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티비를보다 2017. 1. 12. 23:24





       선생님, 오랜만에 편지 드립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회사를 그만둔 후 전혀 예상도 못했던 가게를 시작하고 시간은 어느새 물 흐르듯이 지나가 버렸습니다. 그러는 동안 새로운 만남도 조금은 쓸쓸했던 헤어짐도 있었습니다. 오래전 몇 번이나 이 마을에서 벗어나려 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태어난 후 줄곧 집에만 머물렀던 자신이 답답하고 화가 나서 풀죽어 있던 적도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랬던 저에게서 갑작스레 어머니가 떠나시며 내치듯 혼자가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살아왔던 장소에서 시작된 새로운 시간 가운데 저는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날 묶어두었던 건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선생님, 저는 너무 진지하기만 했습니다. 이제부터 조금 불량해지렵니다. 자신이 먼저 자유로워져야 다른 이들과의 시간이 비로소 시작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어머니는 그것을 알고 있었던 거라 생각합니다. 하고 싶은 대로, 좋아하는 대로 가게를 해 나가려 생각하고 있습니다. 선생님, 불량한 사람이 운영하는 작은 가게를 다시 찾아주세요. 분명 무언가가 변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

       작년에 이어 '변한다', '변하고 있다', '변했다' 라는 말에 마음이 들뜬다. 물론 그 앞에 '좋은 사람으로', '좋은 사람으로 인해',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가 붙는다. 이 말에 마음이 들뜨는 이유는 좀더 좋은 사람으로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자연스럽게 변하고 싶기 때문에. 이 드라마에 만삭인 임산부가 식사를 하고 갑자기 잠이 쏟아져 주체할 수 없어하는 장면이 나온다. 나는 만삭도 아니고, 임산부도 아니지만 지난 일요일에 잠이 쏟아져서 예매해뒀던 두 편의 영화를 취소했다. 그리고 잠이 쏟아지는 사이사이에 예전에 보았던 드라마를 다시 봤다. 다 보고 나니, 드라마는 이런 이야기더라. 어머니는 좋은 어머니였다. 나는 어머니처럼 좋은 어머니가 될 수 없을까봐 두렵다. 어머니와 나는 다른 사람이다. 어머니의 배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어머니와 나는 절대 같은 사람이 될 수 없다. 그러므로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나는 나대로, '좋은' 사람이 되면 되는 거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모습으로,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을 하면 되는 거다. 당신이 틀린 것이 아니다. 좋은 이야기는, 그것을 마주하는 시기에 따라 조금씩 다른 이야기를 전해준다. 그것이 내가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보는 이유이다. 오늘도 야근을 했지만, 내일은 금요일인 것이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