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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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가을, 제주여행을가다 2016. 10. 16. 21:19
친구가 결혼식 때문에 제주에 간다기에 따라 나섰다. 숙소가 강아솔의 노래로 먼저 걸어보았던 하도리였다. 진짜, 하도리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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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날 밤, 오키나와여행을가다 2016. 8. 3. 22:02
이제 뭘 하지?내 물음에, C가 미안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글쎄, 어디 카페나 갈까?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땀이 마구 흘러내렸다. 흙마당에서 뛰어놀던 동네 소년들이 우리를 보고 씩 웃었다. 수줍고 맑은 웃음이었다. 가도가도 쉴 만한 곳은 나오지 않았다. 옆에서 걷는 C는 미안한 표정을 거두지 않고 있었다. 아마 그 순간이었을 것이다. 여기 좀 재미있는데,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은.- 정이현, '두고온 것', 중에서 버스투어의 마지막 코스는 옛 미군기지였던 아메리칸 빌리지였다. 가이드북에 따르면 '도시형 리조트 지대'. 우린 나머지 일정을 여기서 묵기로 했다. 중부 바다도 보고, 쉬엄쉬엄 쉬면서 이틀을 보내기로 했다. 아메리칸 빌리지에 도착하고, 가이드에게 여기서 내리겠다고 했다. 짐을 건네받고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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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날 오후, 츄라우미 수족관여행을가다 2016. 8. 2. 23:34
가장 늦게 도쿄에 도착한 친구가 가장 먼저 알아챘다. 나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여행이 아니라 혼자 있는 시간이라는 것까지도 친구는 간파했다. 커다란 공원에 도착해서 친구는 "철아, 우리 신경 쓰지 말고, 너 혼자 여행해. 혼자 있고 싶은 만큼 있다가, 괜찮아지면 전화해"라고 등 떠밀었다. 나는 굳어진 얼굴로 나무 그늘 아래에 가서 mp3를 귀에 꽂고 수첩을 폈다. 밤나무 냄새가 너무 지독했는데 그 사실도 눈치채지 못했다. 혼자 떨어져서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점점 화를 떠나 보냈다. 두 시간쯤이 지나서야 나는 간신히 회복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누군가와 같이 여행하기에 꽤나 부적합한 인간 부류라는 걸. 이제 진짜 여행은 혼자만 떠나야겠다고.- 174~175쪽, 김민철 중에서 츄라우미 수족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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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날 오전, 오키나와여행을가다 2016. 7. 31. 22:38
끼니를 때워야 해서 호텔 밖으로 나가니 스무 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 모스버거가 있었다. 서글서글한 아가씨가 주문을 받았다. 나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아가씨의 일상을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한번은 홋카이도 오타루의 KFC에서 너무나 권태로운 표정의 점원을 본 적이 있다. 오르골, 운하, 영화 의 대사 "오겡키데스카"로 유명한 동네에 찾아오는 얼빠진 관광객들에 지친 터프한 오타루 처녀. 빨리 지긋지긋한 이곳을 떠날 생각만 하겠지. 자기 마을의 스시가 세계에서 제일 맛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구마모토 모스버거의 아가씨는 씩씩했다. 이 아가씨는 무슨 마음으로 시내 중심가가 아닌 낡은 구마모토 역의 모스버거에 지원했을까. 일은 즐겁게 하고 있을까. 여기서 친구는 사귀었을까. 아르바이트비로 무엇을 살까. 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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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날 오후, 오키나와여행을가다 2016. 7. 10. 21:27
남쪽 카페에서 할 수 있는 일.물이 빠진 바다를 앞에 두고 물이 가득찬 바다를 상상하는 일.저 멀리 출렁이는 파도를 바라보는 일.이국에서 또다른 이국의 음악을 듣는 일.해가 지기를 기다리는 일.한 시간에 한대씩 있는 39번 버스를 놓치지 않는 일.물이 가득한 풍경의 엽서를 사는 일.정이현의 문장을 읽고 마음이 움직이는 일. 해가 질 무렵엔 느릿느릿 뒷산에 올랐다. 푸시 산이라는 이름이 있었지만 여행자들은 그곳을 그냥 산, 혹은 뒷산이라고 부르는 것 같았다. 등산화를 신거나 등산복 비슷한 것을 입은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다들 반바지에 바닥 얇은 샌들을 질질 끌고 올랐다. 산 정상에 도착한다고 뭐 특별한 것이 기다리고 있지는 않았다. 소문대로 해 지는 풍경이 꽤 아름다웠지만 그렇다고 다시는 못 볼 아주 특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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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날 오전, 오키나와여행을가다 2016. 7. 7. 22:27
겨울, 술을 마시면서 여행 이야기가 나왔다. 따뜻한 남쪽으로 가고 싶다고, 올겨울은 마음도 몸도 유난히 춥다고. 우리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서로의 마음 속에 두고 있던 '따뜻한 남쪽'은 달랐다. 나는 통영과 제주를 이야기했고 그녀는 홍콩과 인도네시아의 발리를 이야기했다. 나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통영이든 제주든 홍콩이든 발리든 도착하는 대로 맥주를 마실 것이고 깊은 잠을 잘 것이었다. 그 다음날 그곳이 제주라면 모슬포에서 방어회를 먹고, 통영이라면 물메깃국을 먹는 상상도 했다. 가본 적 없는 홍콩과 발리에서의 여정은 상상하지 못했다. 다만 이곳에서 먹는 맥주보다는 더 맛있는 맥주가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 박준, '우붓에서 우리는' 중에서 오키나와는 구름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제..