한 세계테마기행 때문. '기차를 타고 구석구석, 우리가 몰랐던 일본'이 이번 여행의 테마였다. 오지은이 안내하는 일본 구석구석을 함께 걸으면서 보려고 시간에 맞춰 길 건너 헬스장에 갔다. 헬스장에 입장해 핸드폰 번호를 입력하고, 운동복을 받아 탈의실에서 갈아입고 나와, 물 두 컵을 재빠르게 마시고, 러닝머신 위에 서서 티비를 켜고 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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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티비를보다 2017. 1. 12. 23:24
선생님, 오랜만에 편지 드립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회사를 그만둔 후 전혀 예상도 못했던 가게를 시작하고 시간은 어느새 물 흐르듯이 지나가 버렸습니다. 그러는 동안 새로운 만남도 조금은 쓸쓸했던 헤어짐도 있었습니다. 오래전 몇 번이나 이 마을에서 벗어나려 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태어난 후 줄곧 집에만 머물렀던 자신이 답답하고 화가 나서 풀죽어 있던 적도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랬던 저에게서 갑작스레 어머니가 떠나시며 내치듯 혼자가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살아왔던 장소에서 시작된 새로운 시간 가운데 저는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날 묶어두었던 건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선생님, 저는 너무 진지하기만 했습니다. 이제부터 조금 불량해지렵니다. 자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